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강기정, 광주 군공항 회동…‘통큰 결단’ 나오나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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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전남지사 제안, 10일 회동 결과 ‘주목’…특별법 통과 이후 첫 만남
회동 성패 가를 핵심 변수는 ‘광주 민간공항 무안 선이전’ 합의
양자 회동서 담대한 결단 없을 시 ‘보여주기 정치쇼’ 후폭풍 예상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10일 만날 예정이다. 광주 군 공항 특별법 통과 이후 처음이다. 두 사람은 그간 광주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입장 차이 때문에 해법을 찾을 변변한 논의 자리조차 갖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이번 회동에서 20여년 산통 끝에 이른바 ‘통큰 결단’이 나올 것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양자 회동에서 기존 구상을 뛰어 넘는 담대한 결단이 없을 경우 ‘보여주기 정치쇼’라는 후폭풍 파고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동에선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 선이전에 대한 ‘통큰 합의’가 성패를 좌우할 핵심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지역 관가에선 이날 지난 2008년 당시 광주시와 전남도·무안군 간에 체결된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공항에 이전’을 골자로 한 협약을 재확인할지 아니면 이를 변경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공군제1전비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T-50 고등훈련기가 이륙하고 있다. ⓒ공군제1전비

‘20년 산 독배’…소모적 논쟁 끝내나

8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가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서로 머리를 맞댄다. 지난달 초 두 사람이 만나 논의하려다 ‘함평군의 광주시 편입’이라는 암초를 만나 신경전만 벌이다 회동이 무산된 지 한 달만이다. 이날 회동은 김영록 지사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다뤄질 핵심 쟁점은 군 공항과 민간공항 이전 문제가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군 공항과 광주공항을 한 곳에 옮기느냐와 국가 및 광주시 지원방안 등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관가 주변에선 무엇보다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 선이전에 대한 양측의 ‘통큰 합의’가 회동의 성패를 가를 뇌관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광주시와 함평은 두 공항을 한꺼번에 옮겨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전남도와 무안군은 광주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무조건 이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광주·전남의 공동이익을 위한 정치지도자들의 담대한 구상과 과감한 결단이 요구된 사안이었다. 하지만 깔아뭉개기와 좌고우면의 끝판왕이자 판단력과 결단력, 추진력 결핍의 대표 사례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군공항 이전을 위해 상생 협약을 맺었지만 20년 가까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소모적인 갑론을박으로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다. 이 기간 행정을 추진했던 광주시장이 5명, 전남도지사가 3명에 이른다. 

민선 8기 들어서도 양측의 신경전은 여전하다. 전남도는 함평군에서 설명회를 개최한 것을 통보받지 못한데 대해 서운함을 드러냈다. 함평군의 광주시 편입도 갈등의 한 부분이다. 전남도가 최근 광주시가 아닌 국방부에 재산출된 이전 사업비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한 점도 양 시도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단면이다.

광주시 또한 전남도에 섭섭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안군이 광주 군공항 이전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하는 동안 전남도는 한편에 비켜서 어떤 중재나 대화의 노력도 없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진척 없이 긴 시간만 보냈다는 입장이다.

 

姜-金, ‘서로 먼저’ 촉구…‘통큰 보따리’ vs ‘통큰 결단“

강 시장과 김 지사는 최근까지도 서로에게 ‘통 큰 보따리’와 ‘통 큰 결단’을 먼저 내놓고, 내려달라고 청구서를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선공은 강 시장이 날렸다. 그는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의 국회통과 후 이전 후보지 선정을 위한 정치 지도자·지역 리더들의 통 큰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자 김 지사가 광주 민간공항의 전남 무안이전과 군공항 이전 후보지 지원 대책 등 광주시의 통 보따리를 내놓는 것이 먼저라고 맞받아쳤다. 전남은 군공항을 이전 받는 지역이기 때문에 기피 시설을 보내는 광주시가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통 큰 보따리’는 지난 2008년 광주시가 전남도·무안군과 협약을 통해 2021년까지 광주 민간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협약한 약속 이행을 의미한 것으로 읽힌다. 

마치 양 측이 서로를 향해 ‘통근 결단을 하라’며 폭탄 돌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는 20년 가까이 끌어온 소모성 논쟁을 끝내라는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선뜻 ‘독배’를 마셨다가 입게 될 정치적 타격에 대한 뒷감당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부에선 이전 특별법 제정 이후 모처럼 조성된 군 공항 이전 논의가 실패로 끝나면 강 시장과 김 지사이 지도력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심지어 20여년 째 지속돼온 소모적 논쟁을 이번에도 끝내지 못할 경우 ‘정치생명’까지도 내놔야하는 등 가늠키 어려운 일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양 시·도지사 간 만남이 단순한 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는 것을 넘어 기존의 군공항 이전 구상을 뛰어 넘는 양측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2018년 28일 오전 전남도청에서 열린 협약식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광주시
김영록 전남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이 2022년 7월 28일 오전 전남도청 서재필실에서 열린 ‘2022년 광주·전남 상생발전위원회’에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전남도 

김영록·강기정이 내놓을 ‘결단 카드’는

군 공항 이전은 그동안 숱한 갈등을 겪으면서 과학과 사실의 논쟁 수준을 뛰어 넘어 ‘기피 시설’로 낙인찍힌 상황이다. 결국 주민들을 설득해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고,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서는 기존 군 공항 이전 논리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두 시도지사가 만지작거리는 ‘결단’ 카드는 무엇일까. 먼저 강 시장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공항 이전 약속을 실천하겠다’고 선언하는 방안이다. 이에 화답해 김 지사가 전남도 주도로 군 공항 이전 후보지를 대상으로 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이전 논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 

결국 누가 먼저 ‘결단’을 내릴 것인가의 ‘순서의 문제’가 남는다. 그러나 최근 한일관계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결단을 내렸다가 퍼주기외교 등 갖은 후폭풍에 시달린 점을 보듯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 역시 먼저 결단한 쪽이 입게 될 정치적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광주시 내부에선 먼저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공항 이전을 선언했다가 전남도가 무안 주민 반대에 부딪혀 군 공항 이전을 관철시키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우려마저 감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청 안팎에선 민선 8기 들어 수뇌부 교체로 새판이 짜여 진 만큼 2008년 당시 광주시와 전남도·무안군 간에 체결된 협약을 백지화하거나 최소한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무안에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의 패키지 이전 시 ‘담보’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힘 실린 ‘무안 패키지 이전론’ vs 고개드는 ‘함평 광주편입론’

그런 만큼 최근 광주전남 공동 미래번영을 위한 ‘패키지 빅딜론’에 좀 더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전남도 안팎에서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등을 위해 ‘민간공항+군 공항’의 패키지 무안 이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점에서 김 지사가 내놓을 만한 ‘결단’으로도 꼽힌다. 뒷받침할 명분은 광주·전남 ‘공동번영론’이다. 

김 지사도 지난달 25일 실국 정책회의에서 “(군공항 이전을 통해) 광주·전남 공동 미래 번영을 위한 경제공동체로 함께 나아가자”고 광주시에 제안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가산단 지정에서 무안국제공항 인근에 추진 중인 항공국가산업단지가 탈락한 것을 두고서다. 김 지사가 이날 “군공항 이전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발언한 것도 군공항 이전이 광주·전남 미래를 위한 협력 사업임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덩달아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2020년 제안한 이른바 ‘빅딜론’도 재조명되고 있다.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패키지’로 무안국제공항에 이전을 통해 광주와 전남이 1000만평에 이르는 공항신도시를 만들자는 것이 골격이다. 마치 대구 군공항 이전지로 결정된 군위에 대구시가 30만명 규모의 에어시티를 조성하겠다는 구상과 유사하다.  

청와대 정무수석 퇴임 후 광주를 찾았던 강 시장은 당시 기자들에게 “광주군공항 문제가 광주와 전남을 상생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당장은 작게 손해를 보더라도 크게 이익이 되는 이익공유 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전지가 어디가 됐든 이 구상을 여전히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두 단체장이 큰 틀에서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남은 건 담대한 구상과 과감한 결단만이 남은 셈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차선책으로 민간공항을 무안으로 보내는 대신 군 공항을 받은 함평을 광주에 편입하는 ‘제2의 빅딜론’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회동에서 동병상련의 처지로 한배를 탄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어떤 과단성 있는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두 사람의 회동에 320만 광주·전남 시도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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