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전대 개입’ 논란 일파만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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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캠프 “대통령실 행정관들이 단톡방 초청...경선 개입 의혹”
대통령실 “사실무근” 부인에도 與일각 “논란 당사자 책임져야”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측이 대통령실의 ‘전당 대회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이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는 성격의 홍보물을 조직적으로 퍼뜨렸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다. 대통령실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안 후보 측이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면서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시민사회수석실 일부 관계자들이 전‧현직 의원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특정 후보가 참석하는 행사에 대한 ‘필참’을 요청하거나, 전당대회와 관련한 의견을 나눈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도 대통령실의 논란 당사자들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안철수 의원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선거개입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안철수 의원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선거개입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대통령실 답변 내놔라”…강경 대응 예고

안철수 후보는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가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는 홍보물을 단체 채팅방에 전파해달라고 당원에게 요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이 오늘 중으로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면 법적인 조치가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사실이라면 당대표 경선에 명백히 개입한 것으로,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며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헌법 제7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정면 위반한 중대 범법 행위”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전직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고 실형 2년을 대법원에서 선고받았던 사례는 우리에게 대단히 아픈 상처로 각인되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당내 경선에 개입한 일이 발생한 것이기에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천하람 후보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의혹에 상당한 실체가 있어 보인다”며 “설령 김기현 후보가 되어도 이 의혹이 사실이면 정당성에 큰 흠집이 가는데, 결국 또 다시 비대위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A씨가 김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홍보물을 단체 채팅방에 전파해달라고 당원에게 요청한 녹취가 확보됐다. A씨는 최근 시민사회수석실 선임행정관 및 행정관들과 함께 당원 등이 있는 ‘마포 대통령실 방문 톡방'과 '삼각지(용산) 단톡방’ 두 곳에 일부 채팅방에서 김 후보를 지지하고 안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당사자로 지목됐다.

 

대통령실 “사실무근”…與일각 “수석실 책임져야”

대통령실은 전대 개입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관계자들의 ‘일탈’ 가능성에는 여지를 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대 개입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무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대통령실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모든 비서관‧행정관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통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논란은 확산하는 모양새다. 경향신문은 이날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행정관 A씨가 한 당원과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녹취에 따르면, A씨는 당원에게 “저희 뭐 김기현 대표 뭐 이런 방이 하나 있는데, 거기 뭐 콘텐츠 올라가 있으면 뭐 그런 것도 좀 봐주시고 좀 전파하실 방 있으면 전파도 좀 해주시고 그러십사(그래주시면 해서)”라고 요청했다. A씨는 “(채팅방) 초청을 좀 드려도 되겠나”라고 제안하며 “방 이름은 ‘김이 이김’”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현이 이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에게 전당대회와 관련해 연락을 받았다는 캠프 관계자들이 다수 있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직접적인 요청은 없었지만, ‘특정 후보가 참석하는 행사에 필참해달라’고 요청하거나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선언을 하면 ‘감사하다’고 연락하는 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시민사회수석실 B행정관이 전화가 와 ‘XXX 후보가 참석하는 행사가 있는데 의원님에게 꼭 좀 참석해달라고 전해달라’고 요청하더라”며 “처음에는 (특정 후보 지지로 보일 수 있어) 거부했다. 그런데 다시 전화가 와 ‘재고해달라’고 거듭 당부하더라”고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이 ‘사적인 인연’을 앞세워 전당대회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사회수석실에 선거를 여러 번 치렀던 이른바 ‘캠프 인사’들이 넓게 포진돼 있다”며 “이들이 대통령실이란 ‘명함’을 떼고 ‘사적인 부탁’이라면서 전당대회와 관련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실의) 조직적인 개입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면서도 “(시민사회수석실) 일부 관계자는 특정 캠프의 조직도까지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이 ‘선을 넘고 있다’는 얘기가 각 후보 캠프마다 이미 파다하다”고 귀띔했다.

이에 국민의힘 내에서도 시민사회수석실이 해당 의혹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전당대회와 관련해 논란을 일으켰다는 사실만으로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 것”이라며 “다소 억울하더라도 (당사자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덮고 넘어가려 한다면 전당대회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것”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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