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미친 칼질” 격분에 檢 “1번 조사”…구속영장엔 고인 23번 등장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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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재명 전 비서실장 사망 관련 책임론 선 긋기
李 구속영장 청구서엔 ‘성남FC 후원금’ 공모자로 적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1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1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 비서실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죽음의 책임을 '강압 수사'로 규정하고 검찰을 맹폭했다. 검찰은 고인에 대한 소환조사는 단 한차례 진행됐고 추가 조사 계획도 없었다며 선 긋기에 나섰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고인이 23차례 등장, '성남FC 후원금' 의혹 전반에 관여된 인물로 적시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10일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임할 당시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아무개씨 사망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고인에 대해선 지난해 12월26일 성남FC 사건과 관련해 한차례 영상녹화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씨에 대한 조사는 각종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됐고, 과정이 모두 녹화돼 있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또 "(지난해 고인을 조사한) 이후 별도의 조사나 출석요구는 없었다. 그 외 검찰청에서도 조사나 출석요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전씨를 소환조사하는 등 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이 대표 및 야당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성남FC 의혹 사건이 전개될 당시 성남시 행정기획국장(4급)이던 전씨는 네이버가 민원 해결을 대가로 40억원 후원금을 성남FC에 지급한 혐의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도 전씨를 네이버 불법 후원금 실무 협상 창구로 지목하고 공모 관계를 적시했다. 영장 청구서에는 전씨의 이름이 총 23차례 등장한다. 

이와 함께 검찰은 "최근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이화영)에 대한 공개재판 과정에서 고인과 관련된 일부 증언이 있었으며, 검찰에서 이와 관련해 조사나 출석을 요구한 바는 없다"고 강조했다. 성남FC 의혹 외에 다른 건으로도 전씨에 대한 조사를 계획한 사실이 없다며 '사망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지난 1월31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쌍방울 전 비서실장은 "2019년 5월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전씨)이 김성태 회장 모친상에 조문을 왔다"고 증언했다. 전씨는 김 전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없었지만, 경기도를 대표해 장례식장을 찾았다고 한다.

전씨는 이 법정 증언이 나온 후 '대리조문' 당사자로 지목되고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자택 앞에서 10일 오전 취재진이 취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자택 앞 ⓒ 연합뉴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성남FC 후원금과 관련해 검찰의 기소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전씨가 느꼈을 압박감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가 기소되면 공범으로 지목된 전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등 재판에 나와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전씨 사망과 관련해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입니까. 수사당하는 게 제 잘못이냐"며 격양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전씨는 지난 9일 오후 6시45분께 성남시 수정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씨가 작성한 6쪽 분량의 유서에는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는 심경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유서에는 이 대표의 이름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족 측 반대로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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