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군사블로거 살해 용의자 “폭탄인 줄 몰랐다”…배후 오리무중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4.0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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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정적’ 나발니 배후설 제기
우크라 “러시아 내분에 의한 것” 주장
4일(현지 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대성당 앞에 이틀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카페 폭발로 숨진 친정부 성향의 현지 군사블로거 블라들렌 타타르스키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 REUTERS=연합뉴스
4일(현지 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대성당 앞에 이틀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카페 폭발로 숨진 친정부 성향의 현지 군사블로거 블라들렌 타타르스키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 REUTERS=연합뉴스

러시아 유명 군사 블로거 폭사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여성이 폭발물을 전달하기는 했으나 폭탄이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현지 시각) 러시아 수사 당국이 공개한 영상에서 이 사건 용의자인 다리야 트레포바(26)는 문제의 조각상을 전달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나중에 폭발할 것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 방송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트레포바는 이 영상에서 조각상을 전달한 것 외의 역할은 부인했다.

그는 전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한 카페에서 발생한 폭발로 군사 블로거 블라들랜 타타르스키가 사망하고 30여 명이 부상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다. 타타르스키는 이곳에서 한 여성이 선물한 반신 석고상을 받았고, 이 석고상 안에 있는 폭발물이 터지면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BBC는 용의자 트레포바의 증언이 대부분 강압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영상에서 트레포바는 반복적으로 한숨을 쉬는 모습이다. 그는 구금된 이유를 아는지 묻자 블라들랜 타타르스키 살해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내가 폭발한 조각상을 그곳에 가져갔다”고 답했다. 그러나 누가 문제의 조각상을 줬는지 묻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타타르스키는 5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블로거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해 왔다.

NYT는 타타르스키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보다 전쟁에 대해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군의 전쟁 전략을 비판하기까지 하면서 러시아 내에서 영향력을 떨치는 초(超)국수주의자 중 대표적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이번 사건의 배후라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용의자 트레포바를 나발니 세력의 ‘대리인’으로 지목했다.

트레포바는 나발니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석했으며, 그와 이름과 생일이 똑같은 인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 반전 시위에 가담한 혐의로 열흘간 구금됐던 법원 기록이 있다. 또 트레포바는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러시아자유당(LPR) 당원과 결혼했지만 함께 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남편으로 알려진 드미트리 릴로프는 현지 매체에 트레포바가 조각상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몰랐고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레포바의 한 친구는 트레포바가 나발니를 지지하기는 했지만, 열성적인 활동가는 아니었다면서 다른 친지들도 트레포바가 타타르스키 살해 음모에 가담했을 것 같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발니가 설립한 ‘반부패재단’은 나발니가 곧 재판을 앞둔 가운데 그를 이번 범행의 배후로 몰아가는 것은 “러시아에 아주 편리한 일”이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도 이 사건은 러시아 내분에 따른 것이라며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카페는 러시아 용병집단 와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관련된 곳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자신이 한때 이 카페를 소유했다면서 “이 카페를 애국 단체인 ‘사이버 프런트 Z’에 넘겼고 그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세미나를 조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라들랜 타타르스키를 추억하며”라고 쓰인 러시아 국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러시아 정보 부대’를 자처하는 ‘사이버 프런트 Z’는 이날 저녁 이 장소를 임차했다고 밝혔다고 AF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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