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산 수산물, 장기간 반복적 섭취 아니면 큰 피해 없다 [이덕환 교수 기고]
  •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4.29 14:05
  • 호수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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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광우병 소동 되풀이되면 안 돼…막연한 불안이나 괴담 유포보다 과학적 판단 필요

일본 원전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를 앞두고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불안이 되살아나고 있다. 원전 오염수 방류로 후쿠시마 근해에서 ‘피폭 생선’이 늘어나면 우리 식탁의 안전도 위협받게 된다는 괴담 때문이다. 정부가 한일 관계의 ‘개선’을 일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불편한 국민 정서와 일본 극우 언론의 무책임한 추측 보도도 우리의 불안을 부추긴다.

방사성 오염에 대한 소비자의 두려움을 무작정 탓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우리 식탁에서 당장 끔찍한 피해가 발생할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어야 할 이유는 없다. 후쿠시마의 방사성 오염물질이 우리나라로 모두 몰려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섣불리 재개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억지 괴담으로 시작된 2008년 광우병 소동의 부끄러운 경험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항공사진으로 2022년 3월17일 촬영한 일본 도쿄 북쪽 후쿠시마현 오쿠마 마을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전경 ⓒAP 연합
항공사진으로 2022년 3월17일 촬영한 일본 도쿄 북쪽 후쿠시마현 오쿠마 마을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전경 ⓒAP 연합

방사성 핵종, 태평양에서 묽어져

일본 후쿠시마 근해에서 방사선에 오염된 생선이 잡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직후 일본에서 수입한 활백합·대구 등에서 방사성 세슘이 검출되기도 했다. 결국 2011년 9월부터 정부가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일본산 농수산물 검역도 강화했다.

우리만 겁을 냈던 것도 아니었다. 전 세계 55개국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제한했다. 12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국제사회의 불안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한국·중국·EU(유럽연합) 등 12개국은 지금도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규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우리의 수입 금지 조처가 부당하다고 제소했다. 그러나 WTO도 우리 손을 들어줬다. 한국의 지리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2019년 4월 WTO의 최종 승소 판결의 요지였다. 우리의 조치가 근거가 불확실한 비과학적 소문에 의한 ‘풍평피해(風評被害)’에 해당한다는 일본의 주장은 국제적으로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 금지 조치는 명백한 외교적 사안이다. 현장에서 확인되는 과학적 팩트는 국민 설득에 활용하는 참고 자료일 뿐이다. 다만 앞으로는 ‘후쿠시마산’이라는 애매한 기준만으로는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명백한 ‘기준’을 제시하는 정부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확인된 후쿠시마산 수산물 오염의 원인은 명백하다. 후쿠시마 앞바다로 흘러들어간 원자로 파편과 오염수가 오염의 원인이다. 특히 섭씨 2000도까지 뜨겁게 달아오른 연료봉을 식혀줬던 지하수가 문제였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62종의 방사성 핵종이 수산물을 오염시켰다. 실제로 사고 직후 후쿠시마 앞바다로 방류된 세슘-137 양이 무려 1만8000테라베크렐(TBq)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일본 정부가 파괴된 원자로와 바다 사이에 거대한 지하 빙벽(氷壁)을 설치하고, 오염된 지하수를 적극적으로 수거해 철제 탱크에 모아두기 시작하면서 오염수의 무단 해양 방류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더욱이 땅속에 묻혀버린 단단한 고체 상태의 연료봉이 차갑게 식으면서 지하수로 녹아 나오는 방사성 핵종 양과 종류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사고 후 2년이 지난 2013년까지도 적지 않은 양의 방사성 핵종이 바다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 12년 동안 사고 현장에서 후쿠시마 앞바다로 흘러들어간 방사성 핵종 양은 적지 않았다.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에 들어있는 양보다 1000배 이상 많았다는 추정도 있다. 다행히 후쿠시마 앞바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강한 해류가 흐르는 곳이다. 빠른 해류가 후쿠시마 앞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방사성 핵종을 확산시켜 오염을 해소해 줬다는 뜻이다. 해류가 방사성 핵종을 우리나라까지 이동시킨다는 지적은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흩어지고, 묽어진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루에 120톤 오염수 희석해 30년간 방류

그동안 우리나라는 물론 캐나다·미국·사모아·피지·대만·중국 등 태평양 연안 국가의 바닷물에서 방사성 핵종 증가가 확인된 적은 없었다. 어패류에서 후쿠시마 사고에 의한 방사성 오염이 확인된 사실도 없었고, 당연히 주민 피해 사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리 독성이 강한 방사성 핵종이라도 70경(京) 톤의 바닷물이 들어있는 태평양에서 묽어지고 나면 인체나 생태계 피해는 더 이상 걱정할 이유가 없어진다.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과학적·상식적 사실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는 132만 톤의 ‘오염수(汚染水)’가 1066개 저장탱크에 들어있다. 연료봉에 들어있던 우라늄-235 붕괴로 만들어진 방사성 핵종이 오염수에 녹아있는 것이다. 그런데 단단한 소결체(燒結體)인 연료봉과 금속 상태의 원자로 파편들이 이제는 지하수에 의해 차갑게 식어버렸다. 방사성 핵종이 녹아 나올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녹아 나오는 방사성 핵종 종류도 당초 62종에서 30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저장탱크에 들어있는 오염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된 것은 아니다. 물론 무단 방류는 불가능하다. 일부 핵종 농도는 국제적으로 허용되는 방류 기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장탱크 근처를 서성이기만 해도 방사선 피폭에 의한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고도 저장탱크 옆에서 작업할 수 있을 정도다.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 총량이 고작 3g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이 저장탱크에 들어있는 오염수를 그대로 태평양에 쏟아버리겠다는 것도 아니다. ALPS(다핵종제거장치)라는 대형 ‘정수장치’에 반복적으로 통과시켜 만든 ‘처리수(處理水)’를 다시 바닷물로 400배 이상 묽힌 ‘방류수(放流水)’를 내보낸다. 그런 과정에서 방류수에 잔류하는 방사성 핵종 농도는 국제적으로 허용되는 방류 기준 이하로 줄어든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태평양 생태계의 피해도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동의하는 방법이다.

물론 처리수를 바닷물로 희석한다고 방사성 핵종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방사성 핵종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묽어진 방류수에 의한 피폭 위험은 확실하게 줄어든다. 방사선 피폭 위험은 ‘총량’이 아니라 사람이나 어패류에 의한 ‘노출량’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로마의 명의(名醫) 파라셀수스의 ‘용량이 독(毒)을 만든다’는 만고불변의 교훈이 적용된다. 아무리 독성이 강한 독이라도 충분히 묽으면 걱정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방사성 핵종도 예외가 아니다.

오염수를 한꺼번에 방류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30년 동안 방류를 계속한다. 하루에 120톤의 오염수를 처리·희석해 방류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수돗물(1인당 하루 295리터) 양을 기준으로 대략 100가구 아파트에서 흘러나오는 생활하수에 해당하는 양이다. 오염수 방류는 후쿠시마 해변에 하수처리 시설을 충분히 갖춘 작은 아파트 한 동을 짓는 정도의 일인 셈이다. 공학적·경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태평양의 생태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킨다고 걱정할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 바다나 수산물의 오염을 걱정해야 하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방사성 핵종에 의한 피폭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인체 발암성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1군(Group 1)’ 발암물질이다. 그런데 저용량 방사선 피폭 피해는 대부분 암과 같은 만성 질환으로 나타난다. 오염된 농수산물을 한 번 섭취했다고 당장 암에 걸리는 것이 절대 아니다.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피폭이 아니라면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 삼중수소도 예외가 아니다. 삼중수소에 오염된 생선을 몇 차례 먹었다고 암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언제나 발암물질을 무서워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술(에탄올)·담배·젓갈의 발암성은 삼중수소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쇠고기를 숯불에 구울 때 발생하는 벤조피렌도 1군 발암물질이다. 그런데도 삼중수소의 위험성만 요란스럽게 걱정하는 것은 이율배반이고 자가당착이다. 화학적 독성은 농도가 훨씬 더 높은 경우에나 걱정할 일이다.

ⓒ연합뉴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4월24일 일본 도쿄에 있는 경제산업성 청사 앞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집회를 일본 시민단체와 함께 개최했다. ⓒ연합뉴스

정부, IAEA 모니터링에 적극 참여해야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무작정 반대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액체 상태의 오염수를 무한정 안전하게 관리할 수도 없다. 자칫 탱크가 파손되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오염수를 대형 ‘인공호수’에 넣어두면 된다는 주장은 소가 들어도 웃을 억지다. 방사성 핵종의 누출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IAEA가 동의한 오염수 처리를 성실하고 확실하게 이행하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것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IAEA의 모니터링에도 적극 참여해야 하고,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 오염수에 대한 기술적인 자료도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공개되고 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제기구 IAEA의 권위와 공정성을 함부로 무시하는 발언은 비리에 찌든 사회에서나 가능한 부끄러운 것이다. 전문가와 언론도 신중해야 한다. 엉터리 궤변·괴담으로 공연히 국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 엉터리 전문가의 억지에 맞장구를 치는 일부 언론의 모습도 절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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