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빠진 이재명, 송영길과 ‘헤어질 결심’?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4.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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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전대 돈 봉투' 의혹에 “송영길 조기 귀국 요청”
“본인 의혹엔 정치탄압이라더니” 비명계 ‘부글부글’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을 둘러싼 이른바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파문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검찰이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을 겨냥한 전방위 수사를 개시한 가운데 송영길 전 대표의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이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를 ‘뒷배’로 내세우며 세를 과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여권을 중심으로 ‘송영길 책임론’이 부상하자 이재명 대표도 송 전 대표의 조사 필요성을 인정한 뒤 고개를 숙였다. 다만 이를 두고 비이재명(비명)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본인을 향한 수사에선 ‘당의 단일대오’를 강조했던 이 대표가 ‘이중잣대’를 적용하려 한다는 주장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관련 입장을 마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관련 입장을 마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들어오라” 고개 숙인 이재명

최근까지 이 대표는 이른바 ‘이정근 게이트’와 관련해 말을 삼갔다. 이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연속토론회’가 끝난 후 ‘민주당 전대 돈 봉투 의혹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의가 이어지자 “이제 그만하시죠”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랬던 이 대표가 17일 관련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최근 우리 당의 지난 전당대회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의혹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비리 의혹에 대한 당의 ‘무한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확인된 사실에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치를 다 할 것”이라면서 “이번 사안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서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어 “민주 공화정을 무한 책임져야 할 대한민국의 공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당 차원의 진상 조사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사권이 없는 까닭에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해 조사에 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현지 인터뷰 등을 통해 올해 7월까지 귀국 의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022년 5월27일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022년 5월27일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심송심’ 주장하는 비명계 ‘이중잣대’ 반발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이 대표와 송 전 대표가 각별한 사이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당내에선 ‘이심송심’(이재명의 마음과 송영길의 마음이 같다) 논란이 일기도 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송 전 대표가 이 대표의 ‘대권행’을 도우려 한다는 의심이 확산하면서다. 대선이 끝난 후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도전하며 자신의 지역구(인천 계양을)를 비웠고,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자 이 대표와 송 전 대표의 ‘밀약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이른바 ‘제2 이심송심’ 논란이 재발화할 것을 염려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두둔하고 검찰의 편파 수사를 규탄할 시 당의 ‘방탄 이미지’가 강화됨과 동시에 ‘이정근-송영길-이재명’의 관계를 둘러싼 갖은 의혹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검찰이 확보한 결정적 물증 탓에 이 대표가 ‘부당 수사’를 주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를 통해 “육성이 방송에 나왔다. 눈 감고 그 목소리만 들어도 제가 아는 분들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겠다”며 “듣는 입장에서 그 목소리가 조작됐겠느냐. 상상하기 어렵다.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대표의 태도가 ‘이중잣대’라는 비판도 당내에서 제기된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선 ‘기획 수사’, ‘정치 탄압’, ‘당의 단일대오’를 강조했던 기존 태도와 모순된다는 지적에서다. 이 대표는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성남FC 불법후원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지만 모두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27일 이 대표는 국회 체포동의안 신상발언을 통해 “권력자가 국가 위기와 국민 고통을 외면한 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은 주권자에 대한 배반이자 민주 공화정에 대한 도전”이라며 “주권자를 대신하여 국회가 내릴 오늘 결정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앞날이 달려있다.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의원 여러분께서 엄중한 경고를 보내달라”고 부결을 호소한 바 있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한 것은 적절한 처사라고 본다”면서도 “(이 대표는) 본인에게 불리한 녹취, 증언은 짜깁기고 일방 주장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재명 수사는 민주당 표적 수사라 단일대오가 필요하고, 송영길 수사는 정당한 수사라 무한 책임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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