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푸틴, 요강 놓인 지하실서 여생 보내길”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4.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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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마을 주민 가뒀던 지하실 방문
60평 공간에 367명 감금…호흡곤란 등으로 11명 사망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오른쪽)이 3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의 감금과 학살이 자행됐던 키이우 북부 마을 야히드네를 방문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오른쪽)이 3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의 감금과 학살이 자행됐던 키이우 북부 마을 야히드네를 방문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학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요강이 비치된 지하실에서 여생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각)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과 함께 작년 이맘때 러시아군의 감금·학살이 자행된 키이우 북부 마을 야히드네를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군은 개전 직후인 작년 3월 초 야히드네를 점령했다가 한 달 만에 철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이날 야히드네 해방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 도시를 찾았다.

점령 당시 러시아군은 이곳에서 어린이 77명을 포함한 주민 367명을 납치해 60평 남짓의 학교 지하실에 27일간 감금했다. 피해자 중에는 18개월 된 영아도 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6월 이 사건에 대해 러시아군이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썼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반격할 경우 주민들의 목숨을 손에 쥐고 공격을 막으려는 의도로 이들을 지하실에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지하실은 3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좁았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일부 노약자들은 호흡곤란을 겪다가 질식사했다. 환각 증상에 시달린 사람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이 야히드네를 탈환했을 때는 이미 주민 11명이 세상을 떠난 뒤였다.

당시 러시아군은 피해자들이 지상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이들은 지하실 한쪽에 있는 양동이에 대소변을 봐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모든 것을 보고 나는 러시아 대통령이 화장실로 쓸 수 있는 양동이가 있는 지하실에서 여생을 보내길 바랐다”고 말했다.

감금 피해자 발레리 폴히(38)는 AFP에 “처음에는 추웠고, 이후 더 많은 사람이 지하실로 들어오면서 산소가 부족해지기 시작했다”며 “노인들이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고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마을 탈환 이후 주민들이 지하실에서 풀려났을 당시 가장 넓은 방의 문에는 이 공간에만 어린이 9명을 포함해 136명이 갇혀 있었다는 글이 붙어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감금 당시 피해자들이 지하실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이들의 이름을 지하실 한쪽 벽에 적었고, 어린이들은 우크라이나 국가를 써내려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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