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침입한 침묵 ‘돌발성 난청’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0 13:05
  • 호수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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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질환·약물·감염·외상 등이 원인…빠른 치료가 중요 

65세 여성이 이틀 전부터 왼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최근 머리를 다치거나 감염된 적도, 큰 소음에 노출된 적도 없었다. 단지 고혈압약만 먹고 있었다. 원인 파악을 위한 여러 가지 검사에서도 두드러진 원인이 나타나지 않아 돌발성 난청이 의심됐다. 고용량의 경구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약물로 치료를 시작한 지 2주 후에 어느 정도 청력이 회복됐다.

유령처럼 갑자기 나타나는 돌발성 난청은 매년 1만 명당 5~20명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나이대에서 나타나지만 일반적으로 43세에서 53세 사이가 잘 걸리고, 남자와 여자의 유병률은 비슷하다. 

돌발성 난청은 다양한 원인이 얽혀 있다. 대부분은 원인을 확인할 수 없는 특발성이지만, 일부는 식별 가능한 다양한 원인(암·감염·자가면역성 질환·신경계 질환·이비인후과 질환·대사성 또는 미세혈관 질환·약물 독성·머리 외상)으로 발생한다. 특정 약물(아미노글리코시드·반코마이신·에리스로마이신 같은 항생제, 루프 이뇨제, 항말라리아제, 시스플라틴과 같은 항암제, 발기부전 치료제인 실데나필)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바이러스성 달팽이관염, 혈액 응고로 인한 미세혈관 문제, 1형 단순 포진 바이러스(HSV-1) 감염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한쪽에만 생기는 경우와 비교해 양측성 난청은 보통 고령이거나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항핵항체(ANA)가 양성인 경우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선한 채소 섭취 부족, 혈중 엽산 수치가 낮은 경우, 대사증후군인 경우도 돌발성 난청 위험이 증가한다. 

본질적으로 감각 신경성 난청이어야 하고, 최소 3차례 연속된 청력검사에서 최소 30데시벨(dB)의 청력 손실이 확인돼야 하며, 72시간 이내에 발생한 급성의 청력 손실일 때 돌발성 난청으로 진단한다. 돌발성 난청의 진단을 위해서는 철저한 신체검사와 함께 병력에 대한 세심한 확인이 필요하다. 청력 검사를 통해 청력 손실 범위가 파악돼야 하고, 거미줄처럼 복잡한 잠재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혈액검사, 뇌의 영상 검사 및 전정 기능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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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성 난청 치료는 시간 싸움

돌발성 난청의 적절한 회복을 위한 치료는 시간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 치료로 먹거나 고막 내로 주사하는 글루코코르티코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한다. 그러나 종종 개인의 발병 원인에 따라 항바이러스 약물, 고압산소 요법 또는 외과적 시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청력 회복 가능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들기 때문에 이러한 약물을 통한 신속한 치료가 무척 중요하다.

돌발성 난청 환자의 32~65%가 저절로 회복하고, 일부는 며칠 또는 몇 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호전된다.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청력 상실의 중증도, 환자 연령, 현기증과 같은 증상이 동반됐는지 여부와 치료를 얼마나 빠르게 시작했는지가 있다. 돌발성 난청은 청각 체계의 취약성과 복잡성을 상기시키는 질환이다. 돌발성 난청의 초기 증상을 인식하고 증상을 인식하는 즉시 미루지 말고 진료받는 것이 장기적인 청력 보존과 회복을 위해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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