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영토 인정한다더니…“中, 쿠릴열도 영유권 러·일 분쟁에 ‘중립’ 표명”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4.0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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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 입장 선회…“러시아와 협력 강화” 분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내 그라노비타야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내 그라노비타야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중국이 러시아와 일본이 분쟁 중인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영유권 문제에 대해 약 60년 만에 입장을 바꾸며 ‘중립’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일본 교도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중국은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주권에 관해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과거 1964년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은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인 쿠나시르, 이투루프, 하보마이 군도, 시코탄 등을 일본 영토로 인정한 바 있는데,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를 뒤집은 것이다.

러시아 현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표현하며, 러시아와 중국 간 신뢰·협력이 한층 더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발레리 키스타노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일본학 연구센터장은 “쿠릴열도에 대한 이번 중국 측 언급은 러시아가 모든 방향에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도 외교 전략에서 러시아에 더욱더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입장 변화에는 미국·한국 등과 공조를 강화하는 일본을 견제하려는 의도 역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키스타노프 센터장은 일본이 모든 전선에서 온 힘을 다해 반중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아울러 일본이 최근 필리핀과 군사 분야 협력에 나서기로 합의한 점 역시 “중국이 반길 리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 문제, 미국 측 요청에 따른 일본의 반도체 생산 장비 중국 수출 금지 조치 등도 중·일 관계 악화 요인으로 꼽았다.

또 다른 전문가는 마오쩌둥 전 주석 발표 후에도 지난 수십 년간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던 중국이 이번 기회를 통해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으로 맞서 싸운 러시아와 일본은 홋카이도(北海道) 북쪽에 있는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을 둘러싼 영토 분쟁으로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근거로 평화조약 체결에 앞서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을 돌려받길 원한다. 러시아는 2차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 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에 따라 4개 섬이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는 입장이다.

양국 간 영토 분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 일본이 서방이 주도하는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한다는 이유로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중단했다.

최근 러시아는 쿠릴열도 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고 밝히며 실효적 지배 조치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각)에는 쿠릴열도에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 날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이튿날 내려진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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