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먹거리 물가에 ‘슈거플레이션’까지 덮치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5.0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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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설탕 가격지수, 12년 만에 최고치 기록
제당3사 설탕 공급가격 인상 움직임에 물가 상승 우려↑
서울 한 대형마트의 빵 매대 ⓒ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의 빵 매대 ⓒ연합뉴스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외식물가 상승률이 오히려 전월보다 오르는 등 먹거리 구성 품목 10개 중 3개가 10%선을 웃돌고 있어서다. 설상가상 세계 설탕 가격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제당업체들이 공급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어 물가 진정세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3사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설탕 공급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제과업체 등에도 이같은 계획을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당3사의 가격 인상 움직임은 세계 설탕 가격 상승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에 따르면, 올해 4월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149.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에 비해 27.9% 증가한 수치로 2011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해당 지수는 △1월 116.8 △2월 125.2 △3월 127.0 △4월 149.4를 기록하는 등 매달 상승하고 있다. 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해 나타낸 수치다.

세계 설탕 가격지수가 상승하고 있는 데는 세계 각지의 설탕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설탕의 원료가 되는 원당을 생산하는 브라질에서 기상이후로 인해 생산량이 큰 폭의 감소를 보였고 2위 수출국인 인도에서도 원당 수출을 규제하며 공급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자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설탕 가격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제당3사의 가격 인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슈거플레이션은 설탕값 상승으로 설탕을 원료로 쓰는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의 식품 가격이 잇따라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제당사로부터 설탕을 공급받는 식품·외식 업체들이 원가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통상 가공식품의 경우 원재료비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가뜩이나 가공비, 인건비 등에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조짐이 있는 가운데 원부자재 가격 상승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원가 부담 커지는 기업들, 하반기 연쇄 인상할 수도

그렇다고 제품 가격 인상도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인상 자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어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식품업계에 사실상 가격 동결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2월에는 12개 식품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를 통해 “올해 상반기에는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최대한 물가안정을 위해 협조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21개 외식업체 및 기관 대상 물가안정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는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경우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빵과 아이스크림, 과자, 음료수 등 가공식품 가격 상승에 설탕을 식재료로 쓰는 외식업체들의 인상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진정 국면이지만 외식 및 가공식품의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다는 점도 악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및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치보다 각각 3.9%포인트, 4.2%포인트 높았다. 지난달 외식과 가공식품의 세부 품목 112개 중 28.6%인 32개는 물가 상승률이 10% 선을 웃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 등의 이유로 업체들이 즉각적으로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낮다”라면서도 “시차를 두고 가격 상승분이 원가에 반영되면 하반기에 업체들이 동시다발적인 가격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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