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닮았다? 이재명이 ‘반문’을 반복하는 이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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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돈 봉투’ 질문 나올 때마다 與 거론하며 ‘되치기’
尹도 ‘도어스테핑’서 유사 발언…트럼프 화법 판박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닮은꼴 화법’이 주목받고 있다. 불리한 질문이 이어지면 ‘What about?(넌 어떻고?)’이라 되묻는 방식으로 화제를 전환하는 화법이 유사하단 분석에서다. 윤석열 대통령도 ‘도어스테핑’ 당시 같은 화법을 구사한 바 있다. 일각에선 정치인들의 이 같은 ‘피장파장식’ 대응이 불통 논란을 부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여권의 의혹을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답을 회피하고 있다. 이 대표는 3일 ‘돈 봉투’ 의혹에 휩싸인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탈당 관련 질문에 “우리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 갑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또 “태영호 의원 사건을 검찰이 수사한다고 하느냐”고 물은 뒤 “원래 의무적 수사 사항이라고 하던데”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에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돈 봉투’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자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은 어떻게 돼 가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불법 정치 자금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 전 의원을 거론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에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출범식 행사장을 빠져나가며 ‘돈 봉투’ 의혹에 휩싸인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박순자 (전 국민의힘) 의원 수사는 어떻게 돼갑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기자들이) 관심이 없으신가보군요”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돈 봉투’ 사건에 대한 국민 관심을 여권으로 돌리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이 같은 전략은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통해서도 재현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8일 검찰 편중 인사 지적에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6월17일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에 ‘정치보복’ 논란이 일었을 때는 “민주당 정부 땐 그럼 (보복 수사를) 안했느냐”고 되물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유사한 화법을 구사했다. 이른바 ‘왓어바우티즘(whataboutism)’이다. ‘왓어바우티즘’은 ‘What about?(넌 어떻고?)’에서 유래한 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 대통령이나 정치적 앙숙들을 공격할 때 사용한 피장파장 어법을 말한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이 더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힐러리가 국무장관 재직 시절 공식 업무를 자신의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된 바 있는데, 이를 상기시킨 것이다. 또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에는 “버락 오바마(전 대통령)였다면 북한과 미국은 이미 전쟁을 벌였을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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