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한동훈 영웅 만들기’는 성공할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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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지지율 비상에 韓 등판론 증폭…“구원 등판 시켜야”
MZ 지지↓‧2인자 이미지는 발목…“험지 출마해야” 당내 신중론도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에 현안보고를 위해 참석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에 현안보고를 위해 참석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총선은 나와 무관한 일”이라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입장을 정치권 그 누구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여야 할 것 없이 한 장관의 차기 총선 출마에 대해선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여권 내 차기 지도자 조사에서도 꾸준히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한 장관 본인 역시 계속해서 ‘정치인’의 언행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민의힘이 지지율 비상에 걸린 상황에서 ‘한동훈 등판론’은 더욱 점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가 선출된 후 줄곧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내년 4월 총선을 이끌 새로운 인물 중 한 명으로 한 장관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신임 원장이자 친윤계인 박수영 의원이 이러한 흐름에 더욱 불을 지폈다. 27일 박 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셀럽이자 X세대인 한 장관이 총선에 등판해 기존 586 운동권 세력을 퇴장시키고, 영호남 갈등을 없애버리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며 한 장관이 선거대책본부장 등 중책을 맡는 것 또한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에서 한 장관에 대해 기대를 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민주당과 싸우며 ‘별의 순간’을 잡은 윤석열 대통령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 장관은 민주당과 여러 차례 맞붙으며 존재감을 키웠고 보수 지지층의 열렬한 응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한 장관이 이미 윤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시각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박수영 원장 역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대통령을 징계하면서 윤 대통령이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며 “(한 장관 역시) 셀럽을 뛰어 넘어 히어로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과 더욱 세게 부딪치면 칠수록 한 장관의 정치적 주가는 급등할 거란 해석이다.

다만 한 장관의 등판으로 인한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선 좀 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선 여권에서 강조하는 한 장관의 ‘높은 대중성’과 ‘막강한 존재감’이 보수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 민심까지 이끌어올 수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분위기다.

한 장관은 그동안 야당과 맞붙는 과정에서 지지층을 중심으로 ‘사이다’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반대로 ‘싸우기만 하는’ 강경한 이미지도 추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에 출석해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 총선 승리의 핵심인 중도층을 흡수하는 데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과 지난 2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한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20%)에 이어 11%로 2위에 올랐다. 그런데 중도층으로부터 받은 지지율은 8% 한 자릿수에 그쳤다.

현재 국민의힘의 가장 큰 고민인 MZ세대(2030세대)에 있어 한 장관의 소구력이 그리 크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실제 갤럽 조사에서 한 장관은 20대에서 6%, 30대에서 9%를 얻어 부진했다. 한 장관의 인기는 아직 국민의힘 주요 지지층인 6070세대(60대 20%, 70대 이상 10%)에 갇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윤석열 정권 2인자’이자 ‘검찰 출신’이라는 한 장관의 꼬리표 또한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은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같은 생각과 철학을 가진 ‘한 몸’으로 볼 것”이라며 “이것이 당 지지층 결집엔 효과적일 수 있지만 한 장관의 확장성엔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나라 전체가 검찰공화국이 돼버린 데 대한 국민적 반감이 굉장히 크다”며 “검찰 이미지가 누구보다 강한 한 장관 역시 이러한 심판 여론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국민의힘 내에서도 한 장관의 등판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윤계에선 한 장관의 존재감이 일찍 소모돼 버릴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윤석열 정부 내각을 지키며 국정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비윤계를 중심으로 한 장관이 정치에 뜻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 장관직을 사퇴하고 ‘험지’ 출마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28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한 장관 정도 되면 당에 빚을 지는 정치인보다 오히려 당을 어려움에서 구해내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 좋다”며 “험지에서 소구력이 있을 만한 행보를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과 통화한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 역시 “한 장관이 야심차게 정치에 도전장을 던지고 나서 강남이나 송파에 출마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고 이겨도 별로 얻는 게 없다”며 “최소한 강북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용한 한국갤럽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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