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우주발사체 생산시설 어디에…고흥·순천·창원 3파전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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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지여건 등 고려 4월 중순께 선정 예정
‘전남 고흥·순천 경쟁’…전남도, 고흥 편들기에 순천 ‘부글부글’

국내 항공·우주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될 한화에에로스페이스의 ‘한국형 우주발사체 단조립장’(우주발사체 생산시설)이 어디에 들어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22년 6월 발사된 누리호에 이어 차후 발사 예정인 차세대 발사체는 제작에만 1조원이 투입될 전망이어서 단조립장이 들어설 지역의 관련 전후방 사업에 미칠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전남 순천시와 고흥군, 경남 창원시 등 3개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우주발사체 생산시설 유치에 뛰어든 이유다. 당초 3월 말로 예상됐던 후보지 발표는 다음 달 중순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남 순천시와 고흥군, 경남 창원시 등 3개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한화에에로스페이스의 ‘한국형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유치에 뛰어들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2차 발사일을 하루 앞둔 지난해 6월 20일 누리호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해 있다. ⓒ시사저널/사진공동취재단​​​
​​​전남 순천시와 고흥군, 경남 창원시 등 3개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한화에에로스페이스의 ‘한국형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유치에 뛰어들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2차 발사일을 하루 앞둔 지난해 6월 20일 누리호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해 있다. ⓒ시사저널/사진공동취재단​​​

“1조원대 잡아라” 지자체 사활 건 ‘힘겨루기’ 

29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누리호 기술이전을 받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발사체 생산시설을 조성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곳에서 2024년부터 2027년까지 3차례 쏘아 올릴 우주발사체(누리호)를 조립·제작할 예정이다. 3단인 발사체는 높이 47m에 총중량 200톤, 6개 엔진이 들어간다. 발사체를 완성하는 조립은 ‘우주개발 기술의 꽃’으로 불리며 첨단산업 육성을 이끌게 된다. 

그동안 두 차례 쏘아 올린 누리호의 경우 경남 사천에 있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단조립장 등에서 조립·제작됐다. 그러나 누리호 기술이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넘어감에 따라 새로운 단조립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외부전문 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이달 말께 우주발사체 생산시설 건립 후부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4월 중순쯤으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본사가 있는 경남 창원과 전남 순천(율촌1산단), 고흥 등 3곳을 3곳을 발사체 생산시설 예비후보지로 정하고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발사체 이송 환경이나 건립 부지 환경 그리고 직원들 정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정한다. 한화는 최근 각 지자체의 제안 사항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자체 마다 최적지 강조…창원 ‘가포신항 배후지’

이에 해당 지자체와 상공업계는 우주발사체 생산시설 유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창원시는 건립 부지로 가포신항 배후 단지를 제시했다. 가포신항에서 발사체를 실어 뱃길로 나로 우주센터로 수송하는 계획이다. 누리호 발사에 참여한 40개 업체 중 6개가 창원에 있고 재료연구원과 전기연구원도 있어 연구개발, 기술지원이 유리하다. 조립장이 대도시 안이어서 정주 여건도 좋다.

류효종 창원시 미래전략산업국장은 “우주산업은 정밀가공과 시스템 산업으로 이뤄진 것인데 창원은 기계와 융합된 정밀가공 산업의 핵심 기지다”라며 적지임을 강조한다. 창원상공회의소는 최근 “단조립장은 발사체 조립·제작의 기술력과 경험이 풍부한 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인 창원에 조성돼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정부, 국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에 전달했다.

고흥군은 정부 지정 우주발사체 특구가 강점이다. 인공위성 발사장인 나로 우주센터 근처 넓은 터가 최적지라고 주장한다. 특히 국토부가 지난 15일 고흥 외나로도 일원을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최종 선정하면서 유치전에서 날개를 단 모양새다. 박기종 고흥군 우주항공추진단장은 “우주발사체 국가산단이 고흥군에 지정됐다”며 “그래서 우주발사체 관련해 모든 분야가 고흥군에 집적화해야 한다”고 유치 당위성을 주장했다. 

전남 순천시와 고흥군, 경남 창원시 등 3개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한화에에로스페이스의 ‘한국형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유치에 뛰어들었다. 건립부지가 어디로 들어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해 6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시사저널/사진공동취재단
전남 순천시와 고흥군, 경남 창원시 등 3개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한화에에로스페이스의 ‘한국형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유치에 뛰어들었다. 건립부지가 어디로 들어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해 6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시사저널/사진공동취재단

고흥 ‘우주발사체 특구’ vs 순천 ‘율촌1산단’ 

순천시는 고흥군보다 정주 여건이 좋고 910만㎡ 면적에 항만까지 갖췄다며 율촌1 산업단지를 최적지로 내세웠다. 율촌1산단 내 예정 부지는 2012년 준공 인가돼 기반 시설이 완비돼 있고, 즉시 부지 매입과 입주가 가능한 장점을 지녔다. 순천시는 순천상공회의소, 율촌산단협의회와 함께 생산시설 유치에 나섰다. 황학종 순천시 신성장산업과장은 “정주 여건도 좋고 나로우주센터와 멀지 않은 율촌1산단이 우주발사체 생산시설 최적지”라며 “바로 입주가 가능하고 바로 건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부지”라고 강조했다. 

후보지 3곳을 비교하면 창원은 협력업체 지원에, 순천은 산업용지 확보와 근무자 정주 여건에, 고흥은 발사체 운반 등 접근성에서 각각 장점이 있다. 해당 지자체 등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공·우주산업 앵커 기업(선도기업)인 만큼 우주발사체 생산시설이 들어서면 인구 유입뿐 아니라 연관산업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흥 vs 순천, 과열 경쟁…유치전 이후 ‘걱정’ 

하지만 전남 내부에서 후폭풍 조짐이 일고 있다. 전남 두 곳이 유치를 신청한 상황에서 전남도가 우주발사체특구로 지정된 고흥군을 1순위 후보지로 올려 순천시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남도는 우주발사체 특화지역으로 지정된 고흥이 선정되는 것이 맞다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발사체 생산시설 유치전에 도내 지자체인 고흥, 순천이 뛰어들어 대놓고 어느 편만 들 수 없는 곤혹스런 처지다. 전남도는 기본적으로 한화가 발주한 용역결과를 지켜본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창원과 순천, 고흥 모두 우주발사체 생산시설 입지로 장단점이 있지만, 정부가 고흥을 우주산업 클러스터로 지정한 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의뢰한 용역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용역평가 위원들이 현명하게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순천시는 전남도의 일방적 고흥 편들기(?)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SNS에 잇따라 글을 올려 “순천을 들러리 세울 수 없을 텐데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많다”면서 전남도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자 고흥군 공직사회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고흥군공무원노조는 내부 행정망에 올린 입장문에서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양 시군 공직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SNS 활동을 당장 멈추라”면서 노관규 시장을 직격했다.

한화가 후보지 발표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상대를 원색적으로 자극하는 일은 자제하는 분위기이지만 순천시와 고흥군의 유치경쟁은 여전히 불을 뿜고 있다. 여기에 전남도와 순천시의 갈등이 수면 아래에서 끓고 있고, 순천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간에 유치하든 실패하든 이른바 ‘숟가락론’ 둘러싼 감정싸움도 예상돼 벌써부터 유치전 이후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눈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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