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말도 발도 ‘우클릭’…1년 째 이어진 ‘집토끼 단속’의 딜레마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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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남 5회 호남 2회 방문…서문시장행 박근혜보다 잦아
지지 하락→집토끼 결집→지지 정체 반복…“기반 약한 尹의 다급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걸어서 입장하며 대구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걸어서 입장하며 대구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서문시장에서 보내준 응원) 생각을 하면 힘이 납니다.” (4월1일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또 다시 보수의 상징적 장소인 대구 서문시장 인파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지율 하락세 속 집토끼부터 확실하게 다잡고 가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하지만 취임 초부터 불안정한 지지율이 이어지면서 ‘외연 확대’는 제대로 시도하지 못하고 1년 째 ‘핵심 지지층’ 달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도 민심이 승리의 필수 조건인 총선을 앞두고 당 안팎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일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과 함께 대구를 누볐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를 했고, 서문시장 100주념 기념식에 참석했다. 앞서 30여분 간 서문시장 일대 약 500미터를 천천히 걸으며 시민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전날 전남 순천에서도 일정을 소화했지만 세간의 관심은 온통 윤 대통령의 잦은 대구행에 집중됐다. 1년 새 윤 대통령이 서문시장을 찾은 건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올해 초 김건희 여사가 단독으로 방문한 것까지 포함하면 다섯 차례에 이른다. 대구가 고향인 박근혜 전 대통령마저 임기 4년 반 동안 서문시장을 찾은 건 총 세 차례에 불과했다.

지난해 3월8일 대선 전날 윤 대통령은 “마지막에 서문시장에서 기 받고 갈랍니다”라고 연설해 환호를 얻었다. 당선인 신분이던 그해 4월12일엔 “권력은 서문시장에서 나온다. 서문시장만 오면 아픈 것도 다 낫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지지율이 20% 중반까지 추락했던 8월에도 윤 대통령은 “오늘도 기운을 받고 가겠다”며 이곳에 머문 바 있다.

이번 방문 역시 윤 대통령 지지율이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한국갤럽 조사가 발표된 직후였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지지율 위기를 집토끼 결집으로 타개하겠다는 취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통상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중도층 포섭을 위한 행보에 치중했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방향이다.

윤 대통령의 최근 동선은 이러한 해석에 더욱 힘을 싣는다. 올 들어 윤 대통령이 방문한 지역을 보면 영남권을 다섯 차례(2월1일 경북 구미, 3월9일 울산, 3월10일 경남 진해, 3월31일 통영, 4월1일 대구) 찾는 동안 호남권엔 단 두 차례(2월1일 전북 전주, 3월31일 전남 순천)만 향했다. 2월1일 전주‧3월31일 순천행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전북‧전남 방문이었다.

 

尹 보수층 구애는 ‘콘크리트’가 약해서? 

총선을 1년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말과 발이 모두 ‘우클릭’하는 데 대한 우려가 여권 내에서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지지율 하락에 대한 돌파구로 전통 보수층 결집만을 택하다보면 지지율은 점점 더 낮게 고착화될 거란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2일 “지금 과도하게 10분의 3을 이루는 자기 지지층을 향한 구애에 치중하고 있다”며 “이렇게 가면 내년 총선의 결과는 불문가지”라고 경고했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잦은 서문시장 방문을 “달콤한 늪”이라고 비유하며 “그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선거는 패배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역시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 지지층만을 보며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지적이 나온다”며 “방향성을 바꿔 확장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우리의 압도적인 우세 지역을 빼고 다음 총선은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보수층을 향한 구애’라는 이 ‘늪’에서 앞으로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거란 관측도 있다. 윤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정치적 한계’ 때문에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은 정치를 한 지 오래되지 않아 사실 콘크리트로 형성된 지지층이란 게 없다. 그러니 지지율이 떨어지면 전통 지지층도 흔들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콘크리트가 있어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국정을 밀어붙일 안정감이 있었는데 윤 대통령은 이 점이 부재해 지지율 등락도 굉장히 빠르고 불안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 보수 지지층마저 흔들리면 정말 큰일 난다는 ‘다급함’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다급함이 윤 대통령을 계속 영남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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