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제 ‘영장 기각’의 나비효과…이재명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4 16: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명계 “李도 영장심사 받았어야” 비판 속 ‘이탈표 우려’ 커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 ‘표적 수사’의 희생양일까 혹은 당을 앞세워 ‘방탄’에 나선 피의자일까.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전이 다시금 재개되는 모양새다. 법원이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뒤 후자의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다. 여권 뿐 아니라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 대표가 하 의원처럼 사법부 앞에 나가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혐의 인정’에 구속 위기 벗어난 하영제

지난달 20일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엄재상)는 정치자금법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하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 의원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의원 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예비후보로부터 7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 자치단체장 1명과 보좌관 등으로부터 5750만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법무부가 제출한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재석의원 281명 가운데 찬성 160명, 반대 99명, 기권 22명으로 통과시켰다. 당시 하 의원은 투표에 앞서 신상발언을 통해 “누구를 협박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 인신이 속박되지 않는 상태에서 법이 보장하는 방어권이 보장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통과에는 민주당 의원 50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판사 앞에 선 하 의원은 국회에서 호소한 것과 달리 혐의의 일부분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법원도 하 의원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신동호 창원지법 영장전담판사는 하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죄질은 매우 중하다, 다만 피의자가 범행을 자백하고 있는 점, 검사가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상당 부분 수집·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하 의원이 구속 기로에서 벗어나자, 정치권의 시선은 이재명 대표에게 쏠리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하 의원과 달리 ‘불체포특권’을 앞세워 영장 심사 자체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월27일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거대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엄호 끝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이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이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명계 반발에 코너 몰린 이재명

검찰이 이 대표를 겨냥한 두 번째 체포동의안을 요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의 셈법도 복잡해진 모습이다. 하 의원 체포동의안은 통과시킨 민주당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또 다시 막아설 경우 역풍을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4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떳떳하게 판사를 납득시켜서 영장 기각을 받아왔으면 사법 리스크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 대표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키고 법원에서 기각할 수 있지 않는가’란 질문에 “물론이다. 구속영장 범죄 사실의 완결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에게)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말고 떳떳하게 영장 심사를 받으라고 그렇게 조언을 했건만 결국 그렇게 믿던 방탄조끼에 발등을 찍힌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하 의원의 영장 기각으로 향후 더 많은 민주당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게 ‘가결’ 투표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심리적 저지선을 무너트렸다는 분석에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의 성격상 부담을 느끼지 않고 추가 체포동의안 부결을 계속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민주당 내부의 반발 기류가 더 확산돼 조직적 세력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향방이 더 불확실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