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걸 LF 회장의 장남 구성모씨가 비상장사를 동원, 그룹 지주사 지분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LF가(家)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1993년생인 성모씨는 최근 LF 직·간접 지분율을 8.65%까지 끌어올리며 2대 주주에 올랐다. LF는 LF푸드와 LF패션, LF코프, 라푸마코리아, 코람코자산운용 등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 내 지주사다.
개별 주주 기준 LF의 최대주주는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인 구본걸 회장(19.11%)이다. 이어 차남 구본순 전 고려조경 부회장(8.55%)과 고려디앤엘(7.47%), 삼남 구본진 LF네트웍스 대표 5.84%, 장녀 이은영씨(2.22%) 등이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이은영씨는 이씨 성을 가진 재미동포와 현지에서 결혼해 성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모씨의 개인 지분율은 1.18%로 다섯 번째다. 그는 고려디앤엘을 활용해 우회적으로 LF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고려디앤엘은 지난해 7월 LF네트웍스에서 인적분할된 조경공사 및 관리 회사다.
인적분할 당시 LF네트웍스는 보유 중이던 LF 주식 180만6000주(6.18%) 전량을 고려디앤엘에 넘겼다. 이후 성모 씨가 고려디앤엘 지분을 매입하면서 최대주주(91.58%)에 올랐다. 나머지 8.42%는 구본걸 회장의 장녀 구민정씨가 사들였다.
그 직후 고려디앤엘은 LF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했다. 이를 통해 고려디앤엘은 LF 지분율을 7.47%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 성모씨의 LF 직·간접 보유 지분율도 8.65%로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성모씨가 고려디앤엘을 통해 LF 지분 확보에 나선 배경이 상속·증여세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일 성모씨가 구본걸 회장으로부터 LF 지분 7.47%를 증여받았다면 최대주주 프리미엄을 포함해 200억원 이상의 세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성모씨가 자본총계가 90억원에 불과한 고려디앤엘을 인수한 뒤 이 회사를 통해 LF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자금 부담을 크게 덜어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향후 고려디앤엘에 LF그룹과 범LG가의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올린 매출을 LF 지분 확보 등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LF 관계자는 “모든 과정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공시된 사항 외에 확인된 게 없다”고 밝혔다.
한편, 조경공사·조경관리·원예판매 등의 사업으로 영위하는 고려디앤엘은 지난해 25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억7000만원의 적자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