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그룹 승계 작업에 속도…구본준 회장 장남·장녀 역할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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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모-핵심 사업’ ‘구연제-벤처캐피탈’ 구도 예상
구본준 LX그룹 회장 ⓒ연합뉴스
구본준 LX그룹 회장 ⓒ연합뉴스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장남인 구형모 LX엠디아이 부사장과 장녀 연제씨를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 부사장은 지난해 그룹 씽크탱크인 LX엠디아이 대표이사로 승진하며 경영 최전선에 나섰고, 연제씨도 최근 재직 중이던 회사에 사표를 내면서 그룹 합류가 예상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연제씨는 최근 마젤란기술투자를 퇴사했다. 범LG가로 분류되는 LB인베스트먼트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하며 벤처캐피탈 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구 회장의 외사촌이 운영하는 창업투자사 마젤란기술투자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연제씨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향후 연제씨가 LX그룹 내 벤처캐피탈 사업 부문을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X그룹은 지난해 사업목적에 ‘금융업’을 추가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LX벤처스’ 상호를 가등기 신청하는 등 벤처캐피탈 사업 출범을 추진해왔다.

연제씨의 행보는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장자승계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온 범LG가의 여성 대부분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전업주부로 지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여전히 구 회장의 장남인 구 부사장을 LX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하고 있다.

구 부사장과 연제씨에 대한 지분 승계 상황도 이런 견해에 무게를 싣는다. 구본준 회장은 2021년 12월 구광모 LG 회장과 계열분리를 마무리 지으며 LX홀딩스 지분 40.04%를 확보했다. 그 직후 구본준 회장은 구 부사장과 연제씨에게 보유 지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1500만 주를 증여했다.

이중 구 부사장과 연제씨에게 각각 850만 주와 650만 주가 주어졌다. 그 결과 구 부사장의 LX홀딩스 지분율은 0.60%에서 11.75%로, 연제씨는 0.26%에서 8.78%로 증가했다. 이후 구 부사장은 꾸준히 LX홀딩스 주식을 장내매수해 지분율을 11.92%까지 늘리며 연제씨와의 차이를 더욱 벌렸다.

구 부사장의 사내 영향력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4년 LG전자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온 구 부사장은 계열분리 후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LX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10개월 만인 지난해 3월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부터는 LX엠디아이 대표이사(부사장)에 올랐다. 지난해 말 LX홀딩스가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LX엠디아이는 계열사들의 경영 컨설팅을 담당하는 그룹 내 싱크탱크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그랬듯 향후 남매간 계열분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 부사장이 LX그룹을 핵심 사업 부문을 맡고 연제씨가 벤처캐피탈을 중심으로 독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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