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바꾸는 데 하나도 희생하지 않겠다는 국회의원들, 부끄럽지 않나?”
  • 박나영·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3 12:05
  • 호수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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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위 공직자 특권 폐지 운동’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정치 개혁 위해선 국회의원 특권 없애는 게 무엇보다 중요”

영원한 재야(在野).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77)의 별명이다. 정치 인생 수십 년 동안 여전히 ‘0선’이어서 붙은 별명일 수도 있지만, 언제나 외골수로 주류와 싸우며 자신만의 길을 고집해 왔던 그에게 딱 어울린다. 장 원장은 현재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들의 특권과 특혜 폐지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3월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위 공직자 특권 폐지를 위한 국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치 개혁을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특권과 특혜를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이 선거제 개편이란 정치 개혁의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는 중차대한 상황 속에서 시사저널은 3월28일 여의도에 위치한 연구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3월2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3월2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전관들, 특권 카르텔로 부패공화국 만들어”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의 특권과 특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의원 월급이 한 달에 1200만원, 1년에 약 1억5000만원이다. 액수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갖다 붙일 수 있는 명분을 다 갖다 붙여놨다. 연간 특별활동비 564만원, 간식비 600만원, 해외시찰비 2000만원, 차량 관련 지원비 1740만원, 택시비 1000만원, 야근 특근비 770만원 등이다. 국회의원 1인당 1년간 7억700만원이 든다. 회계 보고도 안 한다. 차량을 타든 안 타든, 정책 자료를 발간하든 안 하든 주는 거다. 이렇게 특권을 누리면서 서민의 삶을 제대로 보살필 수 있겠나.”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임금 등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도 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는데.

“다른 나라들은 이렇지 않다. 미국은 국회 밖에서 (임금 등이) 결정되고, 프랑스나 스웨덴은 공무원 월급 인상률에 따라 인상되게 돼있다. 내 주장은 우리 국회의원 임금을 근로자 평균 임금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 400만원 정도 될 거다. 별개로 정책 자료도 발간하고, 택시도 탈 수 있다. 그러면 그때그때 국회 사무처에 신청해서 쓰면 된다.”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역시 시대착오적 특권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6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데도 구속되지 않았고, 이재명 대표는 혐의가 한두 개가 아니다. 당연히 구속수사해야 될 사안들이다. 그런데 단순히 검찰이 국회의 동의를 받지 못했기에 구속하지 못하는 거라고 보면 안 된다. 나는 검찰이 일부러 구속하지 않는 거라고 본다. 의지만 있다면 회기 안 열 때 얼마든지 구속할 수 있다. 의지가 없는 거다. 이 대표의 대장동 게이트를 보면 핵심 인물들이 다 검찰 고위직이다. 다 한통속이라고 본다.”

‘전관범죄’를 척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는데.

“판사·검사·대법관 지낸 사람들이 어떤 사건을 수임하면 상당히 잘 봐주는 게 전관예우 아닌가. 잘 봐준다는 게 무슨 말이겠나. 소송 상대방은 피해를 보는 거다. 전관범죄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 존재하고 있다. 판검사, 여야, 전·현 집권세력 할 것 없이 다 똑같다. 이들이 특권 카르텔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부패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는 거다. 그래 놓고 부끄러움도 모른다.”

얼마 전 선거제 개편안에 국회의원 증원 계획이 담겨 논란이 된 바 있다. 의원들이 각자의 이익만 추구해 합의안 도출이 어려울 거란 부정적 관측도 벌써부터 나오는 등 국민의 신뢰도가 낮은 듯하다.

“합의안을 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현행과 거의 비슷하게 갈 거다. 그리고 왜 증원 얘기가 나온지 아나. 지역구를 줄이지 않겠다는 거다. 현재 누리는 기득권은 손톱만큼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거라고 본다. 그렇게 해서 되겠나. 국가 제도를 바꾸기 위해 희생도 필요한데 자신들이 하나도 희생하지 않겠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 태도들이 정말 잘못됐다.”

급여를 줄여 전체 세비에 변동 없이 수를 늘리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주장을 할 순 있지만, 그것도 다 허풍이라고 본다. 조금만 있으면 다시 (급여는) 다 올라가게 돼있다.”

 

“의원 특권 많으니 온갖 사람이 다 하려고 해” 

정치인들이 말로만 정치 개혁을 얘기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치 개혁을 위해선 특권을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권이 많으니 온갖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려고 하는 거다. 스웨덴 같은 곳은 한번 국회의원을 하면 다시 안 하려고 한다. 봉사직으로 매우 어렵게 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염라대왕도 부러워한다고 하지 않나.”

정치제도에서 개선이 더욱 시급한 부분들이 있을까.

“제도보다도 우선 대통령이 만기친람하고 있다. 검사 출신이 어떻게 노동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겠나. 먼저 장관이 다루고 그다음에 쟁점이 생겼을 때 대통령이 나서면 되는데 모든 걸 대통령이 하려고 한다. 또 청와대(현 대통령실) 비서들은 아무리 높아도 비서에 불과한데 정치를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이어져 왔다. 그래도 과거엔 비판이라도 나왔는데 이젠 비판도 나오지 않는다.”

YS(김영삼), DJ(김대중), MB(이명박)의 영입 제안도 뿌리치고 비주류로 살아왔다. 그렇게까지 고집스럽게 길을 걸어온 이유가 뭔가.

“어릴 땐 세상을 바꾸려고 했고, 정보화 사회가 됐다. 물질적으론 풍요롭고 정신적으론 고양될 수 있으며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온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아실현의 보람과 기쁨을 느끼며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거다. 나는 그런 세상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기존 정당에 가면 안 됐다. 그래서 50년간 내 길을 걸어온 거다.”

민중당·녹색사민당 등 숱한 당적 이력을 갖고 있는 장기표 원장이 기존 정당에 몸담았던 것은 2002년 재보선 때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2020년 총선 때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등 단 두 차례였다.

‘영원한 재야’란 별명도 갖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0선의 삶이 아쉽진 않은가.

“나라고 해서 영원한 재야도 아니지만, 가장 재야답게 살아왔다. 나 스스로는 문화재를 자임하는 사람이다. 문화재는 다음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 고유성이다. 옳다 그르다, 더 좋다 나쁘다가 아닌 독특한 거다. 나만큼 독특한 정치활동을 한 사람은 없다. 다른 하나는 평생 하는 거다. 그 두 가지 점에서 스스로 정치 문화재라고 생각한다.”

다음 총선 등 선거 출마 계획도 있나.

“그런 일은 이제 없다. 특권 폐지를 통해 한국 정치가 정상화되길 바란다.”

앞으로 특권 폐지 운동을 어떻게 전개할 계획인가.

“국회의원을 포함해 고위 공직자들에게 전부 편지를 보내 답변을 요구한 후 명단을 다 공개할 계획이다. 굉장히 힘들 걸 안다. 저들은 어지간해선 눈도 깜짝 안 할 거다. 다 면역이 돼있기 때문이다. 근데 나를 당하긴 어려울 거다.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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