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의심’ 60대 돌려보낸 경찰...피해자는 2700만원 빚더미에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3.1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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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캐낸 뒤 고금리로 대출...경찰 소극적으로 대응
디지털성범죄를 비롯해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피해자들은 본인의 주민등록번호까지 유출될 경우 ‘2차 피해’까지 당할 위험이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의 소홀한 대응으로 60대 남성이 2000만원이 넘는 보이스피싱(전화 금융사기)의 피해를 봤다. ⓒ 게티이미지뱅크

경찰의 소홀한 대응으로 60대 남성이 2000만원이 넘는 보이스피싱(전화 금융사기)의 피해를 봤다.

서울 강서경찰서와 피해자 등에 따르면, 김모씨(61)는 지난 7일 오후 2시경 본인을 A투자회사 직원으로 소개한 B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B씨는 김씨에게 A사로부터 주식 종목을 추천받아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지 않았냐며 손실분을 보상해주기 위해 연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에게 현금 보상은 어려우니 가상화폐로 대신하겠다며 통장과 신분증을 요구했다.

실제 김씨는 A사가 추천한 주식을 매수했다가 손해를 본 적이 있어 B씨를 의심하지 않았다. 이후 김씨의 통장엔 2700만원이 입금됐다. 그러자 B씨는 비트코인으로 주는 걸 현금으로 잘못 줬다며 본인에게 다시 이체해 줄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가족 등 주위 사람에게는 절대 언급하지 말라며 주의를 줬다.

이때부터 B씨를 수상하게 여긴 김씨는 돈을 다시 이체하기 전 강서경찰서를 찾았다. 경찰 측은 '오히려 돈을 받았는데 무슨 걱정이냐. 알아서 하시라'고 말한 뒤 김씨를 돌려보냈다.

이후 김씨는 곧바로 은행을 찾아가 B씨가 알려준 계좌로 2700만원을 송금했다. 이후 B씨로부터 추가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할 것을 요청받았다. 비대면 계좌 개설 방법을 딸에게 묻는 과정에서 이를 수상히 생각한 가족들은 은행에 확인해 김씨가 피해를 본 사실을 알게 됐다.

확인 결과 B씨는 김씨가 준 통장과 신분증으로 제2금융권에서 연 18.8%의 이자율로 2700만원을 대출받은 후, 마치 돈이 잘못 송금된 것처럼 속여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수법을 썼다.

결국 김씨는 자신의 명의로 실행된 대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김씨는 당일 저녁 딸과 다시 경찰서를 찾아 정식 신고 절차를 밟았다. 김씨 가족은 경찰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필요한 안내를 해줬다고 언급했다. 경찰 관계자는 "민원인이 처음 방문했을 때 경황이 없어서 그런지 조리 있게 설명을 못 하신 것 같다"라며 "당시 응대한 경찰관은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면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면 안 된다'고 안내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수사가 시작된 만큼 범인 검거와 피해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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