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사각지대로 밀려난  반려동물 가정분양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1 13:05
  • 호수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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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비중 차지하지만 명확한 규제와 관리 지침 없이 방치

2022년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 반려동물의 주요 입양 경로가 파악된 바 있다. 반려동물 양육자 1272명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입양 경로에 대해 물어본 결과 지인에게 무료로 받았다는 답변이 40.3%로 가장 많았고, 펫숍에서 구입했다는 답변이 21.9%, 지인에게 유료로 분양받았다는 답변이 11.6%로 뒤를 이었다. 전체 반려동물 가구를 조사한 결과는 아니지만, 이 조사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주변 사람에게서 받아 키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지인 또는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을 통해 반려동물을 받아 키우는 것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적절히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을 번식시켜 판매하는 것은 동물생산업과 동물판매업으로 규정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흔히 가정분양이라고 불리는 이런 개인 간 반려동물 분양이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적절히 관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가정에서 키우던 반려동물을 번식시켜 낳은 새끼를 금전적인 대가 없이 분양을 보내는 것은 판매 행위가 아니기에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위 설문조사 결과처럼 지인에게서 유료로 분양받는 경우, 반려동물을 분양한 대가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 판매에 해당하고 반드시 동물판매업 등록을 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펫숍이 아닌 가정에서 적은 수의 반려동물을 번식시켜 분양하는 경우 소규모동물생산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드시 단독주택이어야 하고 소음방지 및 동물을 돌보는 공간 등에 대한 시설기준이 요구된다. 하지만 가정분양에 대해 별다른 조사나 단속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이런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들도 지인이나 온라인을 통해 버젓이 반려동물을 분양하고 돈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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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양·신종 펫숍 등 부작용 양산  

개인 간 반려동물 분양 문제는 이것뿐이 아니다. 2014년부터 동물등록이 의무화돼 펫숍에서 분양하거나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할 때 필수적으로 동물등록이 이뤄지고 있지만, 가정분양의 경우 동물등록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려동물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집에서 번식한 동물을 분양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키우던 반려동물을 다른 사람에게 분양하는 ‘파양’ 또한 너무 쉽게 이뤄지고 있다. 결혼, 이사, 이민 등 환경의 변화로 인해 더 이상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어 파양을 선택하기도 하고, 반려동물에 들어가는 금전적인 비용이 부담스러워 파양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이렇게 파양하는 사람이 많으니 파양받아 대신 입양처를 찾아주는 신종 펫숍과 같은 비즈니스도 성행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의 원인은 법적인 기준이나 규제가 없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방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정분양에 대한 명확한 규제와 관리가 없다면 파양, 유기 등의 문제는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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