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만 끊나? 술도 끊어야 암 예방할 수 있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2 16:05
  • 호수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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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가 제시한 3가지 암 예방법 ‘금연·금주·식이’…모든 암 유발하는 초가공식품 피해야  

국립암센터가 국가암등록통계를 내기 시작한 20년 전 연간 약 10만 명이던 암환자 수는 현재 약 25만 명으로 2.5배 증가했다. 한국인 기대수명인 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다. 한 해 약 8만 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암은 국내 사망 원인 1위다. 

그러나 상당수 암은 예방이 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체 암 가운데 3분의 1은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로 완치할 수 있으며, 나머지 3분의 1의 암환자도 적절하게 치료받으면 완화가 가능하다는 뜻에서 ‘3·2·1’을 상징하는 3월21일을 암 예방의 날로 정했다. 이날 국립암센터와 국가암정보센터는 실천 가능한 암 예방법으로 ‘금연·금주·식이’를 강조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사망 원인 2~5위 질환(심장질환·폐렴·뇌혈관질환·자살)으로 인한 사망을 다 합친 것보다도 많은, 압도적인 1위가 암이다. 암은 노화 질환이므로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앞으로 암 발생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암에 걸린 후 치료하는 것보다 그 전에 예방하길 원한다. 암 예방을 위해서는 그 원인을 알아야 한다. 암 원인의 30%는 흡연이고, 음식이 30%, 감염이 20%, 알코올이 5%다. 감염은 치료해야 하는 영역이지만 나머지 세 가지는 관리만 잘하면 의학적 도움 없이도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우태윤
ⓒ시사저널 우태윤

금연: 담배종결전에 돌입한 세계 각국

암 가운데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다. 한 해 약 2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이 폐암으로 사망한다. 주요 원인은 흡연이다. 흡연자의 폐암 발생은 비흡연자의 4~8배다. 후두암과 식도암 위험도 각각 7배와 2배 증가한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1998년 66%이던 국내 흡연율은 2020년 34%까지 감소했다. 2005년과 2015년 두 차례 담뱃값 인상과 지속적인 금연운동이 흡연율 감소에 기여했다. 

그러나 흡연을 처음 시작한 나이는 지난 15년 동안 변동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흡연자가 처음 담배를 접한 나이는 2005년 14.1세, 2021년 14.2세다. 또 담배 종류가 다양해 흡연자의 금연 의지를 꺾는 부분도 있다. 금연자가 늘어나자 담배회사는 전자담배를 개발해 일반 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롭다면서 흡연자를 유혹한다. 기존 담배의 위해성이 100%라면 전자담배는 65% 정도다. 전자담배가 건강에 덜 해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독약을 물에 타서 마시면 괜찮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흡연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담배는 진화하고 있다. 그러자 세계 각국은 담배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이른바 ‘담배종결전(Endgame)’이다. 뉴질랜드는 2021년 ‘연기 없는 뉴질랜드 2025’를 발표하고 2025년까지 흡연율을 5% 미만으로 줄이기로 했다. 호주도 2030년까지 흡연율을 5% 미만까지 낮추기로 했고, 핀란드는 2040년까지 전체 인구 중 흡연 인구를 2% 미만으로 감소시킬 계획이다. 

담배종결전을 촉발한 것은 담배규제협약(FCTC)이다. 이 협약은 2005년 각국의 개별적인 금연 정책을 넘어 세계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마련됐다. 2008년 WHO 회원국이 이 협약을 의무적으로 지키도록 권고하는 이행전략(MPOWER)도 발표됐다. MPOWER은 6가지 이행전략의 영문 첫 글자에서 따왔다. M(monitor)은 담배 사용과 규제 정책의 모니터링, P(protect)는 담배 연기로부터 보호, O(offer)는 금연지원 서비스 제공, W(warn)는 담배 위험성 경고, E(enforce)는 담배 광고나 판촉 금지, R(raise)은 담뱃세 인상이다.

이강숙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과 교수(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는 “2022년 WHO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MPOWER 중 P와 E에 대한 이행이 전무하다. 공공장소의 금연과 담배 광고 및 판촉과 후원 금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호주·영국·프랑스가 시행한 표준 담뱃갑(plain packaging) 제도도 도입할 만하다. 표준 담뱃갑이란 담뱃갑에서 회사 로고나 이름을 없애고 모든 담배 제품의 디자인을 통일하는 규제 정책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금주: 한두 잔은 괜찮다는 인식은 낡은 개념

담배와 함께 술(알코올)도 1급 발암물질이다. 알코올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하는데 이 물질도 1군 발암물질이다. 1군 발암물질은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에 발암성 근거가 충분하다고 분류한 발암물질군이다. 술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가장 쉽게 접하는 1급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약 2500만 명이 술을 마시는데 상당수는 알코올이 1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국립암센터의 대국민 조사에서 술이 1급 발암물질인지 모르는 사람이 10명 중 7명으로 집계됐다. 또 국민의 46.9%는 한두 잔의 음주는 건강에 별 영향이 없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음주는 건강에 좋다는 생각은 낡은 개념이다. 예전에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와 알코올 섭취량을 비교한 적이 있는데,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약간 마시는 사람의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낮았다. 그래서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른바 적정음주량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이후 의료계는 이 연구 결과가 과장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는 참가자 중에는 이미 암이나 간경화에 걸려 건강을 망친 사람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또 예전에는 술과 심혈관질환 발생의 관계만 따졌다면 최근에는 음주량에 따른 모든 사망 원인을 분석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술을 조금 마시는 사람은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다. 일각에서는 포도주나 막걸리는 건강에 이롭다고 주장하고, 알코올 도수가 낮으면 괜찮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암 발생은 술 종류나 알코올 도수와 무관하며, 오로지 알코올 섭취량에 비례한다. 하루 1잔의 음주라도 구강암·인두암·후두암·식도암·간암·대장암·위암 등 여러 종류의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결국 WHO는 건강을 위한 음주량에 대해 ‘한 잔도 마시지 않는 것’이라고 선언하고 적정음주량 개념도 폐기했다. ‘건강한 음주량’이란 없다는 의미다. 유럽 의학계도 음주 가이드라인에 ‘건강을 위해서는 소량의 술도 마시지 않는 것이 더 좋다’고 표기했다. 우리나라 국립암센터도 2016년 암 예방 10대 수칙 중 ‘술은 하루 한두 잔 이내로 마시자’를 ‘암 예방을 위해서 소량의 음주도 하지 말자’로 개정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술 접근을 막는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캐나다·호주·싱가포르 등은 음주 장소와 시간 그리고 판매까지 제한한다. 미국·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은 연예인의 주류 광고를 금지했다. 특히 프랑스와 스웨덴은 TV와 라디오를 통한 술 광고를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한국은 아이돌이 술 광고에 출연하는 유일한 나라다. 밤 10시 이후에도 소주 광고를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드라마·영화·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의 음주 장면도 흔하다. 

국립암센터 조사에서 암 예방을 위해 음주 규제를 시행하는 방안에 대해 국민의 47.9%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금주를 권고하는 것에는 48.4%가 동의했다. 음주 규제를 시행한다면 필요한 정책 1순위는 ‘술 광고 금지’를 꼽았고, ‘공공장소 음주 규제’와 ‘음주 위해성 알리기’가 뒤를 이었다. 이해국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장 효과적인 알코올 정책은 가격·세금 정책, 물리적 접근 용이성 규제, 음주운전 대책이다. 그러나 우리는 교육과 설득에 의존한다. 금연 예산은 2018년 기준 1438억원인데, 금주 예산은 14.9억원으로 15년째 변화가 없다. 이는 주류회사가 음주 마케팅에 쓰는 비용의 0.16%에 불과하다. 지자체마다 절주 사업을 하는데 지자체의 95%는 담당 공무원이 1명 미만이다. 그만큼 우리의 음주 규제 정책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식이: 초가공식품 먹으면 암 위험 증가 

국내에서 한때 위암이 급증했다가 최근에는 대장암 발병과 사망이 증가세다. 위암과 대장암은 특히 식습관과 관련이 있어 이들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이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짜거나 탄 음식을 피하라고 권장한다. 국가암정보센터가 제시한 암을 예방하는 10가지 생활수칙에도 ‘음식을 짜게 먹지 않고 탄 음식을 먹지 않기’ 항목이 있다. 특히 대장암 발생은 붉은 육류와 가공육 섭취와 관련이 있어서, 세계암연구기금(WCRF)과 미국암연구소(AICR)는 붉은 육류와 가공육 소비를 제한하라고 권고한다. 

최근에는 위암과 대장암뿐만 아니라 모든 암종의 유발·사망과 관련성이 밝혀진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에 대한 경고가 본격화됐다. 초가공식품은 식품첨가물이 다량 첨가되고 가공과 변형이 많은 식품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탄산음료·주스·소시지·시리얼·과자·빵·케이크·밀키트·라면 등이다. 올 1월에도 초가공식품과 34가지 암의 관련성을 연구한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연구팀은 40~69세 20만 명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10% 증가할 때마다 암 발병률이 2%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소암 발병률은 19%나 높아졌다. 또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10% 증가할 때 전체 암 사망률은 6% 상승했다. 특히 유방암 사망률은 16%, 난소암 사망률은 30% 높아졌다. 식품을 고온에서 처리하고 포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나 인공첨가물이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은 하루 당류 섭취량의 절반가량을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한다. 초가공식품을 아예 먹지 않을 수는 없으나 섭취량을 줄이고, 채소나 생선 등 가공이 덜 된 식재료를 구입해 가정에서 조리해 먹는 것이 암 예방에 이롭다. 김초일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객원교수는 “암 예방을 위한 식생활은 건강 식생활과 거의 같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한국 식생활 지침 항목 모두 암 예방에 좋은 내용들이다. 그중에서도 덜 짜게, 덜 달게, 덜 기름지게 먹자는 항목은 암 예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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