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尹대통령, ‘레드팀’이 안 보인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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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외교‧경제‧사회 전방위 드라이브에 與 ‘전폭지지’
親尹 일색 당정에 우려 목소리도…“쓴소리꾼 안 보여”

“본인만의 정치 철학‧소신이 확고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다.” (前 대선 캠프 관계자)

“정이 많지만 정의에 있어 타협이 없다.” (친윤석열계 국민의힘 의원)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사람일까. 그를 공석이 아닌 사석에서 만나본 사람들은 ‘윤석열’을 이같이 설명한다. 힌트는 윤 대통령의 MBTI(성격유형)에서도 얻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의 MBTI ‘ENFJ’의 특징은 이같이 요약된다. “헌신적인 이타주의자로 다른 사람과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들의 강력한 신념은 선천적인 리더십 능력과 결합되어 막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최근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리더십’이 화두다.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3자 변제안’을 앞세워 한‧일 정상회담을 강행하면서다. 여기에 야권이 추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취임 후 첫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의 연이은 ‘결단’에 여권은 일제히 호평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전할 ‘레드팀’(Red Team)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일체’ 주장하는 김기현號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화두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었다. 윤 대통령이 김기현 후보를 노골적으로 밀어주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대통령실은 부인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당 지도부는 전원 ‘친윤’(친윤석열계)으로 재편됐다. 친윤계와 각을 세웠던 비윤석열계는 모두 낙선했다. ‘당심 100%’로 바뀐 경선 룰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렇게 당선된 김기현 대표는 연일 ‘당정일체’를 주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향후 공천도 대통령실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당무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당의 총선 로드맵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다음 총선은 어차피 내가 치르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주변에 했다고 한다. 차기 총선은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가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그래서일까. 최근 정치권의 ‘주연’은 단연 윤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강행하고,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첫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당의 설득이나 요청이 아닌 윤 대통령의 결단이었다는 게 여권 내 전언이다. 특히 정부가 ‘강제징용 제3자 변제’ 입장을 발표하기 전 일부 참모들이 야권의 공세와 민심 악화 등을 우려했지만, 윤 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강행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다른 의견을 내거나, 마찰을 빚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이 같은 경향은 과거 ‘이준석 사태’ 이후 더 노골화됐다는 전언도 들린다.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SNS에 (정부를 비판하는) 글 한 줄만 올려도 ‘제2 이준석’, ‘제2 유승민’, ‘내부총질’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며 “당과 대통령실이 협력과 수평의 관계여야 하는데 수직적 관계가 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의중’을 줄곧 따라가는 모습이다. 일례로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조사 대상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합의 하루 만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당시 주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의 불편한 의중을 친윤계를 통해 파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도층’ 외면에 與도 좌불안석

정부 여당은 분명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강한 리더십을 앞세워 외교‧경제‧사회 전방위로 ‘윤석열표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갖은 비판이 이어지면 국민의힘 지도부가 나서서 ‘방패’를 자처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성적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당정일체가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일련의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속마음은 복잡하다. 정부와 지도부의 ‘우향우’가 민심의 역풍을 부르자 특히 중도층 민심에 민감한 수도권 지역구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안해하는 눈치다.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을 감안했을 때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너무 낮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여권 일각에선 정부의 ‘우향우’에 제동을 걸 ‘레드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레드팀’은 적군이나 대항군 역할을 하는 군사 용어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책사나 전문가 그룹을 일컫는다. 야당의 관점에서 대통령을 설득해야 하기에 ‘최측근’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정부 여당이 강성 지지층만 의식해 중도층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문제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대통령과 당 주변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이 자기 결정권을 잃으면 ‘용산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당과 대통령이 보완 관계가 될 수 없다. 지지율이 연동되면 동시에 위험해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힘에 의한 통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상대를 배척하고, 배제하고, 우리 편만 남기는 ‘뺄셈의 정치’가 계속되면 당의 확장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와 ‘일심동체’가 된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통령이 과도한 자신감으로 과속을 하고 있다. 보수 지지층과 국민의힘 당원은 다르다”고 평가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윤 대통령은 ‘윤석열당’을 만들어야만 총선을 이긴다고 생각하겠지만, 정확히 반대다. 총선을 이겨야 윤석열당이 된다”고 했다. 특히 “총선이 다가올수록 윤심보다는 총선 승리에 누가 더 유리할 것인가로 투표의 기준이 바뀔 것”이라면서 “윤심은 절대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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