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율 상승에 이재명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2 14:05
  • 호수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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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서울·중도·무이념층에서 與 지지층 이탈 
尹 정부의 ‘주 69시간제’ ‘제3자 변제안’ 이슈 따른 반사체 성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월27일 대장동 및 성남FC 관련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국회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당 안팎으로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비명(明)계 의원들은 지속적으로 이 대표가 기소되었음에도 당헌 80조의 적용을 받지 않고 사퇴하지 않는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2015년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 대표가 주도한 혁신 및 개혁 방안으로 채택되었던 내용이다.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었을 때 당직을 정지한다’인데, 80조 3항이라는 ‘예외 조항’이 존재한다. 비록 기소되었다 할지라도 ‘정치탄압’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당무위원회에서 논의해 달리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당무위원회 위원장이 이 대표다. 

이 대표 관련 안건을 다루면서 당무위원회는 정치탄압이라는 같은 이유로 라임펀드 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도 같은 조치를 받았다. 정치탄압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반인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납득하기 힘든 정치권 행보임에도 민주당은 최근 흔들렸던 위기 국면을 벗어나 지지율 상승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 대표가 당대표직을 유지하고 있고, 이 대표와 관련된 의혹과 혐의에 대한 재판이 여러 건 진행되는 상황과 달리 최근 민주당 지지율은 올라가고 있다. 이 대표와 관련한 수사 리스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다고 봐야 할까, 아니면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위기감에 따른 본격적인 결집을 했다고 봐야 할까.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3월2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일 굴욕 외교 규탄 4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尹·與 지지율 동반 하락에 민주당 반사이익

추락 추세로 흘러가던 민주당 지지율은 극적으로 반전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정당 지지율 추이를 보면 지난 연말부터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앞서는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6~8일 조사에서 국민의힘 36%, 민주당 32%로 나왔다. 올해 들어 1월17~19일 실시된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37%, 민주당 32%로 집권여당이 더 앞서는 결과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높은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대체적으로 상승세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송부되는 등 어수선한 환경이었고 덩달아 지지율까지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동원 배상에 대해 윤 대통령이 우리 정부가 대신하겠다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하면서 대통령 지지율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율까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여기에 정부가 입법예고한 근로시간 69시간제는 ‘MZ노조’를 비롯해 MZ세대의 엄청난 비판과 비난을 받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국민의힘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국면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반사이익으로 더 올라갔다. 3월21~23일 조사에서 민주당 35%, 국민의힘 34%로 나왔다(그림①). 최근 민주당 지지율 상승 추세를 스스로 견인한 발광체 지지율로 봐야 할까, 아니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국정운영 및 의정활동에 구멍이 나서 민주당이 가져가는 반사이익(반사체)으로 봐야 할까.

정당 지지율을 응답자 특성별로 분석해 보면 반사체 성격이 더 두드러진다. 특정한 이슈에 따라 제한적으로 몇몇 응답자층만 적극적으로 반응했다면 발광체 성격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특정 응답자층으로 구분하기 어렵고 전체 응답자에서 아주 조금씩 올랐다면 지지율 환경 전체에 구조적으로 영향을 준 요인이 있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를 받아 3월20~24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전체 응답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5.4%, 국민의힘은 37.9%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3월초 전당대회가 있었지만 그 후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거의 모든 응답자 특성에서 골고루 높게 나왔다. 20대(만 18세 이상)에서 민주당 40%, 국민의힘 33.2%로, 30대는 민주당 41.3%, 국민의힘 35.8%로 나왔다(그림②). 내년 총선에서 요충 지역인 서울과 박빙 승부처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중도층·무이념층(진보와 보수 그리고 중도 어느 쪽 정치 성향에도 속하지 않는 집단)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더 높게 나타나 반사체 지지율을 가져간 것으로 분석된다.

빅데이터 분석, 이재명 부정 감성 비율 88%

그렇다면 최근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재명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부터 벗어나고 민주당은 본격 결집이 가능한 것일까.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3월20~29일 감성 연관어와 빅데이터 긍정과 부정 감성 비율을 도출해 보았다. ‘이재명’에 대한 감성 연관어로 ‘혐의’ ‘의혹’ ‘범죄’ ‘비판’ ‘체포’ ‘특혜’ ‘갈등’ ‘불법정치자금’ 등이 올라있고, 민주당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로 ‘혐의’ ‘범죄’ ‘의혹’ ‘비판’ ‘논란’ ‘체포’ ‘우려’ ‘갈등’ ‘불법정치자금’ 등이 나온다. 빅데이터 긍정과 부정 감성 비율은 ‘이재명’이 각각 13%, 84%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긍정 10%, 부정 88%로 나왔다(그림③).

여의도 정치권은 대통령실의 안보와 외교라인 교체, 전범기업 배상을 놓고 윤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제3자 변제안’, 노동시간 69시간제에 대한 MZ세대의 반발 등으로 혼란스럽다. 이 와중에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또한 요동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하락세를 멈추지 못했던 민주당 지지율은 대통령과 집권여당에서 발생한 악재를 계기로 반사체 지지율 상승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로 분석해본 결과 민주당 지지율이 반사적으로 올랐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기류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사체 지지율의 특징은 상대방의 실수나 책임으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지만 더 이상 누릴 만한 반사이익이 없는 경우 올라갔던 지지율이 폭삭 꺼지는 사례가 많다. 반사체는 반사체일 뿐이다. 발광체 지지율이야말로 각 정당이 사생결단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야 하는 지지율이다.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은 마냥 웃기만 할 수 없는 현상이다. 우선적으로 이 대표의 사법적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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