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 3세 조현민, 고속승진 이어 등기임원으로…경영권 확보 초석?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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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합류 3년 만에 사내이사 선임
갑질 꼬리표 떼고 물류사업 성과 관건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총괄 사장(오른쪽)이 지난해 6월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메타버스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 오픈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총괄 사장(오른쪽)이 지난해 6월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메타버스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 오픈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진가 3세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총괄 사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된다. 2020년 한진에 합류한 지 3년 만이다. 조 사장의 등기 이사 선임은 이사회의 일원으로 책임 경영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볼 수 있다. 한진그룹을 이끄는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조 사장이 한진의 경영권을 거머쥘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한진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3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조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한진은 조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이유에 대해 “조현민 사장은 노삼석 사장과 함께 국내외 물류 인프라와 자동화 투자, 해외 거점 확대 추진과 수익원 확대 및 원가 개선에 집중해 지난해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창립 80주년을 맞는 2025년까지 아시아의 대표적인 물류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는 ‘비전 2025’를 실현하기 위해 조 사장이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해 책임경영을 구현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의 등기 임원 선임은 한진에 합류한지 3년 만이다. 조 사장은 2018년 4월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으로 대한항공 전무 등 그룹 계열사에서 맡고 있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고, 이듬해 6월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으나 2020년 말 한진 마케팅총괄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한진에 합류한 조 사장은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2021년 1월에는 부사장, 지난해 1월에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사회 합류는 사장으로 승진한 지난해에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아직 능력에 대한 검증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며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조 사장은 이후 선대회장 추모 사진전을 직접 기획하고, 한진의 신사업을 직접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언론에 자주 노출하며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12월에는 한진이 투자한 영화 《백일몽》 시사회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사회 진입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진 사내이사 진입에 대해 묻자 “인정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책임영역에 관한 문제도 있다”고 답한 것이다.

 

한진서 뿌리내려야 하는 조현민, 역량 시험대 

조 사장의 이사진 합류 시그널은 지난 달 초 감지됐다. 지난 2월초 4차례에 걸쳐 한진 보통주 약 4500주를 장내매수한 것이다. 금액으로 치면 약 1억원 규모다. 이로써 0.03%였던 조 사장의 한진 지분은 0.06%로 늘어났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 지분은 0.03%다. 당시 한진은 조 사장의 자사주 매입을 두고 책임경영 강화 및 주주가치 제고라는 설명을 내놓은 바 있다. 한진의 최대주주는 한진칼로 24.1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사장이 이사회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경영권 확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한진그룹 내에서 조 사장이 맡을 수 있는 영역이 한정돼 있어서다. 앞서 한진그룹은 2020년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조 사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항공 관련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로 주요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완료되고 산은이 한진칼 지분(10.58%)을 매각한다고 해도 항공 관련 계열사 임원으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항공사업법상 외국인은 한국 항공사 등기임원에 취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미국 국적자다.

이런 이유로 조 사장에게 한진 이사회 합류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동시에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진에서 자신의 역량과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한진이 주총 이후 조 사장이 노삼석 사장과 공동대표를 맡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지난해 노삼석·류경표 공동대표 체제에서 류 사장이 한진칼 대표이사로 이동하면서 노 사장 단독대표 체제인 상황이다. 한진이 줄곧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이사회 진입과 함께 조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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