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밀문건 “러, 서방 제재에도 최소 전쟁 1년 버틸 재정여력 있다”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4.2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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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엘리트들, 정부에 자금 지원 가능”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버스 정류장에 붙은 군복무 홍보 포스터의 모습 ⓒ AFP=연합뉴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버스 정류장에 붙은 군복무 홍보 포스터의 모습 ⓒ AFP=연합뉴스

최근 유출된 미국 기밀문건에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최소 1년은 자금을 댈 수 있을 것으로 정보 당국이 평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각) 지난달 초 작성된 기밀 문건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기밀 문건에 따르면, 미국 정보 당국은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에도 러시아의 경제 엘리트들이 정부에 자금을 계속 지원해줘 전쟁을 1년 이상 끌고 갈 수 있다고 봤다. 또 러시아 경제 엘리트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동의하지 않거나 서방의 제재로 인해 타격을 입었음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문건에는 “러시아 당국은 경제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법인세 인상, 국부펀드, 수입 증가와 기업 적응력 등에 기대고 있다”며 러시아 경제 엘리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정부의 목표를 계속 떠받치고 러시아 정부가 제재를 피하도록 도울 것이라는 전망이 담겼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 수출 통제와 러시아 금융기관에 대한 대규모 제재 등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이 문서와 관련해 코멘트를 거부했고 백악관은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현재까지 대러 제재가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내용 역시 문건을 통해 공개됐다고 WP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은 제재의 효과를 부인했으나, 대러 제재의 대상들이 느낀 당혹감이 기밀 문건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에게 지난 3월 초 국제투자은행(IIB)과 국제경제협력은행(IBEC), 유라시아 투자은행 등 러시아 주도의 기관이 ‘잠재적으로 당혹스러운 붕괴’를 피할 수 있도록, 비상 계획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작성했다.

지난 12일 미국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본사를 둔 러시아 주도의 금융기구인 국제투자은행(IIB)에 제재를 가했고 헝가리 정부도 IIB에서 대표단을 철수하고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IIB는 오랫동안 러시아의 스파이 활동·돈세탁과의 연관성을 의심받아 왔다.

또 다른 문서에 따르면,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러시아 은행들이 보유한 외환이 충분하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고용한 직원들도 최근 발표된 미국의 러시아 MTS 은행에 대한 제재로 5월15일부터 미국 달러 거래가 정지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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