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보다 높은 특례보금자리론…5월엔 금리 내릴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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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금리 하단 1년 만에 3%대로
정책모기지에도 ‘금리 인하’ 요구 봇물
당국 반응은 “인기 많아 인하 유인 없다”

금융권의 금리 인하 움직임이 가팔라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미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기준금리 속도조절론과 윤석열 정부의 상생금융 정책에 힘입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하단이 3%대로 떨어졌다. 3%대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2월 이후 약 1년 여 만이다.

문제는 시중은행의 발 빠른 대응과는 달리, 정책 모기지 상품의 금리는 오히려 동결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출시된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담대인 특례보금자리론은 지난달 30일 금리가 동결됐다. 우대금리를 적용해야만 금리가 3%대로 떨어지는 터라, 경우에 따라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더 비싸게 된다. 이에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6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거래된 서울 아파트 2채 중 1채는 직전 분기 대비 상승한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연합뉴스
시장금리 하락과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가 맞물려 3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3%대로 내려갔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연합뉴스

시중은행 주담대 3%대 진입…특례보금자리론 4%대서 ‘동결’

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일정 기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변동금리로 바뀌는 상품) 금리는 연 3.69~5.94%로 집계됐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금리 하단이 0.75%포인트 크게 떨어졌다.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는 연 4.19~6.71%로 집계됐다.

대출금리가 이 같은 하락세를 보인 것은 기본적으로 기준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4.57%였던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지난달 말 3.95%로 한 달 사이 0.62%포인트 빠졌다. 지난달 SVB 파산 여파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제동이 걸리면서 채권금리를 떨어뜨렸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여기에 한국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하면서 대출금리 하락세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특례보금자리론의 운영 주체인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지난달 30일 4월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3월 금리 동결 결정에 이어 두 번째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1월 확대 시행키로 한 정책 모기지 상품으로,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면 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5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우대형은 연 4.05(만기 10년)~4.35%(50년), 일반형은 연 4.15(10년)~4.45%(50년) 금리가 적용된다.

우대 금리를 적용받으면 금리 하단이 3.25%까지 낮아지지만, 적용 대상자는 많지 않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금공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17일 기준 ‘아낌e(전자약정방식)’를 제외한 우대금리 신청 비중은 △저소득 청년 8.1% △신혼부부 3.6% △사회적배려층 2.6%다. 다수의 시민들은 주담대를 시중은행에서 더 싸게 빌릴 수 있는 셈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1월30일 오후 서울시내 SC제일은행 한 지점 외벽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1월30일 오후 서울시내 SC제일은행 한 지점 외벽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인하해야”

특례보금자리론의 기준금리 격인 MBS(주택저당증권) 발행금리도 3%대까지 떨어진 터라 금리를 더 낮출 여력은 되지만, “향후 자금조달시장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동결을 결정했다”는 게 주금공의 공식 입장이다. 다만 물밑에선 별다른 ‘유인책’이 없었기 때문이란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와는 별개로, 특례보금자리론은 인기가 워낙 많은 상품이라 굳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조가 일부 형성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특례보금자리론은 인기에 힘입어 출시 약 2개월 만에 공급 목표액 39조6000억원 중 22조3000억원(56.3%)이 소진됐다.

그러나 특례보금자리론의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어지고 있다. 최승재 의원 측은 “특례보금자리론은 국민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을 주고 있는 상품이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터라 국민적 부담이 큰 상태다. 추가적 금리인하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례보금자리론은 매달 말께 다음 달에 적용할 기본금리가 결정된다. 이에 오는 5월 적용될 기본금리가 인하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시중의 금리 인하 분위기를 반영해 주금공 측이 5월 기본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주금공 측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은 국고채 운영물이라 시중은행의 자금조달방식과는 다르다. 최근 시중금리가 하락하는 분위기인 것은 맞지만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기에 5월 기본금리 향방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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