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무장’ 대신 ‘핵 보복’ 명시…‘워싱턴 선언’ 핵심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4.2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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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협의그룹 설립 선언…유사시 핵 기획 공동접근 강화
尹, NPT 의무 재확인…바이든 “북핵, 압도적 대응”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백악관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공식 발표했다.

‘워싱턴 선언’에는 이른바 ‘한국형 핵우산’에 대한 밑그림이 담겼다. ‘핵 협의그룹’(NCG)이란 기구를 창설해 핵공동기획을 논의하는 한편 핵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 빈도를 늘리기로 합의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면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핵으로 보복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로, 동북아를 넘어 전 세계 안보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핵 협의그룹’ 창설…유사시 핵 보복 천명

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약 80분간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워싱턴 선언’엔 한‧미 간의 ‘핵 협의그룹’을 창설하고, 핵우산의 기획과 운용에 한국 측 입장을 반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간 정의가 모호했던 ‘한국식 핵우산’을 한‧미 정상이 문서화한 셈이다.

‘워싱턴 선언’은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 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한다”며 “미국은 미국 핵 태세 보고서의 선언적 정책에 따라 한반도에 대한 모든 가능한 핵무기 사용의 경우 한국과 이를 협의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선언은 NCG 신설 배경에 대해 “양 정상은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 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는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하고, 한반도에서의 핵 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훈련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핵 유사시 기획에 대한 공동의 접근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범정부 도상 시뮬레이션’도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북한이 핵 무기를 발사할 시 미국이 ‘핵 보복’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항구적이고 철통같다”며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韓 독자 핵무장은 일축…尹, NPT 의무 재확인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방침에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양 정상은 선언에서 “윤 대통령은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대신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 등 미국의 핵 전략 자산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대북 억지력을 높이기로 합의했다. 양 정상은 선언에서 “미국은 향후 예정된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을 통해 증명되듯, 한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시킬 것이며 양국 군 간의 공조를 확대 및 심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기자회견 후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한국도 핵무장을 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윤 대통령은 “확장억제 추진과정에서 북핵에 대한 국민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워싱턴 선언에서 구체화된 확장억제의 강화와 실행 방안은 과거와 다른 것”이라며 “강력하고 새로운 확장 억제”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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