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선 ‘백의종군’ 불출마 선언할 그 사람이 진짜 실세”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2 12:05
  • 호수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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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을 보면 ‘신핵관’이 보인다”…‘尹의 사람들’ 흥망성쇠
권성동-장제원 ‘몸 낮춘 실세’…이철규·박성민·박수영 ‘신핵관 부상’

윤핵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라는 뜻의 신조어는 지난 1년 윤석열 체제의 뿌리를 상징한다. 윤 대통령은 정치 참여를 선언한 날부터 255일 만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의회 경험은 물론 정치 경험 자체가 없었다. 세력도, 지역 기반도 없던 ‘검사 윤석열’이 ‘대권후보 윤석열’을 거쳐 헌정 사상 최초의 ‘0선 대통령 윤석열’이 되는 데까지 ‘정치적 기승전결’을 엮어줄 새로운 세력은 필수적이었다. 

검찰 조직만으로 정권을 운영할 수는 없다. 윤 대통령에게 윤핵관은 정권교체는 물론 정권 유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존재였고, 윤핵관에게도 여권의 주류가 될 두 번 다시 안 올 기회였다. 그렇게 여권에는 윤핵관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계약이 형성됐다. 윤 대통령은 ‘윤핵관 중 윤핵관’이라 불리는 핵심 측근들에게는 늘 중책의 당직을 맡겼다. 대통령실과 내각보다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 윤핵관의 핵심을 뒀다. 자신의 힘이 아직 충분히 미치지 못한 곳에 ‘2인자’를 보낸 것이다.

‘신핵관(新윤핵관)’으로 불리는 이철규·박성민·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왼쪽부터)
‘신핵관(新윤핵관)’으로 불리는 이철규·박성민·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왼쪽부터) ⓒ연합뉴스·박수영의원실제공

집권 초 윤핵관은 ‘권성동·장제원 투톱’ 체제로 운영됐다. 윤 대통령은 장 의원에겐 인수위 때 당선인 비서실장을, 권 의원에겐 집권여당 원내대표를 맡기며 윤석열 정부 초반을 이끌게 했다. 이철규·윤한홍 의원도 핵심 측근으로서 두드러진 역할을 했지만, ‘권·장 투톱’에는 미치지 못했다. 문제는 ‘투톱 체제’였다. ‘권·장 대결’로 표현되는 권력투쟁이 본격화하자 당내 혼란은 가속화됐고,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의 갈등을 계기로 결국 두 사람은 모두 백의종군의 길을 걷게 됐다. 2선 후퇴를 했지만, 두 사람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장 의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막후 실세’라는 평가가 유지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후 ‘김기현 체제’를 대안으로 낙점했다. 단순히 김 대표만 당대표에 앉힌 게 아니라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을 친윤 일색으로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내내 ‘당무 개입’과 ‘수직적 당·대(대통령실) 관계’ 등 숱한 비판과 논란을 샀지만 윤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후 핵심 당직도 친윤 핵심들이 차지한다. 김기현 대표가 임명했지만, 당직 임명에도 윤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철규·박성민·박수영 의원이 최근 ‘신핵관(新윤핵관)’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사람은 내년 총선의 공천을 좌지우지할 핵심 당직을 차지했다. 이철규 의원은 당 조직과 자금을 관리하면서 총선 공천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박성민 의원은 선거 기획과 전국의 당협 관리 등 공천 관련 사무총장 업무를 보좌하는 전략기획부총장에, 박수영 의원은 공천 후보자의 우열을 가리는 공천 여론조사를 관장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여의도연구원 원장을 각각 차지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친윤 핵심들이 공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당직에 전진 배치되자 이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윤핵관은 단순한 권력의 2인자나 핵심 측근이 아닌 정권을 떠받치고 유지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동맹 계약을 맺은 필수불가결한 세력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핵관들의 분화가 시작될 텐데, 시선은 공천을 좌우할 윤핵관에게 쏠리겠지만 진짜 실세는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윤 대통령에게 공천의 공간을 열어주는 사람일 수 있다. 그 ‘점’을 시작으로 권력의 ‘선’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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