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 ‘정치 행위’ 요청한 시민단체…국민의힘 “정치단체에 불과”
  • 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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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나 교사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했다는 지적받는 충북교육계
5월9일 충북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의 공립 대안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이 체험학습 때 학생을 정치 선동 도구로 활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학부모 모습 ⓒ충북교육청 제공
5월9일 충북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의 공립 대안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이 체험학습 때 학생을 정치 선동 도구로 활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학부모 모습 ⓒ충북교육청 제공

충북 진천군 여성농민회는 4월26일 지역사회단체 개최 영화 《다음, 소희》상영장에서 학생들에게 ‘농업포기 농민말살,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는 피켓을 들어달라고 했다. 이 단체는 당시 학생들을 향해 정부가 쌀값 폭락 등으로 식량주권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개정된 양곡관리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농업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거부하는 것이란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러고선 학생들이 피켓을 든 모습을 SNS에 게재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농민의 현실을 호소하면서 공감하는 사람만 피켓을 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격분한 한 학부모는 해당 학교 교장과 교사 5명을 정치중립의무위반, 국가보안법위반,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충북경찰청에 고발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청주충북환경연합은 5월9일 청주시의 ‘우암산 둘레길 조성 사업’ 반대 내용을 담은 초등학생 1명의 그림편지와 진천의 한 대안학교 학생 8명의 손편지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4월22일 자신들이 연 ‘우암산 시민문화제’를 앞두고 이 학교 토론 수업에 참여해 우암산 둘레길 사업을 설명하고 편지를 받았다. 이범석 청주시장에게 우암산 데크 조성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인데, 이 단체가 주장하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암산 둘레길 조성 사업’은 청주시와 시민단체, 여야 간 대립을 빚고 있는 정치적 현안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치적 현안 인터뷰를 진행하고, 편지 작성을 유도한 셈이다. 

최근 충북 일부 단체들이 반(反)정부 퍼포먼스 등에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자 한 교육계 인사는 “정치 선동에 청소년을 동원하는 건 비교육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 이후 커진 학생들의 성적 격차를 해결하는 데 우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이 현실 문제에 참여하려면 먼저 현실을 바르게 인식·분석할 수 있는 지적 소양을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열심히 공부해 실력을 키우는 게 먼저”라면서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을 정치적 볼모로 삼아 행사에 동원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일갈했다.

국민의힘은 이 단체들을 향해 “자신들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무조건 비난하고 비판을 가해 시정이나 도정을 와해시키고, 학생들을 이용해 교육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시민단체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시민단체를 가장한 정치단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11일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성명을 내고 “판단력이 미흡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대변시킨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범법행위이며,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특히 이 과정에서 청주시의 사업에 반발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여과없이 투영됐다는 것은 학교나 교사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고, 학생들을 단체의 목적달성에 이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즉시 시민단체는 그 가려진 왜곡의 가면을 벗고 정치단체로서 오만하고 거짓된 자신들의 입장을 시민들께 이실직고해 정당하게 평가받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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