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안철수, 껄끄러운 김기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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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행 깬 安, SNS 통해 ‘용산’ 때리고 與野 동시 비판
‘전대앙금’ 여전 관측 속…“金 위기, 安의 기회” 분석도

전당대회 후 잠행하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보폭을 다시 넓히는 모양새다.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감청 의혹과 관련, 대통령실이 미국에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안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전원위원회’의 흥행 부진도 지적하며 여야 모두의 무능을 저격했다.

여권 일각에선 안 의원의 활발한 행보가 용산 대통령실과 김기현 지도부에는 ‘호재’가 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권‧당권 주자였던 안 의원이 차기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키울 경우 ‘지도부 리스크’에 직면한 김기현 대표의 ‘조기 레임덕’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월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카페에서 안철수 의원과 만나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월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카페에서 안철수 의원과 만나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安 돌아오자마자 용산과 ‘엇박자’ 행보

안 의원은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낙선한 후 지역구 활동 및 국회 의정활동에만 전념했다. 이 기간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 언론 인터뷰 등은 철저히 삼갔다. 김기현 대표가 제안한 과학기술 관련 당 특별위원회 위원장직도 거절했다. 당시 안 의원은 김 대표에게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안 의원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미국의 도‧감청 의혹’과 관련한 의견을 올리자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다. 그의 SNS에 정치 현안 관련 글이 게시된 것은 지난달 13일 김기현 신임 대표와의 회동 소식 이후 처음이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의 도청 의혹은 국가안보와 국민 안위에 직결된 문제다. 미 정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방부 장관을 통해 우리 정부에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며 “우리 정부는 미 정부의 설명만 들을 게 아니라, 실제로 미국의 도청은 없었는지, 용산 대통령실의 정보 보안은 어떤 수준으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자체적으로 명백히 조사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개된 정보가 위조되었다거나 대통령실의 정보 보안은 확실하다는 막연한 설명만으로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도‧감청 의혹이 불거진) 상당수 문건이 조작된 것”이라는 대통령실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안 의원의 공개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날(12일)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 1개를 추가로 올렸다. 화두는 선거제도 개혁이었다. 그는 “(전원위가) 이틀이 지난 지금 의원들부터 스스로 기대가 없고 국민의 호응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식 전원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안 의원은 “미 의회의 전원위원회는 구체적인 법안에 대해 본회의에 앞서 실질적으로 토론하고 수정하는 포럼으로 기능한다”며 미국 전원위의 역할, 방식 등을 소개했다.

이어 안 의원은 지난한 논쟁만 반복하는 여야를 동시에 비판했다. 그는 “이대로 개인 의견들만 제시하다가 전원위원회가 끝난다면 국회는 무능력해 보일 뿐이고 다시 정계특위나 양당 지도부에 권한이 이양되면 또 똑같은 쟁점으로 다투기만 하고 시간만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좋은 정치를 만들려면 먼저 좋은 제도와 올바른 운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월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자리에 앉아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3월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자리에 앉아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앙금 남은 安, 김기현과 ‘화합’ 가능할까

정치권 일각엔 안 의원의 부상이 대통령실과 김기현 지도부로서는 껄끄러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이른바 ‘윤안연대 갈등’, ‘대통령실 선거 개입 논란’의 앙금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추측에서다. 실제 안 의원 측은 지난달 7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행정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전당대회 후 화합의 의미로 대통령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안 의원은 ‘(화합과 별개로) 수사는 원칙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안 의원 측 김영호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공수처 조사를 받으며 강승규 수석 및 행위에 가담한 대통령실 행정관들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촉구했고,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석열(친윤)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에 ‘불쾌감’을 표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한 친윤계 국민의힘 의원은 “‘윤안연대’로 피해를 본 것은 대통령이지 안 의원이 아니었다”며 “사과는커녕 되레 대통령실을 저격했다. 총부리는 거두지 않고 ‘앞으로 잘 해보자’고 말하면 누가 믿겠나”라고 주장했다.

한편에선 김기현 대표의 위기가 안 의원에게 재기의 발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김기현 지도부는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설화로 구설수에 올랐다. 동시에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자, 12일 당 중진 의원들이 김 대표와 만나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김 대표가 이런 상황을 총선 직전까지 타개하지 못하면 비윤석열(비윤)계 뿐 아니라 친윤계 수도권 의원들도 안 의원의 우군(友軍)으로 진영을 바꿀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 한 달 만에 흔들리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계속 악화되면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아니라 ‘민심’이 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친윤계가 내리막에 접어들면 반윤도, 친윤도 아닌 안 의원의 모호한 위치가 되레 강점이 될 수 있다. 결국 김기현 지도부, 친윤계의 위기가 안 의원에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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