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워싱턴선언’에 “韓, 핵무기 개발 않겠다고 동의...美 영리하게 제어”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4.2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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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핵협의그룹’(NCG) 신설…자체 핵무장 차단
WSJ “韓, 자체 핵무기 포기 대가로 美 핵사용 결정에 더 큰 역할”
영국 FT “美, 독자 핵 개발 하려는 서울의 ‘외도’ 영리하게 제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 소인수 회담을 위해 오벌 오피스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 소인수 회담을 위해 오벌 오피스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과 관련해 주요 외신들은 한국이 자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의 핵사용 결정 과정에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선언이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을 진정시키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기대했다. 다만 이번 선언만으론 이러한 여론을 잠재우기엔 장기적으로 불충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26일(현지시각) 공개된 워싱턴 선언은 한국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도록 하는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고,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신 한국은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비확산 의지를 천명하기로 했다.

CNN은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 2명의 발언을 토대로 미국이 한국의 한반도 전술핵 배치 또는 자체 핵무장 시나리오를 “상당히 피하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악관이 최근 수개월을 한국을 안심시킬 방법을 찾았다”며 “이번 합의가 한국이 필요로 하는 대안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은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 계획을 ‘외도’라고 표현하며, 미국이 이를 “선제적으로 잘 제어했다”고 평가했다.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AEI) 아시아 안보 담당 연구원은 “‘워싱턴 선언’은 한국 국민을 안심시킬 뿐 아니라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고안됐다”며 “독자적으로 핵 개발을 하고자 하는 서울의 외도가 동맹에 위험 요인인데, 이번 선언은 (미국이) 이를 선제적으로 제어한 영리한 노력”이라고 FT에 밝혔다.

다만 이번 워싱턴 선언이 실질적인 가치는 떨어진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됐다.

미국 NBC 뉴스는 워싱턴 선언이 “한국 대중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로서 상징적”이라는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교수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루이스 교수는 이러한 약속이 “군사적 가치는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전력을 증강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워싱턴 선언이 장기적으로 한국을 안심시키기에 불충분할 것이라는 전문가 발언을 소개했다.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북한 전문가 조엘 위트는 “이번 선언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다수의 한국 정부 및 군 당국자들은 자신들이 (핵무기) 버튼을 가질 때까지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확장억제’ 강조는 지난 30년 간 북핵 제어가 모두 실패했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NYT는 “한국은 미국이 핵 대응으로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을 막을 것이라는 ‘확장억제’에 대한 더 큰 확신을 찾고 있다”며 “(한‧미 양국이) 확장억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지난 30년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제어하기 위한 외교적 설득, 압도적인 제재, 경제 지원 약속 등 모든 노력이 실패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회담’이 실패로 끝나고 지난 4년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한국과 미국도 인정할 정도로 빠르게 확장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은 핵협의그룹 창설에 큰 관심을 보이며 이에 담긴 미국 측 의도를 내다봤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핵협의그룹은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려는 한국의 요청에 미국이 응한 것”이라며 “미국의 핵 계획 책정에 한국의 관여를 일정정도 인정해 확장억제를 충실히 하고,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미국 측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도통신은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한국에서 확산하는 핵무장론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과 미국이 억지력을 높이면 일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선언’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사전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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