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아이가 사라졌어요”…‘아동범죄’ 사각지대 해소할 법안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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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아동복지법 개정안 발의…어린이집·학교 등 아동보호구역 의무화
“아이들 지키기 더 어려워진 사회…바쁜 부모들이 놓치는 ‘시선’ 찾아줄 것”

지난 4월2일, 광주의 한 어린이공원에서 놀던 B(9)양에게 술에 취한 40대 남성 A씨가 다가왔다. A씨는 공원에서 놀고 있던 B양에게 다가가 말을 걸더니, 급기야 B양을 인형으로 꾀어 술까지 따르도록 시켰다. 이를 수상하게 보고 있던 B양의 이웃 주민 이아무개(42)씨는 B양에게 “저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B양은 머뭇거리다 “삼촌”이라고 답했다.

이후 A씨는 B양의 손을 잡아끌고 한 빌라 안으로 데려가려 했다. 다행히 A씨의 범행 의도를 확신하고 뒤를 쫓아온 이씨가 A씨를 저지한 후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고, A씨는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만약 B양 곁에 이씨가 없었다면 그 날의 기록은 더 끔찍했을지 모른다. 실제 ‘아동범죄’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참극이다. 길을 걷다 보면 ‘실종된 아이들을 찾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의 현수막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경찰청이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8세 미만 실종아동은 연간 평균 2만 건 넘게 발생했다. 특히 신고 접수 후 1년이 지나도록 가족을 찾지 못한 ‘장기실종아동’은 871명에 달했다. 많은 아이들이 유괴된 후 오랜 시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셈이다.

아동범죄는 단순 유괴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2008년 발생한 ‘조두순 사건’처럼 아동유괴는 성범죄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아동들은 끔찍한 트라우마를 평생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조두순 사건의 피해 가족도 1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두려움에 떨며 살고 있다. 특히 조두순이 출소 후 근처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피해 가족은 원래 살던 동네를 떠나기도 했다.

어린이들의 ‘성역’인 어린이집에서도 충격적인 소식이 이어진다. 지난해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60대 어린이집 원장이 이불로 아이를 덮은 뒤 몸으로 눌러 질식사시킨 사건도 발생했다. 이처럼 아동범죄는 장소와 주체, 방식을 불문하고 어느 상황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아이 곁을 24시간 지킬 수 없는 부모로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아동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한 법은 존재한다. 현행 ‘아동복지법’에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동 보호’ 필요성이 판단되는 학교, 어린이집, 도시공원 등을 아동보호구역으로 자율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아동보호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주변 지역 순찰과 CCTV 관찰 등 아동 보호 수단이 강화된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아동보호구역 지정이 ‘의무’가 아니라는 허점이 있다. 실제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아동보호구역을 지정한 곳도 광진·노원·영등포, 단 세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동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의 경우 오히려 아동범죄 발생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오전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아이들 등교 모습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아이들 등교 모습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범죄 근절 위해 보호구역 지정 의무화…순찰-CCTV 설치↑”

이에 국회에서도 아동범죄 사각지대를 없애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조직부총장을 맡고 있는 배현진 의원은 지난 11일 이른바 ‘아동범죄 사각지대 해소법’으로 불리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은 전국 도시공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을 아동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순찰과 아동 지도,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배현진 의원은 법안 발의 다음날인 12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해당 법안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배 의원은 최근 사회 세태에 대해 “일과 육아는 병행하기 힘든데, 각종 범죄가 많아지면서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을 통해 아동범죄 예방을 위한 보호체계가 한층 두터워질 것이다. 부모들이 쫓아가지 못하는 ‘시선’을 찾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래는 배 의원의 일문일답.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아동범죄 사각지대 해소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최근 아동 관련 이슈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작년 ‘강남 스쿨존’ 사례를 통해서 아이들의 안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연장선에서 아동범죄에 대해서도 여러 조사를 했는데, 그때 아동범죄 관련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단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제 지역구인 송파구는 서울시에서 초등학생이 가장 많은 지역임에도 아동보호지역이 아예 설정돼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동보호지역을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게 됐다.”

법을 통해 아동범죄를 줄일 수 있을까.

“당초 법안을 만들 때부터 아동범죄를 초기부터 근절시키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학교, 어린이집, 공원 등 어린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들이 모두 아동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 아동범죄 예방을 위한 보호체계가 한층 두터워질 것이다.”

아동범죄 근절 방안이 너무 늦게 도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전 세대만 해도 사회적으로 아동 복지·권리에 지금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또 예전엔 마을공동체의 동네 사람들이 공동으로 아이들을 지켜주는 분위기가 형성돼있었다. 반면 지금은 사회적인 공동 보육이 굉장히 힘든 환경이다. 맞벌이 부모도 많아지고 각종 ‘묻지마 범죄’ 등 새로운 양태의 범죄들이 많아졌다. 아이들끼리만 밖에 두기 불안한 세상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각박해진 생활 현실로 아이들을 보육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이런 부분들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책 통해 매워줘야 한다. 이번 법안도 부모들이 쫓아가지 못하는 시선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 셈이다. 앞으로도 정치권에선 다른 여러 분야의 사각지대들에 대한 정책을 계속 발굴하며 놓치는 부분을 매워주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또 다른 관심 있는 정책 분야가 있는지.

“모든 세대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환경인만큼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연장선으로 저출산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이를테면 난임 부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노력을 계속 해왔고, 산전·산후 우울증 관련법도 발의했다. 지난해 연말엔 예결위 회의에서 서울에 난임 우울증 상담센터를 개소하도록 정책 제안도 했다. 이를 통해 서울 송파구에도 (상담센터를) 하나 유치했다. 여기에 청년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정책들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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