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검찰 출신들이 대거 공천될 거란 관측에 대해 “시중에 떠도는 근거 없는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영남 물갈이’가 이뤄질 거란 이야기가 나돌면서 현역의원들 사이 불안감이 고조되자 김 대표가 이를 직접 진화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검사 공천이라느니 어떠느니 하며 시중에 떠도는 괴담은 근거 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당 대표인 제가 용인하지도 않겠다”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투명한 공천을 천명하며 “계파 차별, 인위적 인물 교체로 억울한 낙선자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당헌‧당규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상향식 공천 원칙을 엄격히 지키고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사 수십 명 공천설’에 대한 불안감이 수그러들진 미지수다. 정치 경험이 짧은 윤 대통령이 총선을 기점으로 검찰 출신 윤석열 라인을 포진시켜 ‘여의도 지분’을 확대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날로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엔 총선에 출마할 인사와 출마 지역구, 낙선할 것으로 보이는 현역 의원들의 구체적인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대구‧경북(TK) 현역 의원 두어 명을 제외하고 전부 교체될 거란 이야기가 적잖이 흘러나오고 있다.

TK 출신인 윤재옥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된 것도 이러한 당내 불안감의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영남 물갈이설이 떠돌며 낙선 공포감이 커진 현역 의원들이 윤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거란 분석이다. 실제 윤 원내대표를 선거 토론회에서 “누구도 물갈이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단 한 분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며 의원들의 불안을 달래기도 했다.

이날 김기현 대표의 “검사 공천설은 괴담” 발언 역시 이 같은 공천 불안감으로 자칫 당내 김기현 체제의 원심력이 커질까 하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향후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면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 사이 충돌을 빚을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2016년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이른바 ‘옥새 파동’도 계속해서 소환되고 있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권에 있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충돌 이후 공천장 날인을 거부하고 돌연 부산으로 내려간 바 있다. 이러한 분열은 결국 새누리당의 총선 대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은 친윤(친윤석열)인 김기현 대표도 공천 시기가 오면 대통령실과의 갈등은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7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당시 김무성 대표는 이러다가 선거 져서 내가 망하겠다 생각해 도장 들고 간 것”이라며 “김기현 대표도 총선 몇 개월 남기고 이와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천 과정에서 김 대표가 공언한 원칙대로 공천을 추진하려면 김 대표 스스로 당 장악력을 단단히 키워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민주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