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개입’ 논란 속 尹대통령 등판…‘어대현’에 득일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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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박근혜 이후 7년 만에 전대 참석
“어대현 힘 싣기” vs “反윤핵관 표심 자극”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결과 발표 직전까지 후보 간 불꽃 튀는 경쟁이 펼쳐지며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분위기다. 하이라이트는 윤석열 대통령의 ‘등판’이 꼽힌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에 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7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화합’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낸다. 전당대회 투표는 이날까지만 이뤄지는 탓에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표심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진 못하지만, 윤 대통령의 등장 예고 자체가 당심을 결집하는 효과를 낼 것이란 게 중론이다. 후보들은 저마다 윤 대통령의 출격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尹대통령이 뜬다”…미리보는 與 전당대회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8일 진행되는 전당대회에서 3~4분가량 축사를 한다. 당권 레이스 중 윤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으로 계파 간 갈등이 불거졌던 것을 고려해 메시지의 핵심은 ‘원 팀’이 될 것이라고 한다. 결과는 윤 대통령의 축사 이후 1시간 여 흐른 4시45분께 발표된다. 윤 대통령은 결과 발표를 보지 않고 인사말을 한 뒤 퇴장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 예고는 일주일 전인 지난 3일 처음 알려졌다. 통상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은 경호 상 이유로 비밀에 부쳐지는 게 관례지만, 이번엔 대통령실에서 미리 밝혔다. 사실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은 정치권에서 일찌감치 예견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전당대회에 꼭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어서다. 때문에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전대 참석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직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직접 참석하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의 2016년(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당선) 전당대회 출석 이후 7년 만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15분가량 축사를 한 뒤 전당대회장을 크게 한 바퀴 걸으며 당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윤 대통령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8월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 참석한 모습 ⓒ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8월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 참석한 모습 ⓒ 청와대 제공

尹대통령의 등판…朴처럼 체면 구길까 尹心 굳힐까

관건은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다. 대통령실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지만, 전당대회 내내 윤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이 불거진 만큼 각종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후보들도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을 지지층 결집용으로 적극 활용하는 기류다. 특히 친윤(친윤석열)계 후보들은 윤 대통령의 ‘지원 사격’이라며 공공연하게 홍보하고 있다.

친윤계에선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이 윤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당원들의 표심을 결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친윤계 후보인 김기현 후보로 표심이 압도적으로 쏠릴 것이란 예측이다. 김 후보는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안정적 리더십을 바라는 당원들의 열망이 현장에서 느껴지고 있다”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투표율 역시 당원들의 결집에 따른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선례를 보면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이 꼭 당원 결집을 불러일으킨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전당대회 때에도 박 전 대통령이 참석했으나, 결과는 비박(비박근혜)계 후보인 김무성 후보의 당선이었다. 당시에도 친박(친박근혜)계 서청원 후보와 비박계 김 후보 사이에서 ‘윤심(尹心) 논란’과 비슷한 이른바 ‘진박(眞朴)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이 체면을 구겼다”는 반응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왼쪽부터)·황교안·천하람·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2월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왼쪽부터)·황교안·천하람·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2월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대 막판 불거진 ‘대통령실 선거개입’ 논란…당권 ‘시계제로’

다른 맹점도 남아있다. 전당대회 막판에 불거진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이다. 일부 대통령실 행정관들이 카카오톡 단톡방 등 SNS에서 김 후보 지지 성격의 홍보물을 조직적으로 퍼뜨렸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를 두고 안철수‧천하람 등 경쟁 후보들은 “명백한 공무원법 위반”이라며 대통령실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해당 의혹은 법적 다툼으로 번질 전망이다. 안 후보 측은 이날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선 사건이 비화할 경우, 김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조기 퇴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천하람 후보 측은 YTN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서 “대통령실 전당대회 의혹이 사실이면 김 후보가 선출되더라도 비대위행 특급 열차를 타게 될 것”이라며 “김 후보가 결국 사퇴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런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비윤계 후보들은 ‘윤심 논란’이 불거질수록 ‘반(反)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표심 결집 효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후보와 천 후보 측은 저마다 ‘안풍(安風)’과 ‘천풍(千風)’을 언급하며, 높은 투표율이 반윤핵관 표심 결집의 방증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국힘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까지 마지막 ARS투표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 4~5일 모바일 투표와 6~7일 모바일 투표에 응하지 않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투표 합산 투표율은 53.13%(83만7236명 중 44만4833명)로, 역대 최고치였다.

최종 결과는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전당대회에서 발표된다. 당 지도부는 100% 책임당원 투표로 선출하고, 당 대표의 경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의 결선투표에서 승자를 가린다. 결선투표에 가게 될 경우 오는 9일 결선 토론회와 10~11일 모바일·ARS투표를 거쳐, 12일 최종 당 대표를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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