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벽에 갇힌 이준석계, 돌파구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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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지도부 전원 탈락한 ‘천아용인’…조수진은 이미 냉대
“이준석 전면 나선 게 패착” vs “전대로 계파 입지 다져”

국민의힘의 새 지도부가 8일 탄생했다. 하지만 명단에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이준석 전 대표의 지원사격에도 ‘천아용인 돌풍’은 불지 않은 셈이다. 친윤(친윤석열)계에 지도부 전석을 넘겨주며 친이준석계가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정치권에선 이들의 ‘성적표’를 두고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에서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과도한 ‘反尹’ 프레임이 독 됐나…“운명 암울”

지난 8일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경선에서 이준석계 ‘천아용인’ 후보들은 전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천하람 후보는 14.98%의 지지율로 3위를 했다. 또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용태 후보는 10.87%, 허은아 후보는 9.90%의 지지율에 그쳤다. 청년최고위원직에 도전한 이기인 후보도 18.71%에 그쳤다. 모두 10%대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선 벌써부터 이준석계를 몰아내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수진 신임 최고위원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동안 각을 세웠던 후보 진영과는 화합을 이뤄야 하겠다”면서도 “이준석 계열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준석계를 ‘저질 공세’와 ‘내부 총질’을 일삼는 무리라고 규정하며 “이 전 대표의 ‘엄석대 권력’을 틈타서 대리인으로 나선 사람들은 거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먼저다”라고 일갈했다.

여권에선 이준석계가 지도부 입성에 전원 실패한 이유가 모순적이게도 ‘이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고위원에 출마했던 김용태·허은아 후보 등이 ‘이준석 그늘’에 가려 자기 색깔과 메시지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당원들이 기대한 ‘2021 이준석 돌풍’ 이상의 저력은 이들에게서 보이지 않았다.

비윤(비윤석열)계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특정인(이 전 대표)이 배후에서 대본을 짜주는 모습이 아니라 개인의 소신과 역량을 오롯이 발휘해야 했다”며 “천아용인 후보들의 뚜렷한 메시지는 보이지 않았다. 이들이 춤추고, ‘어벤저스’ 느낌을 준 것만 기억난다”고 혹평했다.

여기에 이준석계가 ‘반윤(반윤석열)’ 이미지를 과도하게 강조한 부분도 정부여당의 성공을 바라는 당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신임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대통령의 임기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 아무리 비윤계라도 건설적으로 정부와 보조를 맞춰가는 모습을 비췄어야 했다”며 “근데 너무 (이준석계가) 네거티브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계기로 이준석계의 정치 생명이 위기에 봉착했단 관측도 나온다. ‘반윤’ 스피커 역할을 할 수 있는 요직 인사가 아무도 없어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친윤 천하에서 비윤계는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이준석계의 운명은 암울하고 이 전 대표도 위기”라고 전망했다.

특히 총선 정국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준석계의 존재감은 더욱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친윤계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다음 총선에선 단일대오로 민주당과 싸워야 하는데 당원들이 이준석계에게 관심을 주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준석계의 위기가 당내 다른 비윤계 의원들에게 파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비윤계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님께서 차기 총선을 앞두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 전당대회 결과로 본인에게도 간접적 타격이 올까 걱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의원님도 현재 명확한 스탠스나 소신을 내기 꺼리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소장파 영향력 충분…천하람 데뷔 성공적”

다만 이준석계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다.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소장파로서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당내 새로운 계파로서 입지를 다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내년 총선 정국에선 수도권과 청년층 표심이 중요한 만큼 이준석계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며 “이번 전당대회서 소장파로서 불씨를 살린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천아용인이 모두 전멸했지만 비윤계는 절반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며 “이준석도 이번 전당대회를 다시 부활했다. 친윤계, 안철수의 중도파에 이어 이준석을 중심으로 한 새 계파가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친윤 지도부에 계속 목소리를 내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천하람 후보는 청년·원외라는 한계에도 전당대회를 통해 당내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반윤’ 스탠스를 지키며 중진 정치인들과 경쟁해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핵심 당직자들의 험지 출마 등 공천 개혁 방안도 제시하며 ‘개혁 보수’ 이미지까지 얻었다. 최 원장도 “천하람은 본인을 충분히 어필한 점에서 75% 이상의 성공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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