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7명 중폭 당직 개편에도 비명계 싸늘한 이유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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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친명계 덜어내며 내홍 수습 시도…사무총장 유임으로 ‘절반’ 평가
연일 ‘개딸’에 자제 요청에도 비명계 “확실한 결별” 요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및 한일정상회담을 규탄하는 4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25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및 한·일 정상회담을 규탄하는 4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사태’ 이후 연일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시도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당내 싸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오히려 ‘개딸’로 통칭되는 강성 지지층을 둘러싼 갈등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 등을 둘러싸고 계파 간 2라운드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수습책으로 단행한 인적 쇄신도 ‘절반의 개편’에 그쳐 내홍을 잠재우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7일 이재명 대표는 그동안 친(親)이재명계 일색이라고 비판받아 온 주요 당직을 친문재인계 및 호남 출신 의원들로 교체했다. 이날 이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호남 출신 비(非)명계 송갑석 의원을 임명하고 정책위의장에 계파 색이 비교적 옅은 3선 김민석 의원을 임명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 자리에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한병도 의원을 임명했다. 기존의 김성환 정책위의장, 김의겸 대변인, 문진석 전략기획위원장, 김남국 디지털 전략사무부총장 등 친명 인사 지도부도 교체됐다.

총 7명에 대한 인사 발표 후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번 당직 개편은 통합·탕평·안정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당직 개편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번에 대폭으로 했기 때문에 추가 개편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일축했다.

당내에선 비명계를 중심으로 곧장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비명계 의원들과 당 내 최대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 등에선 이 대표에게 인적 쇄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이 지목한 인적 쇄신 1순위는 사무총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총장은 당 살림을 책임지며 총선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 요직 중 요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이 대표가 사무총장 교체 요구에 끝내 응답하지 않으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조정식 현 사무총장을 유임하기로 한 데 대해 박 대변인은 “(조 사무총장이) 5선 의원으로서 일을 잘하고 안정을 추구하기 위한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비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인적 쇄신의 핵심인 사무총장은 그대로 두고 양으로 승부하려 한 것 같다”며 “총선 공천에 있어서만큼은 힘의 균형을 넘겨줄 수 없다는 이 대표와 친명계의 의지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비명계에선 진정한 인적 쇄신은 이 대표 본인의 거취에 달렸다는 입장이다. 지난 24일 박용진 의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누가 바뀌더라도 단기 처방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이재명 대표를 보좌하는 집행부에 있다기보다 이재명 대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비명계 이상민 의원 역시 통화에서 “이 대표가 당직 일부 개편하면서 수습하려 하는데, 본질은 바꾸지 않고 변죽만 울리려는 것으로는 수습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인적 개편을 둘러싸고 이 대표와 비명계 사이 온도차가 극명한 가운데, 민주당 앞엔 크고 작은 갈등 요소들만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다.

이른바 ‘개딸’들에 대한 비명계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지난 25일 이원욱 의원이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는 이들을 향해 “이제 분노조차 아깝다”고 직격했고, 이에 이재명 대표 역시 “내부 공격을 멈춰 달라”며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열흘 간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개딸들에게 호소하고 있지만 당 안팎의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들의 행동에 대해 이 대표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자 박용진 의원을 비롯한 비명계에선 이 대표가 이젠 더 확실하게 개딸들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친명계에선 “개딸은 여당에서 만든 프레임” “개딸과 절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갈등 해소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지난주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벌어진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면서 민 의원에 대한 복당 문제를 둘러싸고도 당내 이견이 분출되고 있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민 의원의 복당 추진을 거론하고 있는 반면, 비명계에선 이에 대한 반대와 민주당의 대국민 사과까지 제시하고 있어 갈등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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