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빈혈, 나이 들면 당연히 따라오는 게 아니다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3 13:05
  • 호수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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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저하·인지기능장애·심혈관질환 유발
선별검사 하고 원인 평가해 적극 치료해야 

72세 여성이 최근 건강검진을 받고 빈혈 소견을 받았다. 피로감이나 약간의 숨 가쁨이 있기는 했지만 나이 탓이라 생각했다. 빈혈은 헤모글로빈 수치가 남성은 13g/dL, 여성은 12g/dL 이하인 경우다.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빈혈 유병률은 최대 23%다. 낮지 않은 유병률인데도 질병 자체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고, 헤모글로빈 수치 감소를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는 경향마저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다수 노인은 정상 수치를 유지한다. 

노인성 빈혈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는 철분, 비타민 B12, 엽산 같은 필수 영양소 결핍이다. 이는 노화로 인한 위장의 흡수 능력 저하, 식이 변화 또는 구강 문제로 인한 식이 섭취 감소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신장질환, 당뇨병, 만성 간질환, 류머티스 질환이나 감염 같은 만성 질환으로 인한 빈혈이다. 이러한 만성 질환은 적혈구 생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적혈구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세 번째로 골수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다. 노화로 인한 골수 기능 저하 또는 골수이형성 증후군, 재생불량성 빈혈, 혈액암 같은 악성 질환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영양 결핍·만성 질환·출혈이 원인일 수 있어

잘 알려진 빈혈의 또 다른 원인은 출혈이다. 출혈은 궤양성 질환이나 위암·대장암·치질·치열 같은 질환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 가벼운 빈혈이 있는 노인의 경우 빈혈이 없는 노인보다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결코 노인의 빈혈과 암 사망률의 연관성을 간과할 수 없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복용하는 약물도 증가하는데 일부 약물은 빈혈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항암제, 항생제, 항경련제, 항류머티스약물, 산 분비억제제, 티아자이드계 이뇨제 등은 빈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약제를 장기간 먹는 경우는 주치의가 위험을 조절하면서 처방할 것이다.

노인의 빈혈은 다양한 건강 위험이나 삶의 질과 연관되어 있다. 우선 빈혈은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감소시켜 피로와 체력 저하를 유발하고 일상의 독립적인 활동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한다. 두 번째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노인의 빈혈은 인지기능 장애와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뇌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적절한 산소 공급이 필요하다. 빈혈을 유발하는 만성 저산소증은 이러한 인지기능 저하 및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로, 노인의 빈혈은 심혈관질환 또는 신장질환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의 입원 및 사망 위험률을 더 높인다. 비슷한 맥락으로 기존에 있던 심혈관질환의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우리 몸에 사용 가능한 적혈구 양이 적을 때 심장은 몸에 산소를 전달하기 위해 더 무리해 많이 뛰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심부전·협심증·부정맥 같은 합병증이 유발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임상적 의미나 위험 요소를 고려할 때 노인의 빈혈은 간과할 문제가 아니라 적절하게 선별검사를 하고 원인을 평가해 치료할 대상이다. 빈혈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노인의 건강과 전반적인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위험 요인에 대한 인식 그리고 관련 증상들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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