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왜 카페 창업에 열광할까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25 12:05
  • 호수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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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중 13.6%가 카페 관련 브랜드
카페 사장에서 2000억원대 부동산 자산가로 변모한 사례도

포털 검색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현재 영업 중인 커피 전문점은 12만5600개에 달한다. 2014년 당시 국내 커피 전문점은 5만4000개 정도였다. 9년 만에 두 배 넘는 133%가 증가한 셈이다. 공정위에 등록된 커피와 빵, 아이스크림, 음료 등 카페 관련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올 4월 기준 1309개다. 전체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9638개 중 13.6%가 카페 브랜드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 시장 규모는 2011년 2조4000억원에서 현재는 20조원대로 증가했다. 10년 만에 10배나 늘어난 셈이다. 신규 프랜차이즈 등록 상황을 보더라도 한 달이면 20~30개 카페 브랜드가 새로 생기고,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던 3년 동안 국내 커피 전문점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배달커피 시장도 곳곳에서 생겨났다. 대형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전국에 2250개 매장을 확장했다. 현재 전 세계에 3만5700개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스타벅스 매장이 많다. 최근엔 전국의 매출 부진 주유소 부지 등을 확보해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DT) 매장을 열고 있다. 주요 커피 브랜드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이디야 커피 3000개, 메가커피 2300개, 컴포즈 커피 2000개, 투썸은 1700개 가맹점을 확장했다. 2023년 대한민국은 커피 전문점의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하다.

ⓒ연합뉴스
3월2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2023 서울카페&베이커리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상권 활성화가 부동산 비즈니스로 연결돼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의 태동은 70·80년대 속칭 ‘다방커피’로 거슬러 올라간다. 88올림픽을 계기로 쟈뎅, 도토루 같은 원두커피 전문점이 국내 상권에 첫선을 보이면서 현대적 커피 전문점이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원두커피는 에스프레소(Espresso) 시장으로 변신했고, 이는 소위 ‘테이크아웃’의 대명사가 됐다. 이후 커피 전문점은 대형 커피점과 소형 커피점으로 분화했다. 커피 전문점 아이템은 프랜차이즈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커피 전문점의 확장 모델로 베이커리카페, 디저트카페, 브런치카페, 음료카페, 아이스크림과 빙수카페 등 다양한 컬러의 카페 시장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신도시에서 상권 활성화를 리드하는 것도 카페 골목이다. 분당 정자동 카페거리, 죽전 카페거리, 광교 카페거리, 경리단길·용리단길·송리단길·행리단길 등 전국의 속칭 ‘O리단길 상권’이나 가로수길·샤로수길 같은 ‘O로수길’ 상권을 주도하는 아이템 역시 카페다. 이러한 카페 아이템은 상권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축을 이루기도 한다. 번듯한 카페들이 들어서야만 침침한 골목 상권이 빛나는 신세대 상권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최근 카페 시장은 부동산 비즈니스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베이커리카페로 경기도 외곽지역에 오픈한 초대형 한옥베이커리가 있다. 부지만 4만 평에 달한다. 월 매출액 10억원, 연간 매출 120억원을 올리는 대형 한옥카페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카페를 통해 올리는 영업이익보다 부동산 자산가치 상승으로 올리는 수익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최초 평당 100만원도 안 되는 땅이었으나, 카페를 오픈하면서 지금은 평당 500만원짜리 땅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베이커리카페 사장이 2000억원대 부동산 자산가로 변신한 사례는 업계에서 회자되는 유명한 얘기다.

코로나 팬데믹 3년간 프랜차이즈 형태의 커피 전문점은 급속히 증가했다. 수익성은 어느 정도일까. 공정위에 등록된 주요 카페 브랜드 정보공개서를 살펴보면 월평균 매출액이 공개돼 있다. 2021년 말 기준 투썸 4217만원, 메가커피 2740만원, 빽다방 2370만원, 컴포즈커피 2090만원, 이디야커피 1500만원 수준이다. 중소형 커피 브랜드는 월평균 매출액 500만~900만원 정도가 수두룩하다. 통상 인건비 25~30%, 원가 30~35%, 임대료 10~15%를 제외한 커피집 사장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평균 15~25% 수준이다. 상위 프랜차이즈 커피 가맹점의 총투자금액은 2억~5억원, 중소형 브랜드나 독립점 소형 카페라 하더라도 최소 1억원 이상임을 감안한다면 큰 수익성이 아니다. 그럼에도 카페 창업 시장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창업자가 뛰어들고 있다.

 

투자 수익성보다 ‘워라밸’ 위한 공간 개념 커

청년 창업, 여성 창업, 부부 창업, 중장년 창업, 실버 창업 시장에서도 카페는 선호도 1위 아이템이다. 왜일까? 필자의 견해로는 자영업 시장의 눈높이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커피 전문점을 통해 소위 큰돈을 벌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워라밸을 위한 공간 개념이 더 크다. 특히 중장년 퇴직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소위 ‘명함 내밀기’가 무난하고, 자존감도 유지하면서 육체적인 노동 강도도 타 음식점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직원 구하기 쉬운 업종이라는 측면도 있다. 커피집 알바를 하겠다는 수요는 많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커피 전문점이 급증하는 데는 커피 전문점을 찾는 수요층이 뒷받침하는 측면도 크다. 매경헬스의 15세 이상 남녀 독자 5924명 대상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하루에 커피 1잔을 마시는 사람은 35.6%, 커피 2잔은 36.3%, 커피 3잔은 16%, 커피 4잔 이상은 6.4%를 차지했다. 전체 조사자의 84.3%가 하루에 커피 1잔 이상을 마신다는 얘기다. 이제 커피를 마시고, 커피 전문점을 찾아 잠시의 여유를 즐기는 것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상이 됐다.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은 당분간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커피 전문점이 증가한다고 해서 매출이 하염없이 증가하진 않는다. 브랜드별, 상권 입지별, 콘셉트별로 수익성은 천차만별이다. 새롭게 커피 전문점 창업시장을 노크해야 한다면 새겨야 할 것은 많다. ‘바리스타 커피 자격증만 따면 창업 준비는 끝’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바리스타 자격증이 없어도 카페 창업에는 큰 지장이 없다. 카페 경영자로서 숙련된 바리스타를 채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시시각각 변하는 카페 창업의 출점 콘셉트를 발견하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새로 생겨나는 카페와 문 닫는 카페를 수시로 살펴야 한다. 상권 여행을 통해 카페 소비자들의 변화무쌍한 니즈 파악도 중요하다. 자기 카페만의 고객 유입력을 높이는 상품, 시설, 콘텐츠 측면에서 뉴스 만들기는 필수다. 우리나라 커피 소비자들은 찾아갈 카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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