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용진·최태원은 제네시스 G90, 신동빈·이재현은 벤츠차 애용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1 12:05
  • 호수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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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 총수 및 후계자들 전용차 조사 결과
3세 경영자들, 10억원대 마이바흐 즐기던 선대와 달라 주목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벌 총수들의 애마는 고가의 수입차가 대부분이었다. 최고 사양의 벤츠나 BMW는 물론이고 세금 포함 가격이 10억원을 호가하는 마이바흐를 타는 회장님이 적지 않았다. 작고한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과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주로 벤츠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마이바흐를 이용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GS건설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자홍 전 LS그룹 회장,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도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롤스로이스 팬텀 등을 전용차로 탔다. 이 차의 국내 판매가격 역시 2억~7억원 안팎에 이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전용차 G90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전용차 G90 ⓒ연합뉴스

주요 그룹 총수 12명이 현대차 G90 사용

하지만 최근 재계의 경영권 승계가 가속화됐다. 과거 고속성장을 일궜던 2세대 총수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3세대 총수가 대거 회장에 취임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과 3위인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4위인 LG그룹 구광모 회장 등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경영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밖에도 김남호 DB그룹 회장과 구자은 LS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규호 코오롱그룹 사장 등이 모두 40·50대 젊은 총수이거나 후계자들이다.

그래서일까. 이들이 평소 즐겨 사용하는 전용차도 아버지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럭셔리한 고가의 수입차보다 국산 세단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공식 취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이 그룹 안팎의 행사에 자주 이용하는 자동차는 G90이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라인 제네시스의 최고급 세단으로 가격은 1억원 전후다. 이 회장은 2018년까지 쌍용차의 고급 세단인 체어맨을 이용했다. 사법 리스크로 검찰이나 법원에 출석할 때마다 이 차가 덩달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G90으로 차를 교체한 상태다.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결혼식 때도 이 회장은 이 차를 이용했다. 부친상 기간에는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직접 운전했고, 장거리 이동이 필요할 때는 기아의 카니발 리무진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은 그룹 전용기를 팔고 수행비서 없이 해외출장을 다닐 정도로 실용적인 성격이다”면서 “자동차를 선택하는 시각 역시 선대회장과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건희 선대회장은 재계에서도 소문난 자동차 수집가로 알려졌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에 마이바흐와 롤스로이스 팬덤 EWB를 공식 의전차량으로 사용했다. 재계의 공식 모임 때는 물론이고, 경영 구상을 위한 공항 출입국 때도 이 차를 주로 이용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벤틀리나 부가티 르와이얼 등 대당 수십억원에 이르는 슈퍼카나 클래식카도 별도의 장소에 보관해 왔다. 2009년에는 공사 중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스포츠카 10대를 모아놓고 번갈아 타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2020년 별세할 때까지 전용차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회장 역시 이 차를 승계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10월 이 선대회장이 별세하자 삼성은 중고차 해외 이전판매 방식으로 롤스로이스를 판매했다. 국내에 중고차 형식으로 판매한 것이 아니라 수출로 말소 처리한 것이다. 때문에 이 선대회장이 보유했던 나머지 차들 역시 비슷한 루트를 통해 처분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총수가 바뀌면서 고가의 수입차 대신 국산차를 애마로 사용한 곳은 삼성뿐만이 아니다. 시사저널이 국내 주요 그룹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현재 12명의 회장이 G90을 전용차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그룹 중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명예회장과 회장 취임 전인 후계자까지 포함할 경우 G90 이용자는 현재 확인된 것만 16명에 이른다. LG그룹의 경우 구자경 명예회장과 구본무 선대회장이 모두 마이바흐를 이용했다. 하지만 2018년 6월 취임한 구광모 회장은 G90을 전용차로 사용하고 있다. 아버지가 이용한 마이바흐는 별세 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의 경우 벤츠 딜러사인 더클래스효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때문에 조석래 명예회장뿐 아니라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도 벤츠 S클래스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로 이용하는 차량은 G90이라고 한다. 코오롱그룹 역시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 등을 통해 BMW와 아우디, 볼보, 지프 등 수입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BMW 7시리즈를 사용하다가 최근 롤스로이스로 전용차를 바꿨다. 하지만 후계자인 이규호 사장은 카니발을 직접 운전하고 있다. DB그룹의 경우 과거 계열사가 푸조의 국내 판매 총판이었기 때문에 김준기 명예회장은 푸조를 애용했지만, 김남호 회장은 현재 G90을 사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벤츠 S클래스를 사용하지만, 아들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현대차의 G80을 직접 운전한다. GS그룹의 경우 허창수 명예회장이 벤츠 S클래스를, 동생인 허태수 회장은 G90을 전용차로 이용한다. 한진그룹의 경우 조양호 선대회장이 벤츠 S클래스를 사용했지만, 조원태 회장은 G90을 이용하고, DL그룹 역시 이준용 명예회장은 렉서스 LS를, 이해욱 회장은 G90을 전용차로 이용하고 있다.

 

아버지는 수입차, 아들은 국산 세단 선호

비교적 오래전부터 경영권을 승계받아 그룹을 이끌거나 사실상 독자 경영을 해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롤스로이스 팬텀)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벤츠 S클래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렉서스 LS) 등이 현재 수입차를 이용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경우 신년 하례회나 야구장에 갈 때마다 벤츠 S클래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최근 이 차가 노후화되면서 G90으로 차량을 교체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과거 이용하던 벤츠 S클래스 대신 G90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과 범현대가 총수 등 일부만 국산 대형차를 이용했던 과거와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찌감치 해외에서 공부한 젊은 총수들은 글로벌 마인드와 실용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나이도 젊기 때문에 고가의 수입차를 선호하는 부친과 달리 국산차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너 간 친분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관계로 서로 얽혀 있다는 점도 국산차를 이용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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