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반대했던 물적분할 다시 꺼낸 DB하이텍…주총 문턱 넘을까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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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철회시켰던 소액주주연대, 본격 활동 움직임
지분 75% ‘개미’ 설득 못하면 주총서 안건 부결 가능성
DB하이텍 부천 캠퍼스 외경 ⓒDB하이텍
DB하이텍 부천 캠퍼스 외경 ⓒDB하이텍

DB하이텍이 물적분할에 재시동을 걸었다.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반대로 철회를 선언한지 6개월 만이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 사업부를 그대로 두고 브랜드사업본부(반도체 설계)를 100% 자회사 신설법인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도 관건은 ‘개미’들의 찬성 여부다.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75%에 달하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브랜드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부의하기로 했다. 신설회사는 DB팹리스(가칭)라는 이름으로 반도체 설계 사업(팹리스)을 담당할 계획이다. 분할 기준일은 오는 5월2일이다.

DB하이텍은 회사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DB하이텍은 “주력 사업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와 설계 사업을 병행하며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고객들과의 이해 상충 문제를 적극 해결하고 파운드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 실적 개선에 나서기로 뜻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팹리스)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모토를 기반으로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가 된 대만의 TSMC의 벤치마킹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물적분할로 인한 분사 효과도 자신했다. 파운드리 고객의 기술유출을 비롯한 이해 충돌 문제 때문에 범용제품인 LCD 중심의 디스플레이구동칩(DDI)에만 국한할 수밖에 없었던 사업영역을 부가가치가 높은 OLED 구동칩으로 확장하고, 미니 LED TV 구동칩 등 고성능 반도체시장 진출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DB하이텍의 물적분할 계획은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됐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 출신 황규철 사장을 브랜드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파운드리사업부와 브랜드사업부 각자대표체제를 출범시키면서 물적분할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거셌다. 물적 분할은 존속법인이 신설법인 지분을 100% 보유하는 만큼 기존 주주들은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에 지난해 7월 결성된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DB하이텍이 추진하는 팹리스 분사에 반발하며 주주명부 열람 요구 등 비판 행보를 이어갔다. 결국 지난해 9월 DB하이텍은 정부의 일반주주보호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사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분사작업 검토를 중단했다.

그러는 사이 금융당국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 방안’은 발표했다.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공시 강화 △상장심사 강화 등 3중 보호장치를 통해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지분 75% 달하는 개미들의 선택은?

업계에서는 소액주주들의 법적인 보호장치가 마련됐다고 판단한 DB하이텍이 다시 물적분할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개미들의 반대를 의식한 듯 주주친화 정책도 함께 내놓았다.

우선 분할되는 신설법인은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예정이다. 불가피하게 상장할 경우 모회사인 DB하이텍의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반드시 거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을 시도해 일반 주주들의 권익을 훼손한 사례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조치다. 아울러 1주당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3배가량인 1300원까지 늘리는 한편, 배당금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DB하이텍의 결정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9월 기준 DB하이텍의 주요 주주는 △DB Inc. 및 특수관계인 17.84% △국민연금 8.34% 등이다. 소액주주가 전체의 75%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동일한 의견을 내세울 경우 주총에서 물적분할 안건이 부결될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로 DB하이텍의 물적분할 소식이 전해지자 소액주주들이 모인 인터넷 까페에서는 반대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제안한 상태다.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물적분할은 저지했지만 여전히 지주사 전환 문제가 잔존하고 있다며 회사와 소통 창구마련 차원에서 감사위원 선임을 요구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적분할 이슈가 재부상하면서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연대는 현재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위임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대주주인 국민연금 설득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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