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업비트 켰다가 ‘화들짝’…꿈틀대는 코인 시장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4.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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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은행 위기에 ‘디지털 안전자산’ 취급받아
“내재적 가치 전혀 없다” 반론도 만만찮아

#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핸드폰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어플리케이션(앱)을 다시 깔았다. 가상화폐 폭락기에 큰 손해를 보고 앱을 삭제한지 꼭 1년 만이다. A씨는 ‘언젠간 오를 테니 버티자’는 마음으로 당시 앱을 삭제했다고 한다. 결과는 A씨의 생각대로였다. 손해를 의미하는 ‘파란 불’ 뿐이던 자산 리스트가 어느새 이익을 뜻하는 ‘빨간 불’로 돌아서있었다. A씨는 묵혀둔 500만원을 전액 회수했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 온기가 도는 분위기다. 고점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폭락했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가상화폐가 일종의 ‘디지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테라‧루나의 몰락과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등의 복합 요인으로 빠르게 폭락했던 가상화폐 시장이 다시 꿈틀대는 모습이다.

비트코인 시세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지만 제어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상화폐 시장이 거대한 도박판으로 변질된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 사진=Pixabay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Pixabay

얼어붙었던 가상화폐 시장, SVB 파산 이후 훈풍

가상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올해 1분기 7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1만6000달러(2096만원) 중반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6일 현재 2만8000달러(3668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3개월간 72% 올라, 분기 기준으로는 104% 폭등했던 2021년 1분기 이후 2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 중 대장 격인 이더리움도 비슷한 흐름이다.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이더리움은 올해 초 1300달러(171만원) 선을 유지하다가 6일 현재 1800달러(237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특히 이더리움은 ‘샤펠라(Shapella)’로 불리는 주요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있어 시장에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면 이더리움 소유자들은 예치(스테이킹) 상태로만 가지고 있을 수 있던 자산을 인출할 수 있게 된다.

가상화폐의 잇따른 회복세 덕에 일각에선 비트코인이 조만간 3만 달러(3955만원)를 회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빗썸경제연구소는 2023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리포트를 통해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한화 기준 5200만원에 도달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021년 10월께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7500만원 선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6월 3000만원 선으로 급락했다. 대장주 가격이 폭락하자 알트코인들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세계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더해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등의 복합적 요인이 가격을 끌어내린 결과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실시간 거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실시간 거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금융당국 규제가 ‘복병’…“투자에 유의하세요”

가상화폐 가격 흐름을 살펴보면, 가격이 급등한 때는 지난달 중순께다. 지난달 10일 SVB 파산 이후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연쇄 타격을 입었던 시점이다. 이 때문에 기존 금융 시스템의 위기가 모순적으로 가상화폐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자산운용사 반에크의 디지털 자산 리서치 책임자인 매튜 시겔은 “은행 예금과 중앙은행 구제금융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한 시기에 비트코인은 합법적인 펀더멘털 개선과 무기명 자산으로서의 고유한 역할을 인정받아 탄력성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가 금처럼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들어 가상화폐 가격이 글로벌 주가와 반대로 움직이고 오히려 안전자산인 금과 흐름을 같이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암호화폐 분석업체인 카이코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비트코인과 금 시세의 상관계수는 0.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이번 은행 위기를 계기로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리스크뿐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가상화폐는 외부 요인에 쉽게 출렁이는 경향이 있어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상화폐의 가장 취약한 점은 금융 당국의 규제다. 뉴욕증시 상장사이자 미국 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마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대상이 된 상태다. 국내에선 결제 서비스 다날의 페이코인이 상장폐지(거래지원 종료) 당했다. 여기에 SVB 파산에 따른 금융권 위기가 잔존해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와 관련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서방 은행의 위기가 확산될 경우 가상화폐 시장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아시아 금융시장 전염이 현실화될 경우 가상화폐 업체들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가상화폐 증권성 여부와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에 대해 각국 감독기관이 규제 의지를 꺾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규제의 방향성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시장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레이 달리오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내재적 가치가 전혀 없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과도한 관심을 받고 있다”며 “디지털 금으로서 비트코인의 위상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인정하지만 비트코인이 금을 이길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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