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로 이름 바꾼 쌍용차, 라인업도 전기차로 ‘환골탈태’
  • 유주엽 시사저널e. 기자 (jubie@sisajournal-e.com)
  • 승인 2023.04.09 14:05
  • 호수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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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까지 총 4종 전기차 출시 계획 밝혀…수익성 창출과 수출 확대가 향후 관건 될 듯

최근 사명을 바꾼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부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고,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인 전기차 모델 ‘토레스 EVX’ 역시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토레스 EVX는 세련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 전부터 호평을 얻었다.

판매 라인업 강화에도 나섰다. 2025년까지 토레스 EVX를 포함해 총 4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토레스 기반 전기 픽업트럭 ‘O100’, 대형 전기 SUV ‘F100’, 준중형 전기 SUV ‘KR10’ 등이 향후 차례로 출시될 예정이다. 사명부터 판매 라인업까지 환골탈태 중이다.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기차의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빠른 전기차 라인업 확대가 되레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2년 사명을 바꾼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가 4종의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밝혀 주목된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KG모빌리티 본사 모습 ⓒ 연합뉴스
2022년 사명을 바꾼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가 4종의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밝혀 주목된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KG모빌리티 본사 모습 ⓒ연합뉴스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본격 출사표

KG모빌리티의 전기차 라인업 강화는 자동차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에 들어맞는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를 고집하던 도요타가 최근 전기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을 정도다. 그간 글로벌 완성차 업체 1위 도요타의 수장을 맡았던 ‘도요다 아키오’는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고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카이즈유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는 총 16만4482대 등록됐다. 전체 등록대수 168만5028대의 10%에 달한다. 신규 등록된 차량 10대 중 1대는 전기차란 얘기다. 2021년 10만402대에 비하면 전기차 등록대수가 63.8% 증가했다. 모든 연료 부문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국내에선 주로 현대차와 기아차를 필두로 전기차 출시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공개된 기아 EV9은 전기차 판매 영역을 대형차 시장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초기 시장 선점은 미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KG모빌리티의 발 빠른 전기차 출시가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과거 쌍용차와 함께 ‘르쌍쉐(르노코리아·쌍용자동차·쉐보레)’로 분류됐던 르노자동차코리아와 GM한국사업장이 아직 전기차 판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것과 비교된다. 르노코리아는 현재까지도 신형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GM한국사업장은 구형 모델인 볼트EV와 볼트EUV 판매에 그치고 있다. 블레이저EV 등 신형 전기차 모델의 국내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문제는 전기차의 수익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한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판매로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물론 배터리 가격을 상쇄할 만큼 판매가격을 높이면 되지만, 잘못하면 판매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도 줄어드는 추세다. 현대차·기아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야 하는 KG모빌리티 입장에선 수익을 내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토레스 EVX의 판매 시작 가격은 4850만원이다. 중형 전기 SUV 중에선 저렴한 편에 속한다. 한 체급 낮은 차량으로 분류되는 아이오닉5의 판매 시작 가격은 5005만원이다.

최근 전기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를 대형차 위주로 출시하는 이유도 수익적인 측면과 관련이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 전기차를 판매할 경우 이익을 남기기에 유리하다. 소형 전기차의 경우 수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 자본력이 뒷받침될 경우 빠른 전기차 시장 진출은 득이 될 수 있지만, 자본이 충분치 않을 경우 전기차 출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KG모빌리티는 전기차 라인업을 중형 위주로 구성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적용해 수익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LFP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비해 주행거리 확보 측면에서 단점이 있지만, 가격 면에서는 장점을 보인다. 이번 토레스 EVX엔 중국 BYD사의 LFP 배터리가 들어간다. 

 

전기차 수출하려면 선진국에도 판매돼야

과거 쌍용차는 경쟁사에 비해 수출 판매에서 다소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출시장 확대는 KG모빌리티의 최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내수 판매에만 집중할 경우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도 않을뿐더러, 이마저도 현대차와 기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지난해 쌍용차의 내수 판매량은 6만8666대, 수출 판매량은 4만5294대다. 같은 기간 르노코리아는 내수에서 5만2621대, 수출에서 11만7020대를 판매했으며, GM한국사업장은 내수에서 3만7237대, 수출에서 22만7638대를 팔아치웠다. 다른 두 제조사에 비해 쌍용차의 수출 규모는 현저히 작은 규모다.

KG모빌리티는 기존 남미 시장을 비롯해 중동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일부 국가로의 수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미국 등 기존 주요 자동차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KG모빌리티의 브랜드 인지도도 높지 않아 신규 시장 위주로 진출을 노리고 있다. 최근엔 베트남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수출 방식 또한 다양하게 가져가고 있다. 4월4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비전 테크데이’에서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은 “CKD, KD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출할 예정이다”며 “여러 나라에 우리가 만든 차를 판매할 수만 있다면 KG모빌리티라는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현지 조건에 맞는 방법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CKD, KD 등은 반조립 상태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관건은 2025년까지 출시가 예정돼 있는 4종의 전기차 수출 여부다.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전기차 인프라 구축이 미진한 편이다. 결국 전기차 판매를 위해선 미국이나 유럽 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는데, 최근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배척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BYD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KG모빌리티는 전기차 수출에서 불리할 수 있다. 물론 곽재선 회장은 “중국산 배터리 규제가 덜한 시장에 전기차를 판매할 수도 있고, BYD 외 다른 제조사의 배터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며 “전기차 판매는 내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KG모빌리티는 최근 주식거래 재개를 앞두고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심의를 기다리는 중이다. 심의를 통과할 경우 코스피에 다시 상장돼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 재개 시점은 이달 말에서 내달 초로 예상된다. 앞서 쌍용차는 거래정지 처분을 받았다. 거래 재개가 이뤄질 경우 자금조달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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