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축구 대표팀 감독 클린스만이 불편한 이유
  • 최영미 시인/이미출판사 대표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0 17:05
  • 호수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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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난 그 여자 불편해》 출간을 기념해 내 강의를 들었던 분들과 점심을 먹은 후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누군가 내게 물었다. “클린스만 감독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클린스만’을 듣자마자 카타르월드컵의 한 장면이, 축구 경기장 밖에서 벌어진 설전이 떠올랐다. 독일과 미국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으며 FIFA 기술위원회의 한 사람인 클린스만은 이란이 웨일스 대표팀을 2대0으로 꺾은 후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이란 대표팀을 비난하는 말로 구설에 올랐다.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3월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3월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팀 감독인 카를로스 케이로스(Carlos Queiros)와 이란 선수들이 웨일스와의 경기 중에 심판에게 작업했다(말을 걸었다), 심판의 귀에 대고 계속 말을 하는 등 게임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끄는 능력으로 이란이 이겼다고 주장하며 클린스만은 이란의 문화를 모독하는 발언을 했다.

“이게 그들의 문화다, 카를로스 케이로스가 이란 국가대표팀에 정말 잘 맞는 코치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클린스만은 케이로스가 이란팀을 맡기 전에 콜롬비아와 이집트 대표팀을 본선으로 이끄는 데 실패한 이력까지 들춰냈다.

클린스만의 도발에 발끈한 케이로스는 소셜 미디어에 말폭탄을 퍼부었다. “날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하면서 우월감에 사로잡힌 당신은 편견을 갖고 내 성격을 비난했다. 이란 문화, 이란 국가대표팀과 선수들에 대한 당신의 발언은 축구에 대한 모독이다.” 클린스만이 당장 FIFA 기술위원직에서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케이로스는 (편견에 사로잡힌 상대를 교정하고자) 클린스만을 이란팀 연습 캠프에 초대했다. “와서 우리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란과 이란 사람들, 이란의 시인들과 예술, 수학 등 오래된 페르시아 문화를 배워라.”

월드컵에 출전한 축구대표팀 감독이 ‘시인’을 언급하다니, 신선했다. 그가 이란에서 성공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케이로스는 페르시아의 저 위대한 수학자이며 천문학자 시인인 오마르 하이얌의 시를 읽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이란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카를로스 케이로스와 위르겐 클린스만 사이에 오간 몇 달 전의 설전을 떠올리며 나는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갖게 되었다.

“그는 세계 축구의 중심인 독일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그는 아시아의 문화를 모른다. 그런 그가 한국 선수들의 정서를 이해할까? (독일보다는) 축구계의 중심에서 약간 비껴난 네덜란드나 포르투갈 출신 감독이 더 포용력 있고 아시아 문화에 잘 적응하지 않을까? 그는 화려한 선수였고 엘리트 코스만 밟은 사람. 한 번도 제대로 좌절한 적 없는 독일인이 한국 선수들과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처럼 강한 자아(super ego)의 소유자는 자신과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클린스만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의 계약 조건에 국내 거주 조건이 들어갔다고 하니 약간 안심이 된다. 축구협회 사람들도 다 생각이 있구나.

수영을 하거나 축구 경기를 보거나, 축구·야구·테니스 등 스포츠 기사들을 챙겨 보는 게 나의 크나큰 낙이다. 월드컵도 끝나고 호주오픈 테니스도 끝났으니 이제 무슨 재미로 사나? 월드컵이 1년마다 열리면 얼마나 좋을까?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그에 대해 회의적인 내 의견을 피력했지만, 클린스만은 이미 한국 대표팀 감독. 앞으로 대표팀을 잘 이끌어가시라고 응원하는 게 옳지 않을까. 나처럼 쓴소리하는 사람 말도 귀담아듣고 좋은 성과 내시길 바란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br>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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