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남시, 위법 행위 "공무원 재량" 묵인···모든 책임 업체에 떠넘겨
  • 서상준 경기본부 기자 (sisa211@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3 12: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남시 "위법 알지만 판단은 공무원 재량, 강제할 수 없어"
헛점 투성 '철거 해체 신고서' 알고도 해당 건 신속 처리 
허위 출장복명서 작성, 서둘러 '건물 멸실신고 확인증' 발급

경기 성남시가 모란역 인근 철거 현장에서 폐기물을 그대로 매립했다는 민원을 무시하고 방치하는가하면 건물 해체공사 완료되기도 전에 '건축물 해체공사 완료(멸실) 신고 확인증'을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해체계획서는 기초 등 철거에 대한 계획도 없이, 해체계획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등 부실하게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시청 전경 ⓒ성남시 제공
성남시청 전경 ⓒ성남시 제공

해당 공무원은 현장에서 건설폐기물 처리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감리자가 제출한 '공사전후사진'을 그대로 받아들여 해체공사 완료신고를 수리했다. 해체 항목별로 전후 사진을 각각 첨부하는 표준 양식도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

명백히 서류에 하자를 발견하고도 묵인해 준 셈. 공무원과 업체간 유착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해당 건축물 해체완료(멸실)신고서는 전체적으로 헛점 투성이였다. 건축주가 아닌 자격없는 감리가 신고인으로 서명·날인하는 가 하면, 해체완료 확인자인 시공사 및 감리자 확인 날인도 빠져 있었다. 

아예 대놓고 업체 측에 선심 쓴 흔적도 발견됐다. '처리기한 3일'인 서류를 7월22일(2022년) 접수하고, 7월25일 오전 9시께 시청 민원실에서 또 접수, 당일 현장 출장 후 3시10분에도 같은 서류를 접수했다.

기본 절차부터 서류 접수까지 의문 투성인데도 성남시는 유독 해당 건에 대해서만 신속한 일처리를 진행했다.

토지주는 "당시 삼성디지털프라자와 임대기간이 종료된 후 삼성 측의 일방적 건물 해체와 원상복구를 위해 철거가 진행됐다"며 "이 과정에서 토사 붕괴와 지반 침하가 우려된다며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성남시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해체 완료 신고를)용인했다"고 토로했다. 

성남시가 기본 절차부터 서류 접수까지 의문 투성인데도 신속한 일처리를 진행해 준 것으로 밝혀져 공무원과 업체간 유착의혹이 불거졌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날인 없는 건축물해제신청서(왼쪽)과 '제식구 감싼' 성남시 감사결과서. ⓒ서상준 기자
성남시가 기본 절차부터 서류 접수까지 의문 투성인데도 신속한 일처리를 진행해 준 것으로 밝혀져 공무원과 업체간 유착의혹이 불거졌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날인 없는 건축물해제신청서(왼쪽)과 '제식구 감싼' 성남시 감사결과서 ⓒ서상준 기자

성남시는 당일 현장 점검에서 해체가 완료되지 않은 것을 직접 파악하고도, 허위 출장복명서를 작성하고 서둘러 '건물 멸실신고 확인증'까지 발급했다.

시에서 지정한 감리업체는 토지 평탄화, 인근 도로 원상복구 등 철거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체감리완료서를 제출하고 며칠간 철거 공사를 계속 진행했다. 건축 당시부터 철거까지 경계 측량을 진행하지 않아 현재도 엉뚱한 곳에 경계 울타리를 설치해놨다.

토지주는 성남시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감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는 담당 공무원들의 책임이나 징계없이 사실상 '제식구 감싸기'로 결론났다. 

감사관은 해당 부서장이나 관련 공무원에 대해서는 위법 행위가 발견됐으나 "재량이므로 강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모든 책임은 감리자에게 물어 과태료를 부과했다.

시 관계자는 "건축안전관리과에서 2022년 7월25일 현장을 출장해 관련작업 이행이 완료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위법이 발견될 경우 건축물 해체공사 완료신고가 됐더라도 취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 판단은 행정행위를 처분한 소관부서의 재량이므로 강제할 수 없다"며 "관리를 소홀한 점이 확인되어 해당부서에서 감리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여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건축물해제에 관한 법률에는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해제허가를 받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해체신고를 하거나, ▲해체계획서를 부실하게 작성하는 등의 위반 행위가 발생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성남시는 해당 건축물의 해제완료 신고 수리 행위를 직권 취소해야 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