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상권의 한식당 성공 코드는 한국스러움과 로컬화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3 14:05
  • 호수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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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한류 마케팅보다는 치밀한 현지화 전략이 관건

국내 외식창업 시장은 과포화된 지 오래다. 한국 시장의 과포화를 피해 2000년 이후부터 해외에 진출하는 한식당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나 인도차이나 반도의 아시안 국가들에서 활발하게 오픈했다. 특히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BTS 열풍 같은 한류 콘텐츠, 한류 문화의 확산은 아시안 상권에 폭발적인 시너지로 작용하면서 ‘K푸드’ 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코로나19 3년 동안 해외 진출 한식당들은 된서리를 맞아야만 했다. 특히 한국 교민을 대상으로 하는 한인타운 상권들에서 폐업이 이어졌다. 반면 찬바람이 불던 코로나 시기에도 그 나라 사람들, 즉 현지인을 주고객으로 하는 한국 음식점들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일본 도쿄의 신오쿠보 같은 현지인 대상 한국 음식점 상권은 코로나 시대가 저뭄과 동시에 반등세를 타고 있다.

베트남 현지인들이 수도 하노이에 있는 한식당 진로비비큐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베트남 현지인들이 수도 하노이에 있는 한식당 진로비비큐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일본 한인 상권에 신세대 몰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수는 83만 명 수준이다. 미국 교민 수 255만 명, 중국 교민 수 246만 명보다는 적은 숫자다. 일본 한인 상권을 대표하는 곳은 도쿄 신주쿠역과 한 정거장 거리에 위치한 신오쿠보 상권이다. 신오쿠보 상권에는 베트남 교민 상권과 다른 점이 있다. 베트남 교민 상권의 핵심 고객은 한국 사람들이다. 하지만 신오쿠보에서 영업하는 한국 음식점의 핵심 고객은 일본인 신세대다. 일본의 10대들은 신오쿠보에 가면 한국 음식점은 물론 한국 화장품·과자류, 한국 소품, 한국의 아이돌 노래까지 들을 수 있다.

최근 신오쿠보를 찾는 일본인 수는 하루에 12만 명, 연간 누적으로는 900만 명에 달한다. 주목해야 할 코드는 일본 신세대가 어려서부터 한국 음식에 길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음식의 맛과 간을 기억하는 일본 신세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음식의 일본 내 미래가치도 어둡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신주쿠 한국상인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신오쿠보 상권에 한국 점포 수는 396개였다. 2022년 말 기준 한국 점포 수는 634개로 급증했다. 2010년 무렵 한류 붐이 강하게 일던 시절의 628개 점포를 앞지른 수치라는 얘기다. 신오쿠보 상권의 업종 분포를 보면 다양하다. 어림잡아도 60% 이상은 음식점이라고 보면 된다.

음식점 중에서는 전통적인 삼겹살집, 김밥집 같은 기존 아이템도 있지만, 3년 전 이곳에서 유행했던 한국 음식은 치즈 테마 음식이었다. 치즈 핫도그, 치즈 치킨, 치즈 닭갈비 등이 그것이다. 최근엔 신오쿠보 상권에 다양한 한국식 디저트카페, 감성카페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한식 아이템 중에서는 ‘주꾸미 음식점’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한국의 오리지널 매운맛을 느끼려는 일본 신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신오쿠보 상권에서 임대 점포 찾기는 별 따기에 가깝다. 도쿄 상권 내에서 유일하게 권리금이 형성돼 있다. 중급지 1층 15평 정도면 권리금이 1억원을 호가한다. 보증금과 시설투자비까지 감안하면 2억원가량 투자해야만 신오쿠보 상권 1층 점포에 출점할 수 있다.

수익성은 어떨까? 일본 음식점의 평균 매출액을 100%라고 한다면 식재료 원가와 인건비는 각각 25~30% 수준이다. 임대료는 10%,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10~20%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 스타일 주꾸미 음식점의 식재료 원가는 20% 이하다. 순이익률이 더 높아지는 이유다. 일본 상권의 한국 음식점 창업에서는 가장 한국스러운 컬러를 구현하는 식당 만들기가 성패의 관건이다.

베트남은 코로나 이전까지 한국 음식점이 가장 많이 생겨난 해외 상권 중 하나다. 베트남 내 한국 교민 수는 수도 하노이 7만 명, 호찌민은 13만 명에 이른다. 베트남 한국 음식점은 하노이 미딩 상권, 호찌민 푸미흥 등 교민 상권을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 한파는 베트남 교민 상권에도 칼바람을 몰고 왔다. 한국 교민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푸미흥, 미딩, 다낭의 한인타운 상권은 코로나 시대가 끝나감에도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베트남 신세대 고객층을 타깃으로 영업하는 한국 식당은 코로나 시대와 무관하게 승승장구 중이다. 하노이 응우웬치타이에 가면 1층 대로변에 한국 고기 음식점 ‘진로비비큐’를 만날 수 있다. 김광욱 대표(43세)가 운영하는 60평 규모의 한국 식당이다. 메뉴 가격은 1인당 30만 동(약 1만7000원), 36만 동(약 2만원) 수준이다. 한국적인 조리법으로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맘껏 구워 먹을 수 있는 무한리필 고깃집이다.

 

베트남 한국 고깃집 ‘진로비비큐’도 인기

한 달 매출액은 5000만~6000만원. 매출액 대비 식재료 원가는 35~40%, 인건비는 10%~12%, 임대료 10%,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25~30%에 달한다. 일본 상권이나 우리나라 상권의 음식점 순이익률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다. 진로비비큐를 찾는 주 고객층은 대부분 베트남 현지인이다. 베트남의 20대 고객층이 전체의 80% 이상이다. 진로비비큐 성공 요인으로는 김광욱 대표의 경영자 역량이 첫 번째다. 하노이 매장에 수년간 올인하면서 100% 현지인 직원을 채용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신세대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뭘까. 첫째는 한국 콘텐츠로 치장된 매장 분위기와 비주얼 경쟁력이다. 재밌는 한국 콘텐츠가 많은 것이다. 진로비비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많은 한글 사인물과 옛날 분위기의 간판 풍경이다. 1970~80년대 한국의 뒷골목 풍경을 그대로 연출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어설픈 한글 마케팅과는 차원이 다르다. 호감 가는 나라인 한국의 정겨운 분위기가 베트남 신세대들에게는 즐거움 코드로 이어지고 있다.

고객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SNS에 자유롭게 노출하는 것 또한 진로비비큐의 중요한 마케팅 방법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파티 문화에 매우 친숙하다. 흥이 많아 노래 부르기 좋아하고, 사진 찍기도 참 좋아한다. 진로비비큐에서 찍은 사진들을 인터넷에 노출하는 것을 그들 스스로 즐기는 셈이다. 진로비비큐의 경쟁 업소는 베트남 외식기업 골든게이트나 레드썬이 운영하는 고기하우스, 스모비비큐, 킹비비큐 같은 베트남 현지 고깃집 브랜드 식당들이다. 하지만 베트남 20대 신세대 소비자들은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면서 한국 문화를 제대로 호흡하고 즐길 수 있는 진로비비큐를 더 선호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식당의 해외 창업 성공 코드는 그 나라 현지인을 공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진로비비큐의 성공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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