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대출 기준 완화에도 신혼부부는 “실효성 없다”…이유는?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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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주택 대출 소득기준 1000만원씩 올려 문턱 낮춰
맞벌이 부부 평균 소득은 8040만원…상당수 ‘기준 초과’
고소득 부부가 출산율 더 낮아…“사회적 합의로 논의해야”

합계출산율 0.78명 시대, 저출산의 늪에 빠진 한국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단축근로와 돌봄 확대 등 각종 지원책을 늘리고, 신혼부부에게는 저리로 대출을 제공해 주거 안정성을 높인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즉각 부정적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약 1년 만에 나온 범정부 차원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이지만,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취지다. 특히 이번 대책에 포함된 대출 소득 기준 완화와 관련해선 회의적 반응이 줄 잇고 있다. 1%대 저리로 특례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신혼부부의 소득 기준을 1000만원씩 높이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현실성 없는 기준’이란 꼬리표가 달리는 실정이다.

정부가 저출산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성 확대를 위한 대출 특례상품을 마련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저출산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성 확대를 위한 대출 특례상품을 마련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신혼부부 주택 대출 기준 낮추고 43만 가구 공급…실효성은?

전날(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놓은 종합대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신혼부부 대상으로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방향의 대책이 나왔다는 것이다. 정부는 신혼부부가 주택 구매자금을 대출할 때 낮은 금리(연 2.40%)로 이용할 자격을 기존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에서 8500만원 이하로 올리고, 전세자금 대출(연 1.65%) 요건도 6000만원 이하에서 7500만원 이하로 높이기로 했다. 또 공공분양 다자녀 특별공급에 지원하기 위한 자녀 수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하고, 향후 5년간 신혼부부에 공공‧민간분양 물량 43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중에서도 신혼부부 대상 대출 특례상품에 이목이 쏠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당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만 2조원 규모다. 소득 요건을 완화하면서 혜택을 받을 가구 수는 약 1만 가구 수준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일단 2조원 내에서 한시적으로 특례상품을 운영한 뒤 대출 소요액 등을 두루 고려해 이듬해 재구조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내놓으며 부동산에 초점을 맞춘 데엔, 출산을 하는 데 있어 주거안정성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란 인식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2015년 실시한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위해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주거가 43.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제 2021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신혼부부의 평균 자녀 수는 0.60명으로, 1채 이상 소유한 부부(0.73)보다 낮았다. 통계청이 정의하는 신혼부부란 매년 11월 1일 기준 최근 5년 이내 혼인 신고를 하고 국내에 거주하면서 혼인 관계를 유지 중인 부부다.

작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5개국 중 합계출산율 0명대는 한국이 유일하다. ⓒ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5개국 중 합계출산율 0명대는 한국이 유일하다. ⓒ 연합뉴스

부부 중 한 명이라도 대기업 다니면 특례대출 ‘언감생심’

다만 정부가 책정한 ‘소득 기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정부는 주택 구매나 전세자금 특례 대출을 받기 위한 연소득 기준(부부 합산)을 종전 7000만원(매매)과 6000만원(전세)에서 각각 1500만원씩 올렸다. 하지만 대출 문턱을 낮춘 정부안에도 신혼부부나 예비부부들 사이에선 현실과 동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초혼 신혼부부의 연간 평균소득은 6400만원이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라면 평균 소득이 8040만원으로 늘어난다. 상당수의 맞벌이 부부는 금리 1.65%대의 전세자금 특례대출을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연소득 8500만원(부부 합산)으로 기준이 올라간 주택 구매자금 대출의 벽도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부부 중 한 사람이 300인 이상 대기업에 근무한다면 특례대출 이용은 언감생심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693만9085원, 연으로 환산하면 8300만원 수준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신혼부부를 위한 꼼꼼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의 비중이 전체 신혼부부의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부부합산 연간 소득이 7000만원이 넘는 신혼부부의 비중은 52%에 달한다. 통상 소득이 높을수록 출산율은 떨어진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소득구간 3000만~5000만원인 부부의 평균 자녀수는 0.85명인 반면 7000만~1억원인 부부는 0.64명, 1억원 이상은 0.63명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신혼부부들이 오히려 아이 낳기를 꺼려 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신혼부부 비중이 높고 여력이 있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저출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소득 기준을 사회적 합의에 따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결국 다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 기준 완화 등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출산율 완화를 위한다면 소득기준을 최대한 완화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다른 계층과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적정 수준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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