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텃밭 패배에 호남 반토막…총선 이대로 괜찮을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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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앞마당 울산서 기초의원‧교육감 줄패배…전주서도 대선 득표율 절반에 그쳐
총선 ‘옐로 카드’…“이러면 강남도 안심 못해” “악화 민심 전국으로 퍼지고 있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31일 오전 울산시 남구 옥동에서 울산 남구 나 기초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신상현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31일 오전 울산시 남구 옥동에서 울산 남구 나 기초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신상현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조한 관심 속 치러진 4‧5 재보궐 선거 결과가 최근 싸늘한 국민의힘 분위기에 얼음물을 들이부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전초전’ 격이었던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사실상 완패 성적표를 떠안은 탓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보수의 텃밭에서 맛본 패배는 정부‧여당을 향한 여론의 심각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총선 전까지 확실한 전환점을 만들지 못하는 한 과반 의석 확보는커녕 기존 지역구들마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에서 나오고 있다.

전국 5개 시·도, 9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보수 우세인 울산에서 교육감선거와 기초의원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울산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선 진보 성향 천창수 당선인이 61.94%를 얻어 보수 성향 김주홍 후보(38.05%)에 압승을 거뒀다. 울산 남구의원(남구나) 선거에선 최덕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0.6%의 득표율을 기록해 49.39%를 얻은 국민의힘 신상현 후보를 누르고 파란 깃발을 꽂았다.

패배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국민의힘으로서 뼈아픈 지점이 적지 않다. 투표율이 낮은 재보궐선거의 경우 젊은층의 참여는 더욱 저조해진다. 상대적으로 고령층 유권자 중심으로 투표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국민의힘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초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던 판조차 국민의힘을 향한 심판 여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특히 울산은 집권여당의 수장 김기현 대표의 지역구가 포함된 김 대표의 오랜 앞마당이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 4선을 지냈고 울산시장까지 거쳤다.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울산 중구), 이채익 공동선거대책위원장(울산 남구갑) 등 주요 당직자도 여럿이다. 3월31일 김 대표는 직접 지원유세차 울산을 찾아 신상현 후보의 팔을 번쩍 들어보이기도 했다. 당시 김 대표는 “대통령도 국민의힘으로 뽑았고 시장도, 구청장도 국민의힘으로 뽑아놓았는데 구의원도 신상현을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러한 김 대표의 지원사격에도 울산 민심이 끝내 외면한 데 대해 당 지도부의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선거에서의 울산 득표율을 보면 정부‧여당으로부터의 민심의 이반을 더욱 느낄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울산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54.41%의 지지를 보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선 울산시장은 물론 5개 기초단체장 선거 중 4곳에 국민의힘 후보를 당선시키며 지방권력 교체를 허락했다. 잇단 설화와 정책 혼선, 지도부 리더십 한계로 정부‧여당에 싸늘해진 민심이 전통 보수 지역에까지 서서히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도 국민의힘으로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성적표가 주어졌다. 김경민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은 8.0%에 그쳤다. 국민의힘에 열세 지역인 점을 감안해도 저조한 성적이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빠진 채 진보당 후보와의 대결로 치러졌다. 그럼에도 앞선 민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보다 큰 패배를 떠안은 것이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은 전주에서 15%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1년 사이 민심이 반토막 난 셈이다. 선거 직전 김기현 대표가 지원 유세에도 나섰지만, 전주 유권자들은 국민의힘의 뒤늦은 서진(西進) 행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권 내에서도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특히 비윤계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당 재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6일 SNS에 “PK에서 이런 심상치 않은 상황이면 수도권에서는 강남도 안심 못한다는 이야기”라며 “당의 노선을 조속히 정상화해서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역시 SNS를 통해 “김종인·이준석 체제에서 추진한 서진정책의 효과가 대부분 소멸한 것이 확인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출범 초 집권당 성적 치고 너무 저조하다. 윤석열 정부와 김기현 지도부에 던지는 메시지가 간단치 않다”며 “일단 대통령이 임기 1년에 지지율 30%대를 못 벗어나고 있는 것부터가 이미 전국적인 평가가 끝난 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전주 선거 결과와 관련해 박 평론가는 “대구 서문시장만 계속 가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호남에서 어떻게 좋게 볼 수 있겠나. 이러한 행보가 호남은 물론 수도권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이라며 “당내 아주 뼈저린 성찰이 없으면 내년 총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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