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낸 ‘尹 측근’ 김성한에 뒤숭숭한 ‘용산’
  • 박성의·구민주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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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尹, 고심 끝 사의 수용”…후임은 조태용 주미대사
與일각 ‘권력 다툼’ 등 관측 무성…‘대규모 물갈이’ 임박설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윤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다. 김 실장의 ‘사표 내막’을 두고 갖은 설(說)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김 실장 후임으로 조태용 주미대사를 내정하면서 논란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5월 전후 외교‧안보라인의 대대적인 개편‧개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번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의 표명한 김성한, 후임은 조태용

윤 대통령은 29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신임 안보실장에 조태용 주미대사를 내정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김성한 안보실장의 사의를 고심 끝에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사의 수용은 김 실장이 언론에 사퇴 의사를 밝힌 지 한 시간여 만에 이뤄졌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언론에 본인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저는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 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안보실장 교체설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전날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관련 질문에 “어제 말씀드렸던 뜻은 당초 안보실장 교체를 검토한 바는 없었으나 김 실장이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여러 차례 피력했고 대통령께서도 제가 알기론 만류를 하신 거로 알고 있는데 본인께서 거듭 이같은 바람을 피력해서 고심 끝에 대통령이 수용하신 거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인사 공백을 막기 위해 빠르게 후임자를 물색했다는 전언이다. 윤 대통령은 고민 끝 김 실장 후임으로 조태용 주미대사를 내정했다. 조 내정자는 대미·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관 출신으로, 2020년 미래통합당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의원을 지내다가 윤석열 정부 초대 주미대사에 발탁됐다.

8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업무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업무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측근’ 사의에 대규모 ‘물갈이설’ 전망도

김 실장이 갑자기 사의를 표하면서 여권 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돼 와서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과 대광초등학교 동창으로, 대선캠프와 인수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을 설계했다. 최근 한‧일 정상회담과 오는 미국 국빈 방문 일정 등도 김 실장이 총괄해 왔다는 전언이다.

대통령실은 김 실장의 사의 배경을 ‘일신상의 이유’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안보실 1‧2인자인 김 실장과 김태효 1차장이 서로 정책 방향은 비슷하지만 업무 스타일이 달라 갈등을 빚어왔다는 후문이 들린다. 이에 김 실장이 교체된 후 김태효 차장의 거취는 어떻게 정해질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정계에서는 5월 전후 외교‧안보라인의 대대적으로 교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4월 말 방미 일정을 마치고 5월10일 취임 1년을 맞는 시점, 늦어도 5월 하순 G7 정상회담 전후로 외교‧안보라인 중심의 개편 및 개각을 단행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반기부터 총선 모드가 본격화된다는 점도 개편‧개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당장 박진 외교부 장관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 교체 이야기가 나온다. 박진 장관의 경우 ‘바이든-날리면’ 논란부터 최근 한‧일 정상회담까지 잡음이 많아 교체설이 이어졌다. 권영세 장관 역시 10‧29 이태원 참사와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태로 악화한 지역 민심을 서둘러 살펴야 할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들이 물러날 경우 자연스럽게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개편‧개각 범위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내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이들이 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서관급 이상 뿐 아니라 행정관급 일부도 대통령실을 나갈 가능성이 커 조직 전체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일각에선 지난해 북한 무인기 대응 등 혼선을 빚은 국방 분야를 비롯해, 장‧차관 복무 평가를 근거로 추가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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