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정치 훌리건’ 통제할 사람은 이재명 뿐…계속 지적할 것”
  • 구민주·김종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4.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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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내대표 불출마’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체포동의안 이탈표 오판, 편향된 지도부가 편향된 판단”
“‘민주당의 길’, 내로남불로 잃은 당 신뢰 되찾을 것”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21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21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당내 강성 팬덤에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 온 비명계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내 비명계를)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공격만 하는 팬덤은 ‘정치 훌리건’일 뿐”이라며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이재명 대표뿐이다. 팬덤을 즐겨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지도부가 한쪽 날개로만 날고 있다”며 ‘균형’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지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당 지도부는 이탈표가 거의 나오지 않을 거라고 틀린 확신을 했다”며 “편향된 지도부이기 때문에 편향된 판단을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 19일 “당이 민심의 균형 잡힌 길을 갈 수 있도록 말을 남길 사람이 필요하다”며 원내대표 막판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모임 ‘민주당의 길’ 활동에 더욱 몰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지도부 밖에서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생각했다”며 “내로남불로 잃어버린 신뢰를 찾아나가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내대표 도전을 멈추기로 결정한 시점은 언제였나.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나.

“불출마 입장문 쓰기 1~2시간 전이었다. 후보자 등록 신청서도 다 작성해 놓은 상태였다. 제출 직전 보좌진들과 마지막으로 고민한 끝에 ‘하지 말자’고 결정했다. ‘민주당의 길’ 모임이 굉장히 소중한데, 제가 지도부에 합류하면 제대로 모임이 유지되지 못할 것 같았다. 지도부가 되면 일단 당을 위해 하나된 목소리를 내게 되지 않겠나. 그보단 지도부 바깥에서 계속 할 말을 하는 것이 제가 당을 위해 더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아쉽지 않았나. 결선 올라가면 당선 가능성 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저를 도와준 의원들은 모두 당선을 확신했다. 결선에 (또 다른 비명계 후보인) 박광온 의원과 저 중 누가 올라갈진 모르겠지만, 올라가면 안정적으로 당선이라고 확신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없다.”

불출마를 통해 박광온 의원과 사실상 단일화한 거란 분석도 있다.

“박 의원과 미리 얘길 나눈 건 없지만 비명계 후보가 갈라져 있다가 모아졌으니 흐름상 그렇게 해석될 순 있다고 본다.”

불출마 입장문에서 ‘균형 잡힌 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곧 현재 당이 균형감각을 잃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저만이 아니고 이재명 대표도 당이 균형을 잃었다고 인지는 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당직 개편도 단행한 것이다. 새도 좌우 날개가 있어야 안정적으로 난다. 우리 지도부는 그동안 한쪽 날개로만 지나치게 편향돼 있었다. 편향된 지도부는 편향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2월27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였다.”

조금 더 설명해 달라.

“표결이 있기 전 지도부는 이탈표가 한 자릿수에 그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아니지 않았나. 편향됐기에 제대로 상황 파악을 할 수 없던 것이다. 부글부글 끓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지도부에 가 닿지 않은 것이다. 당이 비주류를 끌어안지 못하면 통합의 지도부는 만들어지지 못하고 선거를 잘 치러낼 수 없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서 균형을 강조한 것이다.”

강성 팬덤 정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다. 현재 상황 어떻게 진단하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과거 팬덤들은 정말 건전했다. 선거 때면 노란 손피켓을 들고 지역에 가서 지지를 호소했다. 그런데 지난 보궐선거 기간 우리 집 앞에 찾아와 항의 시위를 벌인 이들은 그저 ‘내부총질 의원을 몰아내자’며 공격만 거듭한다. 팬덤이라기보단 ‘정치 훌리건’이다. 이들에게 당해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의원들이 상당히 많다. 대체 이 문화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 고민이 많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

“결국 팬덤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더욱 나서서 따갑게 지적하는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가 한 마디 경고하니까 바로 집 앞 항의 시위를 멈추지 않았나.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이 대표다. 정치 훌리건을 즐겨선 안 된다. 그동안 이 부분을 이 대표에게 꾸준히 지적했고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 할 생각이다. 그게 올바른 당을 만들기 위해 제게 주어진 의무다.”

총선 공천에 대한 개인적인 걱정은 없나.

“공천은 받는 게 아니라 따내는 거라고 늘 생각한다. 불안감이 ‘제로’라고 할 순 없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정도다”

‘민주당의 길’ 활동에 대한 의지와 애정이 큰 것 같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지난 대선이 끝나고 참 이상한 현상이 있었다. 이긴 쪽이나 진 쪽이나 모두 대선 백서를 내지 않은 것이다. 우리 당은 왜 정권이 5년 만에 빼앗겼는지 고민하고 평가해야 했는데 이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 이제라도 돌아보고 다음을 대비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180석 의석으로 내로남불을 일삼으며 잃어버렸던 국민적 신뢰를 다양한 정책들을 제안하며 회복해보고자 한다. 지도부와는 또 다른 트랙에서 필요한 정책을 꾸준히 내놓는다면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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