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농협공판장에 투표소를”…순창군 투표장 사고 역시 ‘인재(人災)’였다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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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사고 소식에 당혹…“축제인 조합장선거 일에 날벼락”
고령자 운전 미숙에 설마하고 방심한 안전 불감증이 부른 참사
트럭 수없이 들락거리는 농협공판장 주차장 안에 투표소 설치

“왜 하필이면 공판장 내에 투표소를…”

8일 오후 3시 30분쯤, 전북 순창군 구림면 농협 건너편 슈퍼마켓 앞에 옹기종기 모인 주민들은 5시간 전,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한 구림농협 공판장 주차장 쪽을 가리키며 탄식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농협 공판장 주차장에서 1톤 트럭을 몰던 70대 중반의 운전자가 투표소 밖에 길게 줄을 서있던 유권자를 덮쳐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9일 오전 현재 4명이다.

​“왜 하필이면 공판장 내에 투표소를…” 8일 오후 3시쯤, 전북 순창군 구림면 구림농협 건너편 한 슈퍼 앞에 옹기종기 모인 주민들은 5시간 전,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한 농협 공판장 주차장 쪽을 가리키며 탄식했다. 조합원들의 축제가 돼야 할 조합장선거 날 어이없는 인명 사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왜 하필이면 공판장 내에 투표소를…” 8일 오후 3시쯤, 전북 순창군 구림면 구림농협 건너편 한 슈퍼 앞에 옹기종기 모인 주민들은 5시간 전,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한 농협 공판장 주차장 쪽을 가리키며 탄식했다. 조합원들의 축제가 돼야 할 조합장선거 날 어이없는 인명 사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사고 당시를 목격한 가게 주인은 “정확히는 10시25분쯤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 내다봤더니 1톤 트럭이 인도에 멈춰 서있었고, 두 사람이 차에 깔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주민들은 조합원들의 축제가 돼야 할 조합장선거 날 어이없는 인명 사고에 망연자실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60대 한 주민은 “중상자들이 고령이어서 추가 사망자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태원 사고처럼 설마하고 방심했다가 일어나선 안 될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며 “좋은 일로 뉴스에 나와야 하는데 궂은 일로 전국에 알려지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사고가 70대 중반 운전자의 페달 조작 미숙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순창경찰은 8일 사고현장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운전자 A(74)씨는 제동장치를 가속페달로 오인했다고 진술했다”며 “현재로서는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사고 낼 당시 음주상태도 아니었고 약물 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트럭 사고 역시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차적으로는 고령 운전자의 운전 미숙이 사고 발생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차량 통행이 많은 농협 공판장 안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등 안전관리 상 허점도 불거지고 있다. 

8일 오전 10시30분께 전북 순창군 구림농협 공판장 주차장에서는 1톤 트럭을 몰던 70대 중반의 운전자가 투표소 밖에 길게 줄을 서 있던 20여명의 유권자를 덮쳐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9일 오전 현재 4명이다. ⓒ연합뉴스
8일 오전 10시30분께 전북 순창군 구림농협 공판장 주차장에서는 1톤 트럭을 몰던 70대 중반의 운전자가 투표소 밖에 길게 줄을 서 있던 20여명의 유권자를 덮쳐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9일 오전 현재 4명이다. ⓒ연합뉴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운전자 A씨는 조합장 선거 투표소에서 마친 뒤 가축사료를 구입한 뒤 사룟값을 계산하려고 20여m 떨어진 투표소가 있는 건물 동으로 이동했다. 비료사료 등 판매장이 있는 공판장 건물 한켠에 마련된 투표소 밖에는 20여명의 조합원이 투표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대기하고 있었다. A씨가 몰던 1톤 화물 트럭은 유권자들 쪽으로 갑자기 달려들었다. 투표소 설치 장소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조합장 선거는 대부분 조합 2층 강당에서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구림면투표소는 공판장 마당 농자재 판매장 건물에 마련됐다. 질서유지 등 안전관리 소홀도 드러나고 있다. 사고가 난 곳은 구림농협 공판장 내 한 건물에 마련된 선거 투표소 앞이다. 이곳은 평소 사료와 비료 등 농자재 구입을 위해 농민들의 트럭이 빈번하게 출입하는 곳이다. 

그러나 질서 유지는 일부 농협 직원들이 맡았을 뿐 차도와 투표소 대기 줄을 구분하는 펜스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후 새롭게 만든 투표소 입구 안내하는 갈매기 화살표가 새겨진 종이가 길바닥에 부착된 것이 전부였다. 

8일 오전, 발생한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순창 구림면 투표장에서 발생한 트럭 사고 역시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질서 유지는 일부 농협 직원들이 맡았을 뿐 차도와 투표소 대기 줄을 구분하는 펜스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 사고 후 새롭게 만든 투표소 입구 안내하는 갈매기 화살표가 새겨진 종이가 길바닥에 부착된 것이 전부였다. ⓒ시사저널 정성환
8일 오전, 발생한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순창 구림면 투표장에서 발생한 트럭 사고 역시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질서 유지는 일부 농협 직원들이 맡았을 뿐 차도와 투표소 대기 줄을 구분하는 펜스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 사고 후 새롭게 만든 투표소 입구 안내하는 갈매기 화살표가 새겨진 종이가 길바닥에 부착된 것이 전부였다. ⓒ시사저널 정성환

“투표소 안전관리가 제대로 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문경주 구림파출소장은 “농협직원 3명이 투표소 내외관리를 하고 있었다”며 “농협이나 선관위 측에서 협조 요청이 없었고, 경찰은 매시간 2명이 번걸어 가며 순찰·도로관리를 맡았다”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2층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불편한 고령층 유권자를 고려해 강당 대신 공판장 내에 투표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순창읍에 사는 전직 공무원 김아무개(63)씨는 “나름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안전을 우선시한다면 농협 2층 강당에 투표소를 설치했으면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며 “조합장선거를 위탁받은 선거관리위원회나 농협 등이 부정선거 단속과 투개표 진행 등 선거관리에 집중한 나머지 안전관리는 소홀히 한 감이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8일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애도문을 통해 “투표 참여를 위해 대기 중이던 선거인들에게 발생한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관계기관과 함께 사고 수습에 힘쓸 것"이라며 "부상을 입으신 분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번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의 위탁 관리를 맡았다. 전북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위탁받은 선거관리 업무 범위와 관련한 시사저널의 질의에 대해 답변을 보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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